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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푸라기라도…', 예상을 영리하게 비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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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지푸라기라도…', 예상을 영리하게 비틀다

    [노컷 리뷰]

    19일 개봉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도입부터 카메라의 시선이 또렷하다. 묵직해 보이는 명품 백의 뒤를 따라가면서 시작한다. 가방을 들고 온 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방은 허름한 한 목욕탕 사물함에 들어가고 문은 닫힌다.

    누군가의 팔자를 펴 줄 만한 큰돈이 든 돈 가방. 각자의 사정으로 돈이 급한 사람들. 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악전고투.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극장에서 몇 번은 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으로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한 김용훈 감독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예상을 비틀거나 깨 버린다. 진부한 그림이 그려질 것 같은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108분을 영리하게 끌고 간다.

    연희(전도연 분), 태영(정우성), 중만(배성우), 순자(윤여정), 박 사장(정만식), 영선(진경), 미란(신현빈), 진태(정가람)에 재훈(김준한), 붕어(박지환), 지배인(허동원), 메기(배진웅) 등 주·조연 할 것 없이 묻히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등장인물들은 깊숙이, 혹은 서로 연결된 지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어렴풋하게 엮여 있어 그 관계성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연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와 미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태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와 중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야기는 다른 결을 띤다.

    영화 중반부를 넘겨서야 등장하는 전도연의 존재는 가히 놀랍다. 전도연이 나오기 전에도 분명 느슨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등장만으로 긴장감과 활력을 더한다. '과거를 지우기 위해 남의 것을 탐내는 술집 사장'이라는 별로 새로운 것 없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강렬하게 인식시킨다. 분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은 허우대만 멀쩡한 호구 역할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며, 신현빈은 극중 가장 감정선이 복잡하고 자주 바뀌는 미란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평소 가장 순박해 보였으나 돈 앞에 맹목적으로 변하는 중만과 깍듯한 듯 보이지만 빚 앞에는 가차 없는 고리대금업자 박 사장은 각각 배성우와 정만식이 연기했기에 조금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연희 역을 연기한 전도연은 중반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만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누가 참말을 하는지 끝까지 알 수 없는 고부 관계를 연기한 윤여정과 진경은 분량이 생각보다도 적어 아쉽다. 파격 변신한 외모보다, 무모하고 순수했던 초반과 겁에 질린 후반의 온도 차를 보여준 정가람의 '연기'가 더 반가웠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갖고 가는 무거움을 비교적 가볍게 만드는 역할은 박지환이 해냈고, 사람 가려가며 자신의 위치 짓기에 골몰하는 얄미운 지배인 역 허동원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란의 남편 재훈 역 김준한은 노골적인 폭행 신(scene) 없이도 기분 나쁜 위압감을 스크린 밖으로 내뿜었다. 대사 한마디 없이 공포를 자극하는 배진웅은 신 스틸러 그 자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지만, '끔찍함의 전시'라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아 비위가 강하지 않은 사람도 견딜 만하다. 연출도, 연기도 잘 빠진 범죄 스릴러.

    19일 개봉, 상영시간 108분 34초,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 스릴러·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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