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에서 한 상담원의 책상 위에 응대요령이 적힌 종이가 놓여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 콜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담원들 외에도 보건·의료 등 전문인력 19명이 상주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평소에 하루 400건 정도 들어오던 콜 숫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많으면 50배까지 늘었다. 1339 콜센터 상담 인원도 19명에서 188명으로 늘었다. 유관기관 상담센터까지 합치면 596명. 하루 30건이 조금 넘는 셈이다.
취재진은 11일 오후 감염증 관련 전화상담을 맡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를 찾아 관계자들을 만났다.
"원래 3월은 개학 시즌이라 예방접종 문의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문의를 받으면 오히려 좋다"는 박혜미 콜센터장은 "9시부터 18시, 12시부터 21시, 21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3개 조로 운영하던 근무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7개 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콜센터 강장훈 과장은 가장 많이 접수되는 내용은 '불안감과 우려'라고 말했다. "중국에 방문하지 않았는데 증상은 있는 분들이 '괜찮은 것인지, 일반 진료를 받으면 되는지, 선별진료소에 가야 하는지' 질문하신다"며 "중국 방문 이력이 없거나, 접촉력이 없는 부분을 탐색 질문하고 '아니다'는 답변을 받으면 일반 병원에서 진료하도록 안내해 드린다"는 게 강 과장의 설명이다.
박혜미 콜센터장 또한 "지금은 절기상 인플루엔자나 감기도 유행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커서, 주변에 중국인이 지나가기만 해도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막연한 불안감에 전화를 주시는 사례가 있고, 해소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상담 사례 중에는 빌라 아랫집에 중국인이 입국했는데, 이를 보고 "100일 된 갓난아이가 있어서 걱정된다. 문고리도 휴지로 잡는다"며 전화를 걸어오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박 센터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현재 물건으로 인한 전파 사례는 없으니 안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그 분은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려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상담전화를 응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 콜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상담원들 외에도 보건·의료 등 전문인력 19명이 상주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도 1339 콜센터에 전화를 하곤 한다. 주로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전화를 걸어 오는 횟수는 하루 20~30건. 박 센터장은 "'입국 뒤 증상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오는 경우가 있어, 인적사항을 접수받아 관할 보건소에서 조치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업데이트'도 필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정례브리핑을 매일 진행하고, 지침이나 사례 기준, 생활비 지원과 선별진료소 관련 내용들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평소엔 19명이 모든 전화를 받다가, 증원과 신규 채용 등을 거쳐 지난달 28일 기준 최저 9%를 기록했던 상담요청 처리율은 현재 90%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고충은 여전하다.
박 센터장은 "장난전화나 허위 신고도 있어서 전화는 연결됐는데 '어? 진짜로 되네'하고 끊는 분도 있고, 상담을 다 진행했는데 '거짓말이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며 "정말로 자제를 부탁드린다. 도움을 드려야 하는 분을 놓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강 과장도 "밤 시간에 술을 드시고 전화해 상담원을 괴롭히기도 한다"며 "최대한 얘기를 하다가 길어지면 안내를 드리고 전화를 끊기도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힘든' 전화는 전체의 일부라는 것이 이들의 작은 보람이다. 콜센터 김성신 부문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려를 해 주시거나, '감사하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며 "사명감을 느끼면서 전화 하나하나를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