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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에게 대중성 잡는 비결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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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에게 대중성 잡는 비결을 물었다

    [노컷 인터뷰]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②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을 만났다. (사진=황진환 기자)

     

    ※ 영화 '정직한 후보'의 내용이 나옵니다.

    장유정 감독은 영화감독이 되기 전 공연계에서 다양한 작품을 히트시킨 각본가이자 연출가다. 첫 영화 '김종욱 찾기'와 두 번째 영화 '부라더'는 자신이 각본을 쓴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형제는 용감했다'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에 대한 가슴 떨리고 또 아련한 기억을 잘 담아낸 로맨틱코미디로 사랑받았고, 마동석-이동휘-이하늬가 출연한 코미디 '부라더'는 개봉 9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영화 연출자 데뷔 전 그가 올린 공연, 그리고 '김종욱 찾기', '부라더', '정직한 후보'까지. 장유정 감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재미나게 풀어낸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인터뷰를 한다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대중성을 잡는 노하우가 있느냐고.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정직한 후보' 반응이 전반적으로 좋아서 다행이라면서도 "(제가) 누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는 없다. 대중의 심리란 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은 좀 (내려)놨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왜'(why)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 촬영 현장에서 가장 웃음이 많았던 이유

    3선 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의 곁을 지키는 노련한 보좌관 박희철 역의 김무열은 장유정 감독이 웃음이 후하다고 전한 바 있다. 라미란은 장 감독과 자신의 웃음 코드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이게 왜 웃기는지' 혹은 '왜 안 웃기는지' 의아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장 감독은 "잘 웃는다, 원래. 촬영할 땐 많이 웃었는데 편집할 땐 하나도 안 웃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이) 안 웃고 있으면 배우들이 얼마나 의기소침하겠나. 물론 웃기니까 웃었다. 웃는 종류는 많았다. 황당해서 웃기도 하고 사랑스러워서 웃기도 하고. 배우 입장에선 (감독이) 안 웃는 것보단 웃는 게 좋다고 하더라. 전 잘 웃는다"라고 설명했다.

    대놓고 웃기는 주상숙 역의 라미란은 오히려 잘 안 웃는다고. 장 감독은 "미란 언니는 잘 안 웃고 원래 성격 자체가 무던하시다. 주상숙이란 캐릭터와는 잘 안 맞는다. 큰 어른 같고, 차분하다"라고 덧붙였다.

    '정직한 후보' 스틸 (사진=㈜수필름, ㈜홍필름 제공)

     

    '정직한 후보'가 원톱 영화이다 보니, '라미란 원맨쇼 영화'로 인식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힘은 배우들의 '찰떡같은 호흡'에 있다. 장 감독은 박희철 역 김무열을 한 예로 들었다. 장 감독은 "액터라는 말 자체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반응하는 자라는 뜻에서 왔으니, 리액팅이 되게 중요한 것"이라며 "(김무열이) 과하지 않게 섬세하고 다양하게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무열이 뭔들? 이런 생각도 든다"라고 웃었다.

    "사실 균형 잡는 건 쉽지 않았어요. 코미디에서 누군가가 너무 오버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 안 보는(한 공간에 없는) 상황에서 연기할 때도 있었는데 배우들이 굉장히 적극적이었어요. 머릿속으로 이해가 안 되어도 일단 몸으로 하더라고요. 감독 말을 신뢰하고요. 두 가지 밸런스가 되게 좋았어요. 배우들끼리도 신뢰도가 높았고, 저도 배우들에게 보내는 신뢰도가 높아서 작업하는 데 보람이 있었어요."

    ◇ 장유정 감독이 밝힌 '정직한 후보'의 숨은 1㎝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이지만 가볍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가 포진해 있다. 어쩌다가 '죽은 사람' 처리된 할머니 옥희(나문희 분)와 주상숙의 이야기는 감동 코드에 가깝고, 옥희 재단 산하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1인 시위 장면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반영한 시사적 내용이다.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옥희의 이야기가 코미디에 제동을 걸까 봐 걱정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장 감독은 "걱정은 따로 안 했고 울리지는 않으려고 했다. 울리려고 했다면 할머니가 죽기 전에 손가락 욕을 안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의 음악을 굳이 쓰지 않았고, 병실 장면도 비교적 환하게 색을 보정했다.

    장 감독은 "코미디가 끊어질 것을 염려하지는 않았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긴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싶고. 정치를 너무 소모적으로 다루고 싶진 않았다. 웃기냐 안 웃기냐로만 가고 싶진 않았다. 제가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이걸 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유권자고 영화 보는 것보다 정치적 뉴스를 접하는 게 익숙한 사람들이다. 정치를 하나의 소재로만 쓰고 싶지는 않았고, 생각할 부분을 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옥희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다가 기준 학점에 못 미치면서 자살 시도를 한 학생이 있고, 그 어머니가 1인 시위를 하는 에피소드는 그런 생각으로 들어갔다. 장 감독은 "주상숙이 쇼만 하다가 진짜로 (옥희 재단) 자료를 쫙 깔고 보는 장면이 있지 않나. 1인 시위자를 마주했을 때, 맞을 수도 있고 무서울 텐데 그 앞에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치인들의 사과를 무수히 보죠. (주상숙은) 아무도 보고 있지 않고 카메라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 대 인간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통감하고 고개 숙여서 진심 다해 사과를 해요. 그게 진짜 정직이고 용기라고 생각했어요. 이 장면이 다행히 블라인드 시사에서 (별점) 4.0이 나와서 안 잘렸어요. (웃음) 시간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질 수 있는데 좋게 봐주신 분들, 블라인드 시사 때 계셨던 분들께 감사드려요. (웃음)"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정직한 후보'는 장 감독의 세 번째 개봉작이다. 왼쪽부터 '김종욱 찾기', '부라더', '정직한 후보' (사진=각 제작사 제공)

     

    시사성 강한 영화를 하고 싶을 때 '정직한 후보'를 만났으나, 정작 장 감독은 이 영화가 '시사성 강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평소에도 기사 찾아보는 걸 좋아하고, 언론 대학원도 다니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는 본인의 성향이 반영됐다. 다만 이건 '코미디'이지 '정치'에 방점을 맞춘 게 아니라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설정은 애써 피했다. 장 감독은 "어떤 정당을 모티베이션했다, 비판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런 건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주상숙이 속한 정당 색을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 원내 정당의 고유색은 다 배제했다. 그러나 기존 색까지 다 뺄 순 없었다. '좋은 상징색은 기억에 남아야 한다', '신호등 안에 있으면 좋고 최소한 무지개 안에 있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고른 색이 보라색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빨간색과 파란색을 섞은 보라색. 장 감독은 "극단에 있는 색을 섞은 보라색은 '고귀함'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가 위정자에게 바라는 가치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 'How'는 힘들지만, 'Why'에 관심 많아

    '김종욱 찾기', '부라더', '정직한 후보'까지 '대중성 있는 영화'를 계속해서 내놓은 장유정 감독에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 즉 대중성에 가닿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물었다. 장 감독은 사람마다 다채로운 취향을 가진 것을 전제하면서, "저는 '와이'(Why)에 정말 관심이 많다. '하우'(How)는 찾기가 힘들다"라고 말을 이었다.

    장 감독은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사람은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는 걸까?', '왜 이 말을 하는 걸까?' 물어야 한다고 본다. 시선이 여럿일 수 있는데 저는 다각도로 (입장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라며 이번 취재 때도 여러 매체를 동시에 봤고, 적어도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는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 생각 먼저 들어보기'도 그의 작업 방식 중 하나다. 장 감독은 "저희 회의할 때도 제 생각 먼저 얘기 안 한다. 다들 한 표씩 있어야 하는데 최종 결정권자가 같이 있으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니까, 마지막에 손든다. 그게 제 조그마한 배려다.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지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많은 영화 개봉 일정이 미뤄졌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예정된 12일에 개봉했다.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개봉 11일째인 22일까지 130만 5019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모았다. 속도는 조금 더뎌도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향해 착실히 달려가고 있다.

    "모두가 (한) 영화를 좋아할 순 없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았어요. 코미디 영화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굉장히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특히 배우들의 연기 합, 정치 풍자 수위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끝>

    장유정 감독이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진행한 포토 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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