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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신경전 최고조…양국관계 '디리스킹' 맞나?



미국/중남미

    미·중 반도체 신경전 최고조…양국관계 '디리스킹' 맞나?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한 대중(對中) 제재 그물망을 보다 촘촘히 짜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역시 정부 기관에서 미국 칩을 탑재한 PC와 서버를 퇴출키로 하는 등 맞불을 놓으면서 디커플링(관계단절)이 아니라 디리스킹(탈위험)이라던 양국 관계의 정의가 혼동스러워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9개월만에 다음달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올 가을 치러질 미 대선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파열음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의제 등이 도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부품 판매와 A/S까지 전면적으로 막으려고 하고 있다. 여기다 화웨이 협력사(반도체 관련)에 대한 '블랙리스트' 등재 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반 자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없게 만들어 '반도체 굴기'를 아예 싹부터 도려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미 상무부는 "중국에 대해서는 이미 수출한 장비의 부품 판매까지 들여다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업계에서는 다른 나라들은 중국에 반도체 장비 보수와 부품 등을 팔수 있어 미국 기업만 불리한 입장에 서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왔다.
     
    이에 상무부는 동맹국 기업간에 '동등함'이 있어야한다고 언급하며 "동맹국들에게 미국과 유사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27일(현지시간) "주요 부품들에 대해 중국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말 것을 동맹들에게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고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22년 10월 자국 기업들이 첨단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막은 뒤, 이후 네덜란드와 일본을 동참시켰다.
     
    한국도 '어느 정도'까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하는 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중국 화웨이의 협력사인 창신 테크놀로지와 SMIC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늦여름 출시된 중국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으로부터 받은 '충격'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당시 '메이트 60'에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가 들어가 중국 언론들은 미국의 대대적인 기술 봉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굴기'를 보여줬다고 흥분했다.
     
    일부 외신들도 '14나노 이하의 첨단 칩 생산을 막겠다'며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아온 미국의 제재가 무색해졌다고 보도하기도했다.
     
    '메이트 60'에 탑재된 7나노미터 반도체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가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7나노미터 칩은 삼성전자가 2018년에 양산에 성공한 것이지만, 현재 이같은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TSMC와 인텔 등 몇군데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이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였다.
     
    사전 예고 없이 '메이트 60'이 시장에 나왔을 때는 때마침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였다. 추후 러몬도 장관은 "당시 (메이트 60 출시는) 매우 충격적이었고, 몹시 화가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미 정부는 '메이트 60'의 재원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고, 조만간 결과물과 함께 대응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 제재에 따라 미국 기술이 사용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SMIC가 이를 정확히 지켰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자국의 인프라에 중국의 해커가 수년간 접근했다며, 정보 유출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인 차단 조치도 취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중국 지원을 받는 해킹 그룹 '볼트 타이푼'(Volt Typhoon)이 미국 본토와 괌을 포함한 영토에서 통신, 에너지, 교통, 상하수도 시스템 등 핵심 인프라 IT 환경을 훼손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은 시스템 조작을 통해 미국에 상당한 인프라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물류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미 행정부는 자국 내 항구에서 운영중인 중국산 크레인에 대한 보안 조치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 하원은 이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정부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틱톡'을 퇴출시키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하면 곧바로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미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역대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편, 삼성전자와 TSMC에도 곧 보조금 지급을 예고하면서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을 튼튼히 쌓아올리고 있다.
     
    중국도 질세라 미국 반도체 핵심인 인텔과 AMD를 겨냥해 사실상의 중국 내 퇴출 조치를 단행했다.
     
    인텔의 최대 시장은 중국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 540억 달러 중 27%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AMD 역시 매출 230억 달러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을 찾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며 "디커플링은 출구가 없고, 개방적 협력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를 향해 현명한 판단을 하라는 경고를 하면서도,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더라도 이를 스스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미·중 간 반도체 신경전이 날로 날카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사이에 낀 첨단 반도체 제조 국가들은 위험한 '줄타기'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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