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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중단' 7월에도…산업은행 '라임 펀드' 팔았다



금융/증시

    '판매 중단' 7월에도…산업은행 '라임 펀드' 팔았다

    "확정금리형 채권이라고 안내, 상품 설명서 한 장도 못받아”
    산업은행 "우리도 사기 당해...고객 배상은 법률 검토해야"
    금감원 관계자 "시중은행들 다 판매 중단했는데 7월 판매 놀라워"

    (일러스트=연합뉴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잖아요. 시중은행도 못 미더워서 산업은행에 돈을 넣어두는건데. 확정금리형 채권이라고 팔았다고요. 심지어 상품 설명서 한 장도 없었어요"

    "라임 사태 라고 뉴스에 나올 때도 어머 저런 문제가 또 터졌네 했는데, 갑자기 은행에서 전화가 오더니 환매가 중단됐다고 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통장을 열어봤더니, '라임'이란 글자가 보이는 거에요. 라임이란 게 과일 이름인 줄 알았지 어떻게 알아요."

    50대 주부 A씨는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의 한 지점에 방문했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던 A씨에게 은행원은 "확정금리형 채권"이라고 소개하며 라임 펀드를 권유했다.

    A씨가 채권으로 알고 가입했던 상품은 펀드였다. 상품명은 '라임레포플러스 9M 전문투자형 사모KD-1호'. 펀드 2개에 분산 투자를 한 상품인데 ①라임레포우량채권펀드 40%, ②라임플루토 FI-펀드 60%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라임플루토 FI' 펀드가 바로 대규모 환매 정지된 문제의 펀드. 손실율은 46%에 달한다.

    자료=제보자 A씨가 문제가 터지고 난 뒤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상품 안내서. A씨 제공

     

    문제가 터지고 나중에야 은행에서 받은 '투자상품 안내서'에는 해당 상품을 "채권 등 확정금리 자산에 분산 투자해 만기 때 연 4.0%를 지급한다"고 써 있다. A씨를 포함해 산업은행에서 라임 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20여명, 여기에는 89세 할머니도 포함돼 있다.

    산업은행은 판매사인 자신들도 자산운용사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이 어떻게 국책은행이 깡통 펀드인 라임 펀드를 판매하냐고 항의하자 "운용사가 제대로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 쪽에서 사기를 쳐서 그렇다"며 책임을 운용사에 미뤘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인 건 산업은행이 이같은 펀드를 판매한 시기다.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 우리은행도 4월에는 문제를 인지하고 판매를 중단했고,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도 잇따라 해당 상품을 팔지 않았다.

    게다가 자산운용 시장 쪽에선 라임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파다한 시점이었다. 6월에는 금감원이 라임 운용에 대한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7월에 라임 펀드를 팔았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문가로 구성된 상품선정위원회가 운용위원회를 통해 상품 판매를 결정했고, 그 근거는 100% 확정금리형 사모사채와 유동화 증권이라는 자산운용사의 자료였다"면서 "나중에 금감원 결과를 보니 운용 기준과는 다르게 파생상품에 투자를 한 것으로, 판매처인 우리도 속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은행들은 해당 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한 시점인데 자산운용사에 확인을 해봤냐는 질문에는 "라임에 대한 의혹이 있었고 운용사 평판 리스크 차원에서도 문의를 했지만, 라임 측에서 거절했다"며 "두 달 뒤에 자료를 준다고 했는데 그때도 주지 않았고 10월에 환매 중단됐다. 판매사가 요청하면 운용사가 자료를 줘야 하는 의무가 당시에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에 대한 배상과 관련해서는 펀드 자체가 폐쇄형이고 만기 전이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기 힘들고, 법률 검토 등을 거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백화점에 가서 썩은 사과를 사도 백화점이 바꿔주지, 농부를 찾아가서 바꾸느냐"면서 "거기다 이번 건은 사과를 달라고 했는데 전혀 다른 배를 주면서 그것도 썩은 걸 판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 기준 라임의 173개 자펀드의 판매사별 개인 및 법인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37억 어치의 펀드를 팔았고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에 대한 판매액은 3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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