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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 편지를 썼어. 그런데 부칠 데가 없네..."
26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특별묘역.
아들의 영정사진만 물끄러미 바라보던 故 박보람 중사의 어머니 박명이(50) 씨가 아들의 사진 옆에 가만히 편지를 꺼내놓았다.
늦은 시간까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걱정해 저녁이면 안부전화를 했다는 박 중사. 그런 아들의 전화가 더 이상 걸려오지 않은 지도 어느덧 1년이 됐다.
"지금도 보람이 전화가 오던 시간대쯤 되면 가장 견디기가 어려워진다"는 어머니 박 씨는 "너무 그립고,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목소리 한 번이라도 듣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故 이상민 하사의 묘비 앞에는 여느 음식과 다른 '제사상'이 올라왔다.
어머니 김병애(54) 씨는 "아들이 평소에 좋아하던 것들을 챙겨왔다"며 달달한 케이크와 빵, 과일 등을 묵묵히 올려놓았다. 한가운데에는 아들이 가장 먹고 싶어 했던 '초코파이'가 올라와 있었다.[BestNocut_R]
옆에 있던 故 김선명 병장의 묘석에는 '참외' 하나가 놓여 있었다. 김 병장의 초등학교 친구인 최미혜(23) 씨는 "고향인 경북 상주 특산물이 참외인데 우릴 잊지 말라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씨와 친구들은 "이렇게 있으니까 선명이와 함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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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을 찾은 유가족들의 오열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3) 씨는 군인 아들의 까끌까끌한 머리 대신 차가운 묘비만 말없이 쓰다듬고 있었다.
"1년 동안 가족들이 대인기피증에 걸릴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나 씨는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게 미안할 뿐"이라며 아들의 초상화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1년 전 영결식 때 만남이 인연이 돼 이주희(53) 화백으로부터 아들의 어린 시절 모습이 담긴 그림을 선물 받은 것.
"그림을 보면 아들이 돌아온 것 같은 생각도 든다"는 나 씨는 "며칠 전 아들의 모교를 찾았는데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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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를 맞아 천안함 묘역을 찾은 시민들의 마음도 먹먹해지긴 마찬가지.
대전에서 온 문상현(55) 씨는 "둘째 아들이 해군 출신이라 다들 아들 같은 마음이 들어 왔다"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아들, 동생, 또는 동료. 이들을 잃은 슬픔을 잊기에 1년은 너무도 짧았다.
한편,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은 이날 천안함 전사자 46명과 故 한주호 준위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이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엄수됐다. 추모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가족을 비롯, 3부 요인, 각계 대표, 시민 등 4500여 명이 참석해 천안함 영령들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