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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맞은 듯한 '키 브리지'…주민 "내 인생이 사라졌다"



미국/중남미

    폭격 맞은 듯한 '키 브리지'…주민 "내 인생이 사라졌다"

    최철 특파원최철 특파원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가면서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상상은 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마주한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모습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처참함' 그 자체였다.
     
    2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던닥(Dundalk)에서 바라본 '키 브리지'는 흡사 폭격을 맞은 듯 을씨년스러웠다.
     
    무너져 내린 다리 철골 구조물 일부가 수면 위로 불쑥 솟아 있고, 그 옆에는 육중한 컨테이너선이 철골 모기장을 뒤집어쓴 듯 꼼짝달싹 못하고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구조 헬기가 연신 무너진 다리 주변을 선회하고, 다리 양 끝단에는 경찰 차량이 길을 막고 차량과 사람들의 통행을 철저히 막았다. 
     
    때마침 우중충한 날씨까지 더해져 하늘, 강물, 휘어진 다리 철골이 온갖 회색빛이어서 재난 영화의 한 장면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키 브리지 양쪽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주변 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통제돼 이 곳 주변을 지나는 차량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했다.

    최철 특파원최철 특파원 
    일부 주민들은 경찰 통제선 끝자락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다리의 모습을 아쉽다는 듯 연신 휴대폰으로 담아두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차로 45분 떨어진 곳에 산다는 한 시민은 "저 다리를 자주 이용했고, 지난주에도 차로 저곳을 건넜다"며 "사고 소식이 믿기지 않았는데, 여기와서 지금 보니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사고현장을 찾았다는 윌리암스 씨는 "무엇보다 실종된 사람이 걱정이 돼서 나왔다"며 "새벽이 아니라 낮에 사고가 났다면 희생자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제로 이번 사고는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데다 선박이 충돌 전 긴급 조난 신고를 보내, 다리 양쪽에서는 차량 출입 통제가 이뤄졌고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다만 다리 위에서 작업중이던 인부 8명이 강물로 떨어졌고,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1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 중 1명은 시신으로 수습됐다.

    운송업에 종사한다는 심슨 씨는 "3월 26일 갑자기 사라진 다리를 보니, 제 인생 자체가 없어진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아침에 동료들이 회사 복도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당분간은 전혀 다른 상황이 닥칠 것이고, 이 지역에서 물건을 운송하는 것도 당분간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미 동부 해안의 다른 어떤 항구보다 중서부에 더 가까운 볼티모어는 차량, 컨테이너, 상품의 주요 허브로 지난해 85만 대의 차량을 이곳에서 처리했다.
     
    당분간 이 지역의 만성적인 교통 정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리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키 브리지는 착공 5년만에 완공됐다.  
     
    '키 브리지'를 이용하던 매일 3만5천대의 차량은 근처의 두 터널을 이용해 다른 경로를 택할 수 있지만, 터널 진입이 허용되지 않은 차량의 경우 더 긴 우회로를 찾아야한다.  
     
    한편 구조 당국은 이날 잠수부 50명을 포함한 200명의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낮은 수온과 탁한 강물이 수색의 걸림돌이었다. 
     
    일몰로 수색작업을 일시 중단한 구조대는 다시 해가 뜨는대로 실종자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30분쯤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교각에 대형 화물선 한 대가 충돌했다. 
     
    사고를 낸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 선적의 '달리'호로 4900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볼티모어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경유, 스리랑카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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