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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北 역사에서 가장 센 2인자 되나



통일/북한

    김여정, 北 역사에서 가장 센 2인자 되나

    김정은-김여정, 北역사에서 가장 독특한 권력관계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조직지도부장 대행?
    김여정, 2번의 담화로 '외교안보'도 총괄 가능성
    백두혈통으로서 조직지도부 관여 인물 '김여정' 유일
    '당중앙' 김정일의 길? 김경희의 길? 제3의 길?
    부자·형제관계와 다른 남매관계 '보완·협력'가능
    2인자를 용인하지 않는 北, 장성택 숙청, 최룡해는?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정치적 역할이 올들어 전면화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을 뒤에서 보좌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북한 권력 2인자로 부상 중이다.

    두 번의 계기가 있었다.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임명됐다. 이어서 올 3월에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명의로 두 차례 담화를 냈다.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이 연말 전원회의를 거쳐 다시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하니, 북한내 최고 핵심부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어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이 지난 2월말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부정부패 등의 이유로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됨에 따라 김여정이 제1부부장으로서 사실상 조직지도부장을 대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추가됐다.

    두 차례의 담화는 북한의 군사 훈련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강하게 비난하는 담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 보낸 친서를 평가하는 담화였다.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함으로써 자신을 한미 정상급의 반열에 올려놨다.

    수령의 유일영도체계 실현을 보장하는 당 조직지도부는 통상적으로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대한 담화를 내지는 않는다. 이는 선전선동부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두 차례의 담화는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역할도 부여됐음을 뜻한다.

    이른바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라고 하는 김여정의 소속과 직책, 역할에 대해서는 현재 정보당국도 특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가지 가능성이 나온다.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특정부서에 속하지 않고 외교안보 현안도 총괄하는 김정은 위원장 직속의 '제1부부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서 조직지도부장을 대행하면서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나 외교안보 총괄조직을 겸임할 가능성 등 이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여정의 소속과 직책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그의 정치적 역할이 올 들어 질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김 위원장의 주요 현지지도를 수행하면서 북한 내 권력 2인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여정의 권력은 백두혈통에서 나온다. 김여정 자신의 실제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수령제 사회인 북한에서 백두혈통은 면책특권이 있다. 어떤 말을 해도 된다. 상호 모순되는 말을 해도 해석이 뒤따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나'라는 1인칭을 사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개인적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백두혈통인 김경희는 지금까지 건재하고, 남편 장성택은 숙청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두혈통 김여정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서 리만건 해임 이후 사실상 조직지도부장 역할을 대행한다면 그 의미는 비상하다. 조직지도부는 북한 내 모든 간부에 대한 인사권, 검열권, 보고권을 쥔 최고의 권력기구이다.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담화 발표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역사에서도 수많은 권력 2인자가 명멸했다. 김영주, 김성애와 김평일, 김경희, 장성택 등이 한 때 그런 2인자였다. 그러나 김여정의 활동반경과 위상에 비교할 바가 못 된다는 평가이다.

    김영주는 1960년 9월부터 73년 9월까지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활동했다. 한 때 후계자로 정해졌다고는 하나, 김일성 총비서의 절대적인 위세 속에 신경계통 질환까지 앓아 큰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조카 김정일과의 후계경쟁에서 패배했다.

    김일성 주석의 두 번째 부인인 김성애는 1970년 조선민주여성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다. 북한 매체가 1974년 김성애를 '존경하는 여사'라고 칭하고, '김성애 여사를 따라 배우자'는 운동이 있었을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아들 김평일의 후계자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측근 비위로 권력을 잃고 곁가지로 분류돼 평생 힘을 쓰지 못했다. 전성기 때도 여맹 중심의 일에 국한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백두혈통인 김경희는 김여정과 달리 김정일 위원장의 주요 현지지도를 수행하지 못했다. 직책도 당 경공업부장이라는 제한된 영역에 그쳤다. 김정일 시대 북한은 문화적으로 여성이 앞서 나가기 어려운 사회였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편인 장성택을 중용했기 때문에 김경희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기도 어려웠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경희와 장성택을 합해야 현재 김여정의 활동 반경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김여정의 권력관계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김일성-김정일의 관계를 꼽는다.

    김정일은 1973년에 당 조직지도부장, 74년 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에 오르면서 후계자로 내정됐다. 이 때부터 '당 중앙'으로 불렸다. 이어 80년 6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선출돼 후계자로 공식 지명됐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로 불리며 아버지 김일성과 공동통치 시대를 열었다.

    권력은 나눌 수 없다. 북한에서 2인자는 용인되지 않는다. 장성택이 그랬다. 그러나 운명공동체 관계에서는 다르다. 수령과 후계자의 공동통치가 가능하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관계처럼 김정은과 김여정도 백두혈통 운명공동체이다.

    그렇다면 김여정은 과연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당 중앙'으로 불리며 후계자로 나선 김정일의 길인가?, 김경희의 길인가?, 아니면 제3의 길인가?

    '당 중앙'은 조직으로서 당 조직지도부의 수장을 의미한다. 현 시점에서 백두혈통이자 당 조직지도부에 관여하는 사람은 김여정이 유일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이승열 입법조사관은 김여정의 정치적 지위 강화와 관련해 최룡해의 동향에 주목한다.

    최룡해는 지난 2017년 10월 당 조직지도부장 임명이후 황병서 총정치국장,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상 등 경쟁관계에 있던 핵심간부들의 숙청을 주도했다. 최룡해의 영향력 확대 결과 2020년 1월 기준 최소 당 정치국 위원(상무위원 제외) 14명 중 8명, 정무국 11명 중 6명이 최룡해와 직연(職緣)으로 직접 연결된 핵심 간부로 파악됐다.

    이승열 입법조사관은 "최룡해의 위상 강화는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견제로 나타나 2019년 4월 제14기 제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최룡해를 조직지도부장 대신 명목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임명하고, 이어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여정을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조직지도부)에 임명했다"며, "이는 최룡해-리만건으로 이어진 조직지도부에 대한 백두혈통의 통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조사관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로 인민들 사이에서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거세게 제기된다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북한 권력의 2인자인 최룡해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해 필요한 경제난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매관계는 부자관계나 형제관계와 다르다. 운명공동체이지만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사이에는 평생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이 있었다. 김정일의 동생 김평일은 해외를 떠돌았고, 김정은의 형 김정남은 해외에서 살해됐다. 그러나 남매사이에는 보완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평가이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통치를 일정부분 도와주는 개념보다는 공동의 디자이너로서 함께 통치를 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 자제들이 앞으로 후계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연령대가 어려 김 위원장의 유고 등 긴급사태시 대응할 수 있는 1순위는 김여정"이라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김경희처럼 김 위원장의 자제들이 추후에 후계자로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후견인의 역할도 김여정이 최적격"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남매 공동통치라는 표현이 꼭 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김여정이 일정한 역할을 떠맡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군대와 경제 분야는 김 위원장이 직접 챙기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등 대외분야는 여동생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분담 방식"이라며, "김여정의 역할이 김경희의 역할보다 훨씬 더 크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집권 초기 테크노크라트를 적절하게 활용하던 김 위원장이 결국 여동생 김여정의 정치적 지위를 강화하는 등 백두혈통의 절대 권위를 통치에 활용하는 쪽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북한 지도층이야 운명 공동체이니까 통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이런 통치 체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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