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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떨어질때 귀신같이 알아"…빚 권하는 금융



사건/사고

    "돈 떨어질때 귀신같이 알아"…빚 권하는 금융

    [빚 권하는 사회②] 빚 부추기는 제도금융, 사금융의 유혹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우리사회 한편에서는 빚을 지도록 조장하거나 방관하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에 CBS는 '빚 권하는 사회'를 세 차례에 나눠서 들여다본다. 6일은 두 번째 시간으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유혹에 빠져 빚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의 실태를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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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주부 김 모(49.여)씨는 부족한 생활비 때문에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끌어쓰다 2000만원의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힘들 때 걸려온 대출 권유 전화는 당시 김 씨에게는 단비 같았지만 지금은 그 전화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김 씨는 "한번 돈을 빌려 쓴 뒤 갚고 나면 다시 전화가 와서 '이자율 낮춰주겠다', '이자를 20%할인해 주겠다'며 (업체들이) 유혹하는데 현혹이 되더라"며 "돈이 떨어질 때를 귀신같이 알고 전화가 왔다"며 혀를 찼다.

    김 씨처럼 제2 금융권 등에서 빌린 돈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사람들이 지난 한해 동안 38만명을 넘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명동 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에서 만난 강 모(30.여)씨도 "일반 금융권에서 대출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2 금융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온라인뱅킹이나 신용카드 사이트에만 들어가도 '카드론'을 권하는 광고가 많은데다 신청절차도 까다롭지 않아 계속 카드론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강 씨가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뒤 갚지 못한 돈은 1400만원에 이른다.[BestNocut_R]

    제2금융권의 높은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정부는 저신용, 저소득 서민들을 위해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을 내놓았다.

    햇살론은 신용6-10등급의 저신용자나 연 소득 2600만원 이하인 사람이 10~13%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고, 새희망홀씨대출도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면서 연 소득이 3000만~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11~14%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연체자 등은 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저소득층 상당수는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의 혜택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출시된 햇살론은 올해 5월 말을 기준으로 총 대출 건수 17만8434건(누적)에 대출 잔액이 1조6095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대출 심사 강화와 가계부채 증가가 맞물리며 금융기관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간 판매 실적은 2만5703건에 잔액 2236억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부업체 고객은 221만 명으로 집계됐다. 햇살론이 나오기 전인 6월 말보다 31만 명(16.6%)이 증가한 수치다. 대출잔액도 7조5655억 원으로 7497억 원(11.0%)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쏟아지는 대부업체 광고와 대출을 권하는 문자는 저소득층을 더 깊은 대출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난 3월부터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시작해서 30%가 넘는 이자를 포함해 2000만원을 빚졌다는 남궁 모(26)씨도 "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너무 후회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남궁씨는 "전화로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딱 한번'만 대출받고 다시는 받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한 번 대출을 받아서 쓰면 '다시 한 번 받아보라'고 연락이 왔고, 한 두번 대출을 받다보니 이렇게 많이 빚이 쌓였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카드회사 등이 가계부문에 신용대출하는 규모는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403조원이고, 대부업체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7조원에 이른다.

    저소득층은 대출 문턱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에서 지난달 정부는 은행권에 가계부채를 줄이라며 압박하고 나서 저신용,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빚을 부추기는 제2 금융권의 유혹은 점점 더 달콤해 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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