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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들, 美주식도 8조 쓸어담으며 통 큰 베팅



금융/증시

    '동학개미'들, 美주식도 8조 쓸어담으며 통 큰 베팅

    3월 개인 투자자들 해외 주식 8.9조 사들여…전년 동기 대비 4배
    해외 주식 가운데 90.9% 미국 증시로 향해
    코스피 시장에선 11조어치 쓸어담아…99년 거래소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코로나발(發) 개미들의 '주식 열풍'이 거세다. 외국인들이 팔아치우는 주식을 모두 받아낸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통 큰 베팅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증시 뿐 아니라 해외 증시까지 곤두박질치자 저점 매수 기회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어디까지 일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본인 책임을 전제로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개미들 해외 주식 8.9조 사들여, 이 가운데 90% 미국 주식

    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 동안(3월 1일~31일까지) 72억 4천 4백만달러(약 8조 9036억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억달러(약 2조 2122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국내 개미 직구족들은 미국 증시가 다시 오를 거라고 생각하고 미국 종목을 주로 담았다. 국내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액은 65억 8천 9백만달러(약 8조 985억원)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 매수 금액의 90.9%가 미국 증시로 향한 것이다.

    1월 매수액 23억 5515만달러, 2월 매수액 33억 5822만달러와 비교해봐도 2배, 3배 높은 수준이다. 3월 달에는 국내 증시와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도 주요 지수들이 20% 가량 폭락했는데도, 폭락장에서 오히려 더 큰 규모의 순매수에 나선 셈이다.

    가장 많이 산 주식 상위 10개도 모두 미국 주식이었다. 애플 4억 6178만달러, 테슬라 3억 6898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 3억 706만달러, 아마존 2억 8583만 달러 등으로 국내에도 친숙한 기업들이 순위에 올랐다.

    특히 개미들은 미국에서도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애플, 테슬라 같은 친숙한 미국 기업에만 투자한 게 아니라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채권) 상품에도 상당액 투자했다. ETF나 ETN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에 연동해 움직이는데, 레버리지는 여기에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과 차입을 이용해 기초지수 수익률의 2~3배까지 올릴 수 있다.

    3월 한달 동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한 미국 레버리지 상품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다. 3억 8855만 달러(약 4784억 9932만원)를 매수했는데, 전체 해외 주식 상위 종목 가운데 애플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매수 규모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지수의 일일등락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지수가 10% 오르면 30%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30% 떨어진다. 지수가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이란 기대에 '한방'을 노린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2030 비대면 계좌를 여는 개인 투자자들은 등락폭이 심한 국내보다 꾸준히 상승하는 해외 주식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해 지난 해부터 해외 주식에 눈을 돌려왔다. 그러다 코로나19로 폭락장이 이어지자, 비싸서 못샀던 우량주 위주로 주워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걱정하는 게 두 가지"라면서 "첫 째는 경제가 멈추면서 생기는 공백을 정책이 메워줄 수 있느냐인데 각국의 정책들이 재빠르게 나오면서 어느 정도가 신뢰가 생겼다. 두 번째는 코로나로 인한 충격이 계속될까인데 이동 제한을 함으로써 중국처럼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처럼 사태가 큰 경우 단기적으로 바닥을 확인한 다음 곧바로 올라가지 않는다"면서 "단기적으로 샀다 팔았다 반복하게 되면 수수료만 까먹으니, 좋은 기업을 사들였다면 중장기적으로 들고 가는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 개미들, 코스피 시장에선 11조어치 쓸어담아

    개미들은 국내 증시에서도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개인들은 1600대까지 떨어진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치운 주식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동학 개미'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3월 한 달에만 코스피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액은 11조 1869억원이다. 전월 4조 8973억원 대비 2.3배 가량 뛴 수치로, 월간 기준 거래소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은 가격 결정력을 가지기가 어렵다. 외국인이 사야 주식이 오르는 것처럼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가격 결정력을 가진다"면서 "현재는 개인이 사니까 주식이 오르는 굉장히 예외적인 현상이 나오고 있는데 지속되기 어렵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전문가는 "개인들이 40조가 넘는 실탄을 가지고 있다지만, 외국인은 그에 10배가 넘는 자금이 있고 리스크 관리 능력과 정보 분석 능력에서 우위에 있다"면서 "주식에 관심 없는 사람들까지 주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저점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시그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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