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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수사범위 결정, 검찰도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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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수사범위 결정, 검찰도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 수사 사실상 어려워…'사법권의 독립성 후퇴' 우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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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세글자로 이뤄진 단 한 단어를 두고 검찰 조직이 명운을 걸었다. 바로 ‘대통령’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애초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196조 3항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한다’였다.

    ◈ 표면적으로는 어렵사리 도출한 합의안이 깨졌기 때문

    ‘법무부’에서 ‘대통령’으로 자구가 수정된 것에 대해 검찰이 반발하는 이유는 우선 어렵사리 도출된 합의안이 깨졌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국회 법사위 의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검찰청은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금일 국회 법사위의 의결에 충격을 금할 수 없음”으로 시작되는 검찰의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수개월간의 국회 사개특위 논의, 총리실 중재, 대통령의 조정까지 거친 끝에 검·경이 상호 수용한 정부 합의안의 중요 내용을 한순간에 뒤집은 것은 합의정신과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 ‘떼를 쓰면 통하는 나쁜 선례로 남을 것’ 등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다소 거친 표현도 고스란히 담겼다. 절충안 의결에 따른 검찰 내부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였다.

    ◈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수사지휘권 무용화될까 위기의식

    검찰의 극심한 반발에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법무부 단독으로 제정할 수 있는 법무부령과 달리 대통령령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와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한다.

    검찰은 대통령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대전제인 ‘수사개시권의 명문화’를 넘어 사실상 수사권의 일부가 경찰에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경찰이 원하는 것만 지휘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선임연구관과 기획관, 과장 등 중견간부 28명도 29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대통령령’과 관련해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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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보다 ‘사법권의 독립성 후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와

    검찰 내부에서는 사법권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BestNocut_R]

    수사와 관련된 세부 절차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율하는 것은 ‘권력으로부터 사법을 분리시켜야 한다’는 입헌주의 이념에 어긋난다는 것.

    검찰은 수사 관련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재판에 관한 세부 절차를 ‘대법원 규칙’으로 정해온 것은 사법 영역인 수사와 재판에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대통령이 수사 지휘의 범위를 정하게 되면 권력의 속성상 검찰도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수사권이 정치권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도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외쳤던 여야 의원들이 수사지휘권을 대통령으로 바꿔버렸다”며 “이제 정치적 중립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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