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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한살배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나



울산

    그는 왜 한살배기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나야 했나

    안전사고 당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셋째 출산 앞두고 숨져

    셋째 딸의 출산을 앞두고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이모(28)씨의 빈소. (사진=이상록 기자)

     

    빈소는 적막했다. 흐느낌도, 망자에 대한 그리움 섞인 넋두리도 없었다.

    그러나 20대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는 그곳에서 신음 섞인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6일 오전 울산시 동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이모(28)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이씨의 아버지(57)는 착하고 성실했던 아들의 생전 모습을 여전히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있었다.

    군대 제대 후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을 시작한 이씨는 24살의 어린 나이에 가정을 꾸렸다.

    아들 둘을 낳았고, 10월에는 셋째 딸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불행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비가 오던 지난달 2일 오후 10시쯤. 잔업을 하기 위해 현장에 남아있었던 이씨는 갑자기 눈앞으로 날아든 선박 블럭에 부딪혀 12m 높이에서 떨어졌다.

    이씨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은 신호수가 크레인 운전자에게 선박 블럭 이동을 지시하면서 빚어진 사고였다.

    이씨는 두개골과 쇄골,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혼수상태로 한달여 동안 사경을 헤매던 이씨는 지난 5일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이씨의 빈소는 6일 오전에 차려지게 됐다.

    이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무던히 애쓰고 있다.

    하지만 20대의 나이에 미망인이 된 며느리와 올망졸망한 세명의 손주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억장이 무너지는 듯하다.

    그는 “아들이 사고를 당하고 이틀 뒤에 셋째 손녀가 태어났습니다. 셋째가 딸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아들은 딸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됐어요”라며 울먹였다.

    얄궂은 운명의 장난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씨의 제삿날인 4일이 아버지의 생일이었던 것.

    29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했던 아버지와 6년여 동안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했던 아들은 같은 공장에서 근무했던 것도 모자라 제삿날과 생일이 같게 됐다.

    이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RELNEWS:right}

    그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며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청년들이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출근 선전전 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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