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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지자체마다 둘레길…산사태 불렀다"



사회 일반

    조원철 "지자체마다 둘레길…산사태 불렀다"

    - 유행처럼 산책로 조성, 지반 약화
    - 급경사지 산책로 물 스며들며 붕괴
    - 계곡주말농장, 생태저수지도 문제
    - 도심 수해 배수구역 집중 때문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주민 강소영 씨, 연세대 시스템공학부 조원철 교수

    어제 일어난 우면산 산사태 순간을 찍은 동영상을 뉴스에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토사가 덮치는 그 모습은 마치 일본 쓰나미 현장을 연상케 했습니다. 사망, 실종자가 무려 17명에 이릅니다. 우면산 뿐이 아니죠. 춘천, 파주, 포천 곳곳이 유독 산사태로 피해가 큽니다. 먼저 어제 우면산 산사태를 직접 목격한 분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우면산 아래 서초 청소년 센터에 근무하는 강소영씨입니다.

    폭우

     

    ◇ 김현정> 어제 산사태가 일어날 당시에 뭐하고 계셨던 건가요?

    ◆ 강소영> 어제 출근을 하려고 길을 가던 중이었는데요. 골목길에서 물이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건너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같이 기다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 어! 하더니 아! 하면서 뛰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막 뛰었는데 갑자기 천둥소리처럼 굉장히 큰 소리가 나면서 나무가 우지끈 이런 소리가 나고, 뭔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저도 막 뛰었거든요.

    ◇ 김현정> 뒤돌아 볼 겨를도 없으셨군요. 사람들이 뛰니까 ‘이거 뭔가 심상치가 않다.’ 무조건 달리기 시작했어요?

    ◆ 강소영> 막 달렸는데 뒤로 흙탕물이 쏟아져 내리더라고요. 조금 지나 조용해져서 다시 가봤더니 나무가 다 쓰러져 있고 흙은 계속 흘러내리는 상황이었어요.

    ◇ 김현정> 그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발목까지 물이 좀 차고 있던 상태인가 봐요?

    ◆ 강소영> 네.

    ◇ 김현정> 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우지끈 소리가 나고 천둥소리가 나면서는 순식간에 물이 불었습니까? 아니면 흙탕물이 발쪽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났던 건가요?

    ◆ 강소영> 순간적으로 물이 쏟아져 내린 거죠. 흙탕물이 같이요.

    ◇ 김현정> 쓰나미 동영상처럼 물이 확 몰려드는 상황인거죠. 순식간에 어디까지 물이 찼습니까?

    ◆ 강소영> 쏟아져 내릴 당시에는 제가 그쪽에 없었고요. 쏟아져 내린 다음에 흙이 쌓여서 물을 좀 막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물이 흘러내리는 건 조금 더 줄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산 바로 아래는 아니고, 말하자면 도로 하나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길 건널 준비를 하고 계셨던 거예요. 산이 무너질 때 소리가 어느 정도나 컸나요?

    ◆ 강소영> 어제 천둥이 많이 치면서 소리가 굉장히 컸었잖아요. 그런 소리보다 두세 배 정도는 컸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래서 일단 피신을 해놓고 얼마나 있다가 다시 가보셨어요?

    ◆ 강소영> 한 5분 정도 후에 다시 가봤던 것 같아요. 저희들은 그쪽 메인은 아니었고요. 조금 떨어진 곳에 또 작은 산줄기가 있었는데 그쪽에서도 산사태가 나서 저는 그 근처에 있었어요.

    ◇ 김현정> 출근하시는 분 중에는 우면산 사방에서 오시는 분들이 골고루 있었을 것 아니에요. 이분들이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을 텐데 상황들을 어떻게 전하고 있습니까?

    ◆ 강소영>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다 놀라고 당황했었고요. 그걸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지, 나는 태어나서 이런 거 처음 봤다, 그러시는 분도 있었고 굉장히 다들 놀라워하셨고 걱정을 많이 하셨죠.

    ◇ 김현정> 지금 거기서 우면산을 바라보면 보입니까?

    ◆ 강소영> 나무 이런 건 없고요. 정말 뻘건 황토길 정도만 보여요.

    ◇ 김현정> 원래 우면산을 바라보면 숲이 울창하잖아요. 산천로도 잘 되어 있고요. 지금은 시뻘겋게 남아 있는 상태가 됐군요. 원래 그 모양에서 많이 깎여 나갔습니까?

    ◆ 강소영> 다는 아니고요. 산사태가 난 부분은 나무가 거의 다 쓰러져 있는 상황이에요.

    ◇ 김현정> 강소영씨도 그 산책로를 이용해 보셨어요? 잘 조성이 되어 있었습니까?

    ◆ 강소영> 제가 다닐 때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안전에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지금 근무지가 우면산 자락의 청소년지원센터인데 거기는 산사태 피해를 입지는 않으셨고요?

    ◆ 강소영> 저희 센터 지하까지 물이 다 찬 상태였고요. 어제는 하루 종일 복구하고 포클레인 불러서 토사 치웠어요.

    ◇ 김현정>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어려운 와중에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에는 전문가를 연결을 할 텐데요. 연세대 시스템공학부의 조원철 교수 연결을 해 보죠. 교수님 댁도 침수를 당하셨다고요? 우면산 어디쯤입니까?

    ◆ 조원철> 전원마을 있죠.

    ◇ 김현정> 이번에 사고 크게 당한 전원마을이요?

    ◆ 조원철> 전원마을, 그 중에서도 제일 안쪽의 제일 높은 지대에 살고 있는데요. 토사하고 온갖 쓰레기로 중소형 트럭 두 대가 저희 집 10m 앞에 와서 스톱을 했어요.

    ◇ 김현정> 물에 쓸려 내려왔군요?

    ◆ 조원철> 온 계곡이 무너져 내렸는데 10m 앞에 스톱을 해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는 감탄사를 저도 모르게 냈습니다.

    ◇ 김현정> 그 정도군요. 주변에 피해당한 이웃들이 여럿 있으신 거죠? 도대체 이런 산사태가 어떻게 서울 그것도 강남의 한복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믿기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다니는 산책길이고 그러니까 외진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런 곳에서 어떻게 어마어마한 산사태가 일어난 걸까요?

    ◆ 조원철> 본래 우면산 지역은 그렇게 가파른 산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지질학적으로도 보면 상당히 안정된 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산사태를 그렇게 염려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 전문가 그룹에서도 염려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워낙 비가 많이 오고, 산사태 후에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하고 현장을 쭉 보니까 우리가 각종 걷는 길 있죠. 둘레길이니, 올레길이니 하는 길을 최근에 유행처럼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조성을 하다 보니까 흙이 상당히 부드러워졌어요.

    ◇ 김현정> 공사로 이리저리 퍼내고 이러면서 지반이 약해졌다는 말씀이시죠?

    ◆ 조원철> 주말농장 같은 거 있죠?

    ◇ 김현정> 상추도 심어 키우고 이런 곳이요?

    ◆ 조원철> 주말농장에 나무를 뽑고, 개발하다 보니까 땅이, 흙이 부드러워야 되거든요. 이번같이 비가 많이 오다보니까 한꺼번에 다 쏟아져 내려오면서 일반 물이 흐르는 것보다 최소한 3배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토사가 되면 싹 쓸어서 내려오는 거죠.

    ◇ 김현정> 산책로가 언제부터 그 쪽에 많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까?

    ◆ 조원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유행한 것이 3, 4년 됐습니다.

    ◇ 김현정> 우면산도 비슷한 상황이고요?

    ◆ 조원철> 우면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 문제인데요. 너무 갑작스럽게 유행처럼, 지방자치단체의 큰 성과품처럼 자꾸 만들다 보니까 주말농장도 그렇고, 이제 전부 이런 문제를 낳고 있죠.

    ◇ 김현정> 우면산 같은 경우, 정상부근에 생태저수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 조원철> 생태저수지가 조그맣게 우면산 동쪽으로 있는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자연이란 건 자연이 있는 그대로 가야지, 자꾸 인위적으로 물 같다 놓고 맹꽁이 키운다고 생태저수지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 김현정> 자연적으로 생긴 게 아니라 파서 만든 건가요?

    ◆ 조원철> 확장한 거죠. 요즘 환경 운동 자체를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저도 하고 있습니다만, 그걸 너무 과대하게 요구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저수지 쪽에 있는 물이 계곡을 이루면서, 사실 제일 무서운 것이 그냥 산사태보다 토사와 계곡물이 섞일 경우가 아닙니까?

    ◆ 조원철> 그게 토석류가 되거든요. 흙하고 물하고 돌하고, 거기 심어져 있던 나무들하고 합쳐지면 파괴력이라고 하는 것은 엄청난 것입니다.

    ◇ 김현정> 그렇기 때문에 그쪽에 저수지 만드는 것도 신중했어야 하고 산책로 만드는 것도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공사하면서 이 부분을 예상 못 했던 걸까요?

    ◆ 조원철> 공사하는 사람들이 거기까지는 거의 신경을 안 썼을 겁니다. 산책로를 만들더라도 단단하게 잘 다져야 되고, 그렇다고 또 이렇게 하다 보니까 콘크리트를 씌워 놓은 곳도 있어요. 지반이 약한데 콘크리트를 씌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요.

    ◇ 김현정> 단단하라고 심어놓은 것인데 그것도 소용없나요?

    ◆ 조원철> 아이스크림 위에다 철판을 깔아놓으면 철판이 견딥니까? 못 견디잖아요. 그런 식이기 때문에 지반 전체를 단단하게 보강을 해야 되는데 거기까지 생각도 모자라고 예산도 모자라니까 겉보기로만 해놓고, 또 급조해서 대량으로 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펜션을 덮친 춘천 산사태의 경우에도 뒷산의 산책로를 작년에 만들었다고 하죠?

    ◆ 조원철> 급경사지에다가 산책로를 만들다보니까 그런 곳에는 일단 물이 모이거든요. 산책로 주변에 물이 모여서 땅속으로 들어가고, 이번처럼 비가 많이 오면 산책로 부근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산사태를 2차, 3차로 유발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산사태 원인이 비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물론 기록적인 비가 오기도 했지만 천재보다 인재의 원인이 더 크다, 이렇게 지적이 나오는 군요.

    ◆ 조원철> 크다, 적다를 제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비가 온 것이고, 두 번째는 조금 전에 말씀드린 산책로나 주말농장을 보면 각종 그린벨트 안에 비닐하우스 같은 게 많거든요. 농사용도 있고 그 다음에 주거용도 있고 이런 것들이 전부 합쳐치고 인위적인 요소까지 합쳐져서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산사태 이야기를 좀 해 봤는데 광화문하고 청계천 쪽의 서울도심도 물난리가 났습니다. 이 부분은 항상 조원철 교수가 조심해야 된다, 예고를 하셨던 곳이어서요. 어떻게 보고 계세요?

    ◆ 조원철> 작년 9월 20일에 일어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광화문의 경우나 다른 지역, 이번 명동도 마찬가지고 서울 시내를 보면 배수구역이 자꾸 집중해 있습니다. 한 군데로 몰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배수구역을 나누는 것, 특히 강우가 흘러내려가는 호우관리는 물을 분리해야 되거든요.

    분리해서 빠지도록 배수구역을 나눠줘야 되는데 우선 편의성 때문에 예산절감이라고 하는 차원에서 자꾸 모아놓은 것이 현대도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고,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의 하수관들을 보면 그런 문제가 분명히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계획하시는 분들이 이제는 각 도시, 각 계획공간에서 재해관계를 사전에 예측을 하고 배수구역을 나누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해야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광화문, 청계천 그 쪽뿐만 아니라 이번 강남역이라든지 이런 곳도 다 배수구가 충분치 않아서, 분리되어 있지 않아서 순식간에 불어나 생긴 문제인가요?

    ◆ 조원철> 예를 들면 강남역에서부터 법원단지로 오는 길은 상습침수지역 1번이거든요. 옛날 농경지인 걸 성토도 안 한 그대로 택지개발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서 한강까지 오는 대형배수관로를 묻는 데는 엄청난 예산이 듭니다. 그러니까 그 중의 일부예산만 확보해 놨다고 그러는데 일부 가지고는 공사가 안 되거든요. 그런 지반시설 공사는 예산도 엄청나게 들고 그 다음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사하는데 시간이 몇 년 걸리거든요.

    ◇ 김현정> 몇 년 걸리는 것도 참아내고 감내할 준비를 해야겠군요?

    ◆ 조원철> 그런 지반시설은 전체적으로 생색이 나지 않거든요. 땅속에서 하니 일반 시민들은 모르니까요. 그리고 생색이 안 나는 사업이다 보니까 의사결정권에 계신 분들이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내는 사업만 하려고 하는 거죠.

    ◇ 김현정> 지금 조사를 더 해 봐야겠지만 기록적인 비 때문만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조원철 교수님, 지금 물을 퍼내다가 전화하셨다고 들었어요.

    ◆ 조원철> 지하실에 비가 들어오니까 하수관 수위가 높아지고, 또 집안으로 물이 들어오니까 가족들하고 물 퍼내다가 올라온 겁니다.

    ◇ 김현정> 어려운 상황에서 인터뷰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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