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해소 때까지 개성연락사무소를 잠정중단하기로 한 지난 30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돌출 변수로 남북협력사업 전망이 불투명지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의 운영이 잠정 중단되는 비상 상황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전화 한 대와 팩스 한 대 이다.
남북은 30일 오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남북 인력이 함께 상주하고 있는 개성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서울 평양 간 직통 전화선과 팩스선 하나를 새로 개설하기로 했다. 연락 사무소에서 남측 인력을 철수시키지만 남북 연락 기능을 살려둔 것이다. 남북은 이날 통신선 연결 뒤 밤 22시 30분께 시험 통화를 거쳐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효과는 30분 뒤에 나타났다. 북한이 이 전화와 팩스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남측에 통보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금강산 시설 철거를 위한 문서 협의를 남측에 요구해왔고, 지난달 말에는 2월까지 남측 시설물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대남 통지문을 발송한 바 있다.
시설 철거 압박 공세를 계속하던 북한이 일정 연기를 통보함에 따라 이 문제는 일단 급한 불은 끄고 시간을 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남북은 개성 공동 연락사무소의 기능을 대신할 연락 체계를 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매일 업무 개시 통화와 업무 종료 통화를 하고 필요에 따른 연락 협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우려한 북한의 요청으로 개성 연락사무소의 운영이 처음으로 중단됐지만, 직통 전화와 팩스 개설로 남북 연락체계를 유지하는 '현실적 방안'을 강구한 셈이다.
북한 대학원 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일방적인 가동 중단이 아니라 남북 연락 대표 간 협의를 통해 인력 철수에 합의했다는 점, 그리고 연락 사무소 기능을 대신할 직통 전화선과 팩스선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은 북한이 남북관계의 파탄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연락사무소 재개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남북 현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설적으로 신종 코로나가 최악의 국면으로 진행될 경우 남북관계 복원의 중요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북한도 미국 등의 제재 때문에 전염병 진단 설비, 약품, 역학 조사 시스템 등 방역 체계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며, "한국의 방역 대응 체계는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북한도 우리 사회의 코로나 방역 대응 과정을 살펴보면서 결정적인 국면에서는 인도적·비정치적 차원의 협력을 강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