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가 22일 중앙정치 무대인 서울 여의도를 찾아 보수야권 통합논의를 재촉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나 "과거 보수정당에 실망해 떠나간 중도보수층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기대를 걸었지만 보다보다 못해 실망한 비문 중도층 유권자까지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단일 통합 야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문'은 보통 여당 내 친문(친 문재인) 계열을 제외한 비주류를 뜻하지만 원 지사의 경우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중도 성향 유권자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당 등 보수야권에서 '반문(반 문재인)'을 내세우던 것보다 시야를 더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원 지사는 이를 위해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틀을 넘어 과감한 구태청산, 그리고 정치적 영역의 확장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수적이고 젊은 세대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적쇄신의 폭은 클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황 대표에게는 중심추와 방풍, 즉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야권의 잠재적 리더들이 '1인 정당'으로 지금처럼 역할 없이 기회를 보는 형태가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저 자신도 모든 걸 내려놓고 융합하는 역할, 그리고 새로운 야당이 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소개한 황 대표는 그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으며 안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메모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취재진이 빠진 뒤 10분간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후 원 지사는 통합신당의 지도체제 관련 입장을 기자가 묻자 "창당준비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집단지도체제 성격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황 대표가 더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과 함께 한국당 전신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남원정'이란 별칭과 함께 소장파로 분류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해 바른정당·바른미래당에 몸담은 뒤 2018년 지방선거 직전 탈당해 무소속 상태로 남아 있다.
그동안은 도정에 집중하겠다며 중앙 정치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다 전날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직접 제주도를 찾아 신당 참여를 호소하자 이에 합류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날 오전에는 혁통위 회의에도 참석했다. 회의에서 원 지사는 "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혁신의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직 지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