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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인증에도 불 붙이면 '화르륵'…불량 단열재 유통 여전



사건/사고

    KS인증에도 불 붙이면 '화르륵'…불량 단열재 유통 여전

    • 2020-03-30 05:00
    2017년 제천 화재부터 지난해 포항 초등학교 화재까지 단열재로 인한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실제 상당수 공사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량 단열재가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사고 이후 관계기관이 기준을 강화했지만, 제조사들의 '꼼수'로 불량 단열재의 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S 인증 단열재…실제로는 6개 중 5개 '불합격'

    문제가 된 단열재는 국내 단열재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발포폴리스티렌(XPS). 단열성과 경제성이 뛰어나 아파트 등 건설현장의 벽과 지붕, 천장 등에 시공된다.

    XPS는 인화성이 높은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불이 붙어도 스스로 꺼지는 '자기소화성'을 갖춰야만 KS인증을 받고 유통될 수 있다. 공사 현장의 용접 불티 등이 쉽게 착화되는 만큼 스스로 불을 꺼트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단열재의 '자기소화성' 시험과정(사진=자료사진)

     

    하지만 30일 CBS노컷뉴스가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를 통해 입수한 시험보고서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KS인증 XPS 단열재 6개 제품 중 5개가 자기소화성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일정한 크기의 단열재에 불을 붙였을 때 △120초 안에 불이 꺼져야 하고 △불이 태운 길이가 60mm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기준에 미달한 것이다.

    단열재에 붙은 불꽃이 스스로 꺼지기는커녕 단열재 시료를 모두 태운 사례도 6개 중 절반이나 됐다. 5번에 걸친 연속 시험에서 2분 내에 6cm까지만 태우고 불이 스스로 꺼진 사례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해당 제품들은 현재도 아파트와 학교, 병원 등 전국의 공사 현장에 실제 납품됐다.

    시험에 쓰인 단열재가 모두 자기소화성에 대한 KS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 단열재가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다.

    ◇제조사, 생산원가 줄이려 '꼼수 유통'

    이유로는 XPS 제조사들의 '꼼수 유통'이 꼽힌다. 제조사들이 인증 심사기준을 통과한 후에는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난연제의 함량을 줄인 채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단열재가 벽 사이에 시공된 모습 (사진=자료사진)

     

    이러한 불량 단열재 유통은 한두업체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단열재 관련 화재를 수사해온 현직 검찰수사관이 단열재 자기소화성에 대한 실험을 통해 법률 개정을 제언하는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해당 논문은 "자기소화성이 없는 외벽 단열재의 착화와 화염확산으로 대량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고의로 인증심사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한 것이 확인됐을 경우 인증기관이 관련기관에 고발해야 하는 의무 및 엄격한 처벌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걸려도 행정처분‥단속 사각지대 여전

    KS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시판품 조사 등을 통한 사후관리감독을 진행한다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산자부 관계자는 "KS품목이 800여개가 되는데 정기적으로 일부 제품에 대해 시판품 조사를 하고 있다. 인력과 예산에 따라 언론이나 국민신문고 등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에 대해 우선적 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또 시판품 조사 결과 부적합 제품의 경우에도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에 그치고 있어서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방청 화재조사대응팀 김효범 소방령은 "단열재 시공 후 용접작업 중 화재로 이어지는 사고가 천안, 세종, 포항 공사현장 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인증을 받았다 해도 실제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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