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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지속 '미혼모학생' 고작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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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지속 '미혼모학생' 고작 2.5%

    위탁교육기관 전국에 15곳 있지만 이용 학생 극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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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후 4시 국어수업 시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미혼모 대안교육 장기 위탁교육 기관인 '동방누리학교'에 입소한 학생들은 '꿈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러가지 표정이 번졌다.

    지난 5월 이 곳으로 온 김하나(가명·중3) 양은 분유를 먹은 뒤 천사처럼 자고 있는 '1개월 된' 딸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미용 공부가 하고 싶은데…"라고 작게 말했다.

    2개월 전 아들을 출산, 입양을 보낼지 고민 중이라는 이소라(가명·중2) 양은 "좋은 엄마가 되는게 꿈"이라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교육 기관으로 정식 인가를 받은 이 학교에는 '미혼모 학생' 4명이 재학 중이다.

    미혼모와 아기 등 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는 미혼모자 시설 '에스더의 집'에 설립됐으며, 학업을 중단한 미혼모 학생들을 위해 운영하던 '풀잎학교'가 그 전신이다.

    학교 수업은 사회(월요일), 과학(화요일), 국어(수요일), 수학(목요일), 영어(금요일)로 매일 오후 4시부터 3시간씩 진행된다.

    지난 3월부터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배진주(24) 교사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며 마음을 터놓는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주된 관심사인 양육이나 산후조리 같은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모차 2대와 볼록한 배가 아니라면 '엄마'인지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앳된 얼굴의 이들은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도 수업에 열성을 보였다.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어주고 한 손으로는 열심히 필기를 했다.

    선생님 질문에 대답도 곧잘 했다.

    동방누리학교 사회복지사 김민숙(40) 씨는 "은미는 들어온지 얼마 안돼 아직 말이 없지만 항상 수업시간에 제일 먼저 와있는 등 열심히다.

    하나도 처음엔 말 없이 어두운 표정이었는데 이제는 꽤 명랑해졌다"고 말했다.

    동방누리학교와 같은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교육 기관에서는 원적 학교에서 채우지 못하는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어 출산 후 원적 학교에 복학해 졸업장도 받을 수 있다.

    ■ 홍보부족, 편견 등으로 외면

    = 미혼모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교과부와 광역시·도, 각 시·도교육청에 의해 설립되기 시작, 현재 12개 시·도에 15곳이 지정됐다.

    하지만 위탁교육 기관에서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미혼모는 전체의 2.5%에 불과, 아직까지 효과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체 19세 이하 미혼모는 2500명. 이 중 학업을 지속하고 있는 미혼모는 중학생 25명, 고등학생 36명 등 모두 61명(2.5%)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아직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모성보호권에 대한 인식이 후진국 수준"이라며 "미혼모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조양민(용인7) 의원은 "학생들이 임신이후 학업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한다는 점과 학교 현장에서의 편견"이라며 "미혼모 학생에 대한 비밀보장을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학생들이 위탁교육을 기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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