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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담배농가 "KT&G민영화, 걱정말라더니…"



사건/사고

    성난 담배농가 "KT&G민영화, 걱정말라더니…"

    KT&G 국산잎담배 사용비중 26%까지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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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2년 공기업이었던 한국담배인삼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KT&G로 민영화됐다.

    당시 담배인삼공사는 민영화된 뒤에도 국산잎담배를 50% 이상 사용하고 5~8년의 장기구매계획을 통해 담배농민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2000년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김재홍 (당시) 사장은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도 '최소 50% 이상의 국산잎담배를 사용하는 것이 시장점유율 유지에 유리할 것'이라며 '전량수매 및 각종 지원제도를 5~8년간 계약에 의해 공사가 보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장의 공언과 달리 민영화 된 KT&G는 국산잎담배 사용비중을 꾸준히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KT&G가 기획재정위원회 김광림 의원에게 제출한 2011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담배 한 값당 국산잎담배 비중은 민영화 전 75%(2001)에서 40%(2010)까지 줄었다.

    수출되는 담배까지 포함하면 KT&G의 국산잎담배 사용비중은 26%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잎)담배를 제외하면 국산잎담배 사용비중은 50% 수준"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KT&G가 손해를 감수하고 국산잎담배를 구매하는 것 자체가 농가보호책이라며 담배농가들의 문제제기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민간기업인 KT&G가 국산담배를 구매할 의무가 없고, (국내에서 시판되는)외국담배 업체는 비싼 가격때문에 국산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에도 KT&G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매년 1000억원 이상 추가비용 들여서 국산 잎담배를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화 전 "5~8년 장기계약 할 것" 민영화 후 "…"

    민영화 전 공언한 5~8년 장기구매계획도 시행된 적이 없다.

    5~8년 장기구매계획이 시행되지 않자 담배농민회는 KT&G와 2008년 2~3년 구매예고제를 시행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조차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담배농민회는 "5년 이상의 장기구매계획은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2~3년 구매예고제라도 시행해서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KT&G는 장기구매계획은 담배농가안정화 방안의 일환이었다며 2007년 연초생산안정화재단 기금조성이 끝난만큼 KT&G가 농가로부터 '생산되는 담배구매' 외에 추가적으로 담배농가 안정화 방안을 내놓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기존 경작인들과 매년 경작면적, 가격을 협의해 지속적으로 농사가 가능하도록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2~3년 예고 시행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며 농민들의 문제제기가 무리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인위적 경작면적 감축까지?

    민영화 전 농민들과 약정까지 체결했던 KT&G가 노골적으로 경작면적감축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광림 의원이 공개한 2006년 KT&G 내부문서에 따르면 KT&G는 "품질 및 원가경쟁력 달성을 위해 2010년 경작면적 7,000ha, 국산잎담배 구매량을 1만1,110톤으로 줄이고, 외국산잎담배 사용비율을 70.4%로 확대"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2000년 당시 2만3,900ha이던 담배경작면적은 2006년 1만800ha로 줄어든데 이어, 2010년에는 5,396ha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동안 담배농사를 짓는 농민의 수는 2만5000여명에서 5,5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를 바탕으로 담배농민들은 "KT&G가 '인위적으로 경작면적을 줄이지 않겠다'던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KT&G는 내부문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고령화로 인해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담배 농사를 포기하면서 경작지가 줄었을뿐 인위적으로 담배경작지를 줄이려는 노력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담배사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산잎담배 사용 비중과 구매예고제, 경작면적 문제는 '민간기업'인 KT&G와 담배농가 당사자들간 합의에 의해 결정될 사안"이라며 한 발 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면서도 "담배인삼공사 민영화 뒤 담배농가 지원은 연엽초생산안정화재단이 대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 주주 눈치보는 KT&G, 어쩔 수 없다

    KT&G 내외부인사들은 10년 사이 KT&G가 농민들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꾼 배경으로 외국인 주주들을 꼽는다.

    단기수익률과 고배당을 원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지분이 늘면서 KT&G가 단기이익에 집중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KT&G의 외국인 지분은 점차 늘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51.5%에 달했고, KT&G는 지난해만 2,389억원을 외국인 배당으로 지급했다.[BestNocut_R]

    올해 3월 현재 KT&G의 제1대 주주는 라자드 에셋 매니지먼트엘엘씨라는 외국법인이다.

    앞서 KT&G는 지난 2006년에, 외국인 주주인 칼아이칸의 공격적인 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을 위협받은 바 있다.

    담배농민회 관계자는 "(수익률 개선을 위한 담배경작지 감축 시도 등) 민영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2000년 당시 담배사업법개정과 담배인삼공사민영화를 앞두고 농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했지만 당시 담배인삼공사 사장이 잎담배 경작 농민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담배인삼공사 민영화를 찬성한 것"이라며 KT&G의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나 KT&G 관계자는 "공기업이 아닌데도 공기업때와 같은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외국기업의 공격이 들어오면 민영기업이기 때문에 스스로 헤쳐가라고 한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10년, '민영화 뒤에도 걱정말라'던 정부와 공기업의 약속만을 믿은 농민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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