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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슈퍼부양책 비웃는 국제유가…빅3 '석유패권' 갈등



경제정책

    美 슈퍼부양책 비웃는 국제유가…빅3 '석유패권' 갈등

    미국, 코로나에 맞서 2700조 원 규모 부양책
    슈퍼 부양책에도 국제유가, 증시는 추락
    산유국 빅3 갈등이 국제유가 끌어내려
    美 견제하는 러시아…사우디도 러시아에 반발
    ①코로나19 확산에 기름 수요 점점 줄어
    ②러시아와 사우디, 미국 '유가전쟁'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등에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인공호흡기 생산을 강제하는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정식 발효됐다. 약 2700조 원 규모인 이번 부양책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부양책보다 크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이를 비웃듯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 기름값의 기준점이 되는 서부텍사스유(WTI)는 오히려 추락을 거듭해 10달러 대가 뚫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이 저유가에 취약하기에 미국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각국 공장이 멈춰서면서 기름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데다 '석유 패권'을 두고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사우디는 "러시아와 원유 감산 협상을 진행한 바 없다"고 밝히며 증산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슈퍼부양책 발효…WTI는 24.49→ 22.60→ 21.51

    미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미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킨 지 이틀 만인 27일(현지 시간), 미 하원도 법안을 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곧장 서명식을 진행하면서 부양책은 매우 신속하게 발효됐다.

    부양책 규모도 미국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총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이번 부양책의 전체 금액은 2조 2000억 달러(한화 2700조 원)에 달한다.

    부양책은 의료 지원 등에도 쓰이지만 기업과 근로자, 일반 가계에도 대거 투입된다. 기업에 5000억 달러(610조 원)를 투입하고 중소기업 구제에 3670억 달러(448조 원), 실업수당 강화에 2500억 달러(305조 원)를 쓴다.

    현재 미국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도산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국제유가와 미국증시는 오히려 추락했다. 국제유가는 추락을 거듭하며 20달러 초반대로 다시 떨어졌다. 당장 10달러 대까지 깨질 것이란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북미지역 기름값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서부텍사스유'는 지난 26일 7.71% 급락해 배럴당 22.6달러에 거래된 데 이어 27일에도 4.82% 하락해 배럴당 21.51달러까지 떨어졌0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하락해 각각 24.93달러, 33.91달러에 거래됐다.

    ◇ "감산 없다"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추락 가속도

    국제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는 없는 상황에서 공급이 비정상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현상으로 각 나라가 서로의 국경을 닫으면서 인적 이동과 물류 등이 모두 끊기고 있다. 글로벌 생산 공장도 동시에 멈춰서면서 기름 수요가 크게 줄었다. 특히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인도가 지난 25일, 전국을 봉쇄하며 현지 공장이 모두 멈춰섰다.

    이처럼 수요 급감 상황 속에서 '석유 패권'을 두고 벌어진 미국과 러시아, 사우디의 갈등은 국제유가 추락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세계2위 산유국)와 러시아(세계3위 산유국)는 감산 협상을 적절히 진행하며 국제유가를 배럴당 50~60달러 선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감산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사이 미국은 셰일오일 증산을 앞세워 산유국 1위에 올랐다.

    결국 러시아 입장에선 감산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셰일오일을 앞세워 산유국 1위에 오른 미국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자신들과 사우디가 감산으로 적절한 원유 가격을 유지해놓으면 그 열매는 모두 미국이 가져간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년간 감산 정책을 실시하며 산유량과 국제유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왔지만 미국은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사이 미국은 셰일오일을 앞세워 세계 1위 산유국으로 올라섰고 이에 러시아는 ‘감산 정책이 미국 셰일오일 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 판단하고 있다.(그래픽=김성기PD)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국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원유 판매로 충당하고 있는 사우디는 코로나19로 추락하는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 3월 초, 러시아에 추가 감산을 제안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미국도 참여하지 않는 감산에 애써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넘어 이번 국제유가 폭락장을 통해 미국 셰일오일 기업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저유가 흐름이 셰일오일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표면 깊숙이 있는 퇴적암에서 뽑아내는 셰일오일은 생산 방식이 까다로워 다른 원유에 비해 생산비용이 많고 손익분기점이 높다.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44.9달러 수준으로 추정돼 사우디와 러시아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금처럼 20달러 대의 국제유가 흐름 속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인 것이다.
    미국은 셰일오일의 생산성을 높여 손익분기점을 꾸준히 내려왔지만 지금도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여전히 높다. 저유가 국면이 미국 셰일오일 산업에 치명적인 이유다.(그래픽=김성기PD)

     


    이처럼 러시아가 미국을 겨냥해 추가 감산을 거부하자 사우디도 되레 증산을 결정했다. 모두 감산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우디도 자신들만 감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사우디의 실질적 권력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왕위계승을 앞두고 있어 석유 경쟁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정치적 이해관계도 작동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의 한 관리는 한국시간으로 28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사우디와 러시아 에너지부는 그간 접촉하지 않았다"며 "원유 시장 균형 문제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해 감산은 없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 투자사, 증권사도 국제유가 가격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저유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코로나19가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돼 원유 수요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원유 재고는 2분기 초에 최대치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한상원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감산 합의 실패 후 사우디와 러시아의 치킨게임이 전개되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하락했고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올해 1분기에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1조 700억 원, 6661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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