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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정 "'이장', 90년-00년생도 공감할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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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민정 "'이장', 90년-00년생도 공감할까 궁금했다"

    [노컷 인터뷰] '이장' 금희 역 공민정 ①

    지난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영화 '이장' 금희 역 배우 공민정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 영화 '이장' 내용이 나옵니다.

    2018년 가을이 될 즈음 작품을 제안받았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고, 대사를 소리 내서 읽어보기도 했다. 그만큼 몰입했다. 가족 이야기이고,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법한 공감 가는 이야기라서 끌렸다. 공민정이 영화 '이장'(감독 정승오)에 합류한 계기다.

    지난 25일 개봉한 '이장'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흩어져 지낸 오 남매가 오랜만에 모이며 세기말적 가부장제와 작별을 고하는 이야기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누나고, 막내 남동생이 있는 오 남매 중 공민정은 셋째 금희 역을 맡았다. 조카 동민(강민준 분)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만큼 친화력이 좋고, 부딪히는 걸 꺼리는 금희는 곧 결혼을 앞둬 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영화 개봉 하루 전인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에서 배우 공민정을 만났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공감했다는 그는, 다른 사람도 이 이야기에 공감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공감돼서 마음 뺏긴 '이장', 가장 감정이 올라왔던 대사는

    '이장'은 가족 이야기다. 오 남매가 중심이지만 첫째 혜영(장리우 분)의 아들 동민도 나오고, 큰집 어른들도 나온다. 누나 넷은 아버지 묘를 이장하러 오면서 '장남'도 없이 왔다며 한 소리를 듣고, 다시 '장남' 승락(곽민규 분)을 찾으러 쭐레쭐레 돌아간다. 이미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엮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준다.

    2018년 가을에 작품을 받고 앉은 자리에서 읽었다는 공민정은 "가족 이야기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재밌게 봤다"라고 답했다. 아들의 부재를 곧 '일 못 함'으로 인식하는 큰아버지 관택(유순웅 분)의 불호령이 이해가 가느냐고 물었더니 "사실 저희 집은 제사 문화가 아니어가지고 잘…"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민정은 우리나라에 제사 문화가 있고 절을 할 때도 장남 위주로 하며, 주로 여자들이 상을 차리는 건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되게 올드한 소재 같은데 여전히 깔려있는 문화라는 점에선 공감했다. 너무 깊숙하게 고착화돼 있으면 의심하기가 어렵지 않나. 너무 자연스러우니까"라고 전했다.

    '세기말적 가부장제에 작별을 고한다'라는 메인 카피에서 알 수 있듯, '이장'에는 가부장제에 기반한 생각과 언행이 자주 등장한다. 가장 고루하고 보수적으로 그려지는 관택이 하는 대사들이 특히 그렇다. 혹시 어떤 대사나 장면을 보고 감정이 가장 올라왔냐고 묻자, 공민정은 '엄마가 절대 아빠와 합장하지 말라고 했다, 죽어서까지 시집살이하기 싫다고'라고 했던 혜연(윤금선아 분)의 대사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근데 이걸 2000년생이나 90년생 분들도 공감이 될까 궁금하긴 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5일 개봉한 '이장'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흩어져 지낸 오남매가 오랜만에 모이며 세기말적 가부장제와 작별을 고하는 이야기다. (사진=영화 '이장移葬' 제작위원회 제공)

     

    ◇ 공민정이 말하는 '금희'

    금희는 오 남매 중 셋째다.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연인과 결혼을 앞둔 상태다. 공민정은 "금희는 가장 중간에 낀 인물이다. 위로도, 아래로도 눈치를 보고 살았던 것 같다. 중재자의 역할을 해 왔고"라며 "워낙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싫어해서 유머나 장난으로 넘어가고 싶어 하는, 가장 평화주의자인 인물이기도 하다. 다른 남매들과 가장 많은 소통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고,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본인 의견을 넣어 금희 캐릭터를 발전시킨 부분이 있냐고 물었더니, 공민정은 "감독님께서 캐스팅할 때 본인이 생각하는 금희의 기질이나 요소를 제게서 보신 것 같다. 제가 금희처럼 산다 이런 건 아니었지만, 금희가 가지고 있을 법한 기질을 끄집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래서 새롭게 뭘 더하진 않았다. 감독님 머릿속에 금희 캐릭터가 구체화돼 있었다. 금희가 어떤 인물이다, 하는 얘기를 많이 듣고 그런 지점을 찾고 같이 만들어나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캐릭터의 큰 줄기는 건드리지 않았지만, 공민정의 아이디어를 담아 재미있게 표현한 장면은 있다. 통 연락이 안 되는 승락과 전화하는 시늉을 하며 다른 자매들을 속이는 것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뻥이야!" 하고 까르르 웃으며 장난치는 느낌이었다고.

    공민정은 "장난을 발산하는 거로 나와 있었다, 처음에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땐 아예 대놓고 까부는 것보단 약간 반전이 있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더라. 그래서 그 부분은 만들어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의 숨은 공신은 동민 역 강민준이었다. 극중 동민과 가장 잘 놀아주는 이모인 만큼, 촬영 현장에서도 공민정이 곁에서 제일 자주 놀아주다가 그만 웃음이 터진 일화가 있었다. 강민준이 질문하면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자 계속 답을 하던 공민정이 "뻥이야~" 해 버렸다. 그는 "너무 몰아붙이니까 (그전에는) 안다고 했던 걸 갖고 뻥이라고 한 것"이라며 웃었다.

    강민준의 순수한 집요함 덕분에 '뻥이야~' 하는 순간이 발생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배우들도 빵 터졌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재미있다며 힘을 실어준 덕에, 공민정은 '뻥이야' 씬을 더 맛깔나게 소화할 수 있었다.

    공민정은 '이장'에서 오 남매 중 셋째 딸 금희 역을 연기했다. (사진=영화 '이장移葬' 제작위원회 제공)

     

    ◇ '금희'의 눈으로 바라본 언니 동생들

    '이장'은 오 남매의 관계성에서 주는 웃음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게 엮이느냐에 따라 나오는 말과 행동이 달라지고 분위기도 제각각이었다. 금희 입장에서 본 사 남매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가족이 같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됐잖아요. 첫째 언니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장녀로서 항상 책임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무뚝뚝하고 말도 없고, 뭔가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근데 금희는 (언니가) 힘들어하는 걸 아니까 그런 부분을 뒤에서라도 챙기려고 해요. 큰언니가 무슨 말을 하면 거기엔 토를 안 달죠.

    둘째 언니(이선희 분)는 가장 만만하게 생각한 유일한 인물? 바로 위에 있는 언니니까요. 뭘 하든 만만했죠. (웃음) 내가 동생이지만 (둘째) 언니는 언니로 안 봤어요. 그만큼 친하기도 하고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언니는 되게 이해타산적인 인물이 된 거예요. 가장 가치관 안 맞는 게 돈이고요. 전 결혼만큼은 좀 (돈이) 부족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하는데, 언니는 그런 나를 이해하기보다는 한심하게 생각해요. 그게 제가 조금 불편하고 서운하게 느끼는 지점이죠. 가치관이 다르니 어느 정도 거리감이 생겼고요.

    마지막 아들을 낳기 위해 딸을 낳았다는 걸 생각하면 넷째도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넷째만큼은 아들이었으면 좋겠는데 또 딸을 낳았네?' 하는 생각이 있었을 것 같아서요. 그 친구도 속에 상처가 많고 쌓인 게 많아요. 열등감도 크고요. 억눌린 게 하도 많아서, 실제 본인은 여려도 (표현이) 과하고 공격적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전 언니로서 얘가 어떤 앤지 아니까 바라봐주고 챙겨주려고 했던 것 같고요. 넷째 생각하면 좀 짠하달까요? 티를 많이 내진 않지만 옆에서 응원해주는 동생이었던 것 같아요.

    막내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할머니, 할아버지, 큰엄마, 큰아빠가 너무 좋아하고 예뻐했던 아이여서… 그런 대사도 있잖아요. '나는 승락이 옷도 입었다'고."

    극중에서 금희는 둘째 언니 금옥에게 반말하고, 혜연은 자신을 제외한 사 남매에게 모두 반말을 한다. 이런 설정에 공감이 갔냐고 묻자, 공민정은 "저는 남동생만 있어서 '자매들끼리는 저렇게 반말하나?' 했는데, 관객분들이 그러시더라. (나이 터울이 얼마 안 될 때) 언니라고 하는 경우가 어딨느냐고. 니 아니면 너라고, 진짜 우리 집 같다고 공감이 많이 됐다고 하셨다"라고 전했다. <계속>

    배우 공민정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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