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잡다니요. 120만 특례시로서 발전적인 정책 검증을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게 문제라면 정치 그만두라는 얘기나 다름없죠."
경기도 수원지역 최초로 시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정례화한 김기정(국민의힘)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이 청문회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해석을 두고 역정을 내며 한 말이다.
그간 시의회는 물론, 시 집행부와 시민사회에서도 줄곧 필요성을 제기해온 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어째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준 시장에 대한 발목 잡기로 폄하하느냐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 6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활밀착형 사업을 주도하는 기관장들의 능력 검증은 시정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절차로 진즉에 정착됐어야 했다"고 힘을 줬다.
지난 6일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이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산하기관장 정책검증 청문회의 취지와 도입배경 등을 설명했다. 박철웅 PD수원 최초 '기관장 인사청문회' 정례화 도입
문화재단이 수원화성축제부터 작은 마을행사까지 주관하고, 도시공사에서는 주요 공공시설을 관리하며 주차장 요금을 책정하는 등 주민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그는 "가령 수원시청에 문화예술과나 관광과가 있어도 공사와 재단에 위탁을 줘서 예산을 집행한다"며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맞닿아 있는 게 바로 산하기관들이다"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실시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김 의장은 "기존 인사 추천과 심사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임용자가 전문성이 있는지, 시장의 보은인사인지는 확인을 해야 되는데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더욱이 청문회를 정례화하지 못했던 이유로 정치적 구도의 한계를 들기도 했다. "12년간 시장과 의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어서 청문회 도입 논의가 지지부진했다"는 주장이다.
이재준(왼쪽) 시장과 김기정 의장이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의회 제공반면 제12대 시의회에서 국민의힘이 20석을 차지한 '거야(巨野)'가 되자, 그는 기관장 청문회 정례화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김 의장은 경기도의회를 벤치마킹해 9개 시 산하 기관 중 주요 6개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화를 추진, 지난달 30일 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법률 근거 대신 시와의 협약으로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정례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일부 시·군이 도시공사 등에 한정해 의견을 청취해오던 수준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청문 대상은 △수원도시공사 △수원시정연구원 △수원문화재단 △수원컨벤션센터 △수원시청소년재단 △수원도시재단 등으로, 임명 전 정책검증을 거쳐 시에 결과를 통보하게 돼 있다.
김 의장은 "청문 결과는 참작만 하는 것으로 임명권한에 대해 구속력은 없다"며 "그럼에도 임명권자가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후보자도 자신의 역할을 더 고민하며 정책 비전을 가다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능력 검증 기대감↑…"보이콧 이해 불가"
지난 7일 수원특례시의회가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상임 이사장 후보자에 대해 정책검증 청문회를 열었다. 지난달 공공기관장 후보자 정책검증 청문회 실시 협약 이후 첫 사례다. 수원특례시의회 제공이번 협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후보자 신상을 포함한 도덕성 검증 여부를 놓고 시와 이견이 있었기 때문인데, 김 의장은 이 시장과 직접 대화함으로써 막판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임용 후보자가 우수한 능력, 자질을 갖췄는지를 따지기 위함이기 때문에 도덕성 내용을 빼고 정책 검증에 무게를 싣는 방향으로 협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문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빚어진 민주당과의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시의회 민주당 측은 인사청문위원회 구성 절차와 인원 구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청문위원회 보이콧(불참)을 선언하고 국민의힘과 강대강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장과 국민의힘 소속 청문위원들. 수원특례시의회 제공이와 관련해 김 의장은 "애초 의장단 회의에서 청문회 뜻을 모으고 이견을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민주당 당론으로 반발을 하니 이해할 수 없다"며 "당 대 당으로 싸우자는 게 아니라 시의회 차원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발전적 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의회와 집행부 간 현안을 놓고 의회 내에서 다툼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의회 '힘의 균형' 초점…영통소각장 분산 이전 방향
국민의힘 20석·민주당 16석·진보당 1석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도 속에서 그는 5선의 베테랑 정치인으로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 의장은 "국힘만의 의장이 아니다"라며 "정쟁을 일삼는 의회가 아닌, 집행부를 견제하는 참된 의회가 되도록 여당과 소통·협치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시를 상대로 비판과 대안 제시 역할을 하려면 시의회부터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심의 역할에만 국한하지 않고 현장에서 정책을 발굴해 시에 적극 제시하는 의회가 돼야 한다"며 "기관장 청문회 제도화를 시작으로 특례시의회 덩치에 맞는 실질 권한 확보를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달 7일 수원특례시의회가 2차 본회의를 끝으로 제370회 임시회를 마무리했다. 수원특례시의회 제공영통2·3동, 망포1·2동을 지역구로 둔 그는 최대 현안으로 영통 폐기물 소각장을 꼽았다. 기존 시설용량을 확대·보수하려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타지역으로 분산 이전해야 된다는 구상이다.
김 의장은 "소각장 대보수 중단은 이 시장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시에서 추진 중인 공론화가 11월쯤 마무리되면 결과에 따라 어떻게 후속 대응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각장 인근 주민들 의견도 분분하다"며 "하루에 쓰레기 600톤을 태우고 있는데 절반가량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구로 분산해 옮기는 게 현실적 대안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