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구미꼬(사진 왼쪽)가 남편 배봉석(충청남도 택견회장)과 택견을 수려하는 모습. 대한택견회대한민국 전통무술인 택견 경기에 일본 국적의 여성 심판이 배출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택견 경기장에서 일본인의 목소리로 '청홍 출전, 경례, 섰거라, 섰다, 멈춰, 계속, 그만, 청승(勝), 홍승, 청홍 비김' 등 고유의 심판 구령을 듣게 될 전망이다.
19일 대한택견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충청북도 C&V센터 대회의실에서 2024년 1차 택견 심판 자격 고시 및 보수 교육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전국 택견 심판 100여 명이 모여 보수 교육을 받았다. 자격 고시를 통해 이날 모두 23명의 신규 심판이 탄생했고, 이 중에는 일본인 모로구미꼬(49·충남본부 전수관)가 포함돼 있다.
모로구미꼬는 국적뿐 아니라 택견 관련 경력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수 년간 택견을 전수받고 수련해 온 동호인 선수 출신이다. 현재 3급 택견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심판 자격증(3급)까지 획득하면서 선수, 지도자, 심판 모두를 섭렵한 택견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동호인 선수 출신이 전문(엘리트) 선수를 지도하고 전문 선수 경기의 심판으로 나서게 된 셈이다.
택견 심판자격증(3급)을 취득한 모로구미꼬(사진 왼쪽)와 오성근 대한택견회 사무처장. 대한택견회모로구미꼬는 다수의 일본 스포츠가 국내에 알려진 것에 비해 일본내 정착한 대한민국 스포츠는 1개 종목에 불과한 사실을 알리며 이를 안타까워 했다. "올림픽 종목인 유도뿐 아니라 가라테, 검도, 게이트볼, 파크 골프 등의 일본 스포츠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대중화돼 있다. 반면 일본에 알려진 대한민국 스포츠는 사실상 태권도가 전부"라는 게 모로구미꼬의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인들이 대한민국 고유 스포츠로 태권도만 인지하고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 남편과 함께 글로벌 택견 지도자, 심판 양성에 힘쓰겠다. 특히 일본에도 택견을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모로구미꼬의 남편 배봉석(55)은 충청남도 택견회장에 재임 중이다. 부부가 모두 택견인으로 활동 중인 셈이다.
안치영 대한택견회 차장은 "택견 심판은 큰 몸 동작과 함께 우리말로 우렁차게 구령한다. 대한민국 전통 무술의 심판으로 탄생한 일본 여성이 우리말 구령을 외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도 태권도와 함께 택견이 보급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스포츠 윤리센터의 파견 강사가 진행한 심판의 윤리와 스포츠 인권 강의를 비롯 ▲경기 규칙 2.0 주요 사항(이홍표 대회위원장, 박태준 심판위원장) ▲심판 수신호 규칙(박태준 심판위원장) ▲그룹별 실기 실습(이홍표 대회위원장, 박태준 심판위원장, 노순창 생활체육위원장) 순으로 진행됐다.
택견은 전국체육대회,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의 정식 종목이다. 지난해 태권도 이후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최초로 세계 인구 1위(2억 4000만 명)인 인도의 행정 구역인 우타르프라데시주 올림픽위원회(UTTAR PRADESH OLYMPIC ASSOCIATION) 가입에 성공했다. 올해는 베트남 진출을 공식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