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단독]'서울대 무림사건' 고문 피해자들, 재재심 청구



법조

    [단독]'서울대 무림사건' 고문 피해자들, 재재심 청구

    김명인 교수 등 '반공법 위반' 무죄 주장
    남영동 대공분실서 35일간 불법구금·고문당해
    2000년 재심 이어 두 번째 청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1980년 서울대에서 일어난 반독재 학생시위의 주모자로 경찰에 불법 연행돼 고문당한 '남영동 대공분실'의 피해자들이 법원에 두 번째 재심을 청구했다.

    19일 CBS노컷뉴스가 법원 등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명인 인하대 교수와 박용훈(민청학련 민사재심추진위원)씨는 반공법 위반 유죄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최초의 유죄 판결은 1981년에 내려졌고 이에 대해 2000년 재심 재판이 진행됐지만 유죄가 유지됐다. 이에 2000년 재심에 대한 '재재심'을 열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부림사건'의 전초 서울대 '무림사건'…아직도 '유죄'

    영화로도 만들어진 1981년 '부림사건'과 달리 '무림사건'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서울대 학내운동 세력들의 연합을 일컬었던 '무림'이 전두환 정권의 12·12 쿠데타 1년을 맞아 1980년 12월 11일 학내에서 시위를 주도하자 경찰이 학생들을 대거 불법연행·구금·고문한 사건이다.

    서울대 국문과 77학번이었던 김 교수는 이 시위에서 5·18 광주 항쟁의 정신을 계승해 군부독재를 타도하자는 내용 등이 담긴 '반파쇼학우투쟁선언문'을 직접 써서 뿌렸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73학번인 박씨는 앞서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제적됐다가 1980년 3월에 복학한 상황에서 다시 체포됐다.

    당초 경찰은 무림사건을 '외부 사주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김 교수 등을 가혹하게 고문했다. 김 교수가 체포된 날짜는 1980년 12월 16일이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1981년 1월 6일이었다. 김 교수는 35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으로부터 구타와 잠 안재우기, 물고문 등에 시달리며 허위 자백을 강요당했다.

    박씨 역시 연행된 날짜는 198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이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26일이 지난 1981년 1월 19일에서였다.

    대규모 공안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됐던 무림사건은 5·18 광주 항쟁의 여파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취임 등으로 다소 급하게 마무리됐다. 김 교수와 박씨는 계엄법 위반과 반공법 위반(불온서적 소지) 혐의로 기소됐는데, 김 교수는 징역 3년·자격정지 3년, 박씨는 징역 1년 6월·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999년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상 특별재심을 청구해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아냈다. 그러나 법상 특별재심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위'로 한정돼 있어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유지되고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반공법 위반 혐의는 김 교수와 박씨의 책들을 압수수색 영장 없이 수집한 경찰이 불온서적이라며 기소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문 피해자의 존재가 증거"…재심 개시결정 '주목'

    이번 재재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에서 맡았다. 지난 8일 열린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재심 개시를 위한 증거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 개시 결정은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경찰이 불법체포나 불법감금, 폭행, 가혹행위 등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경우 등에 한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반공법은 1980년 말 국가보안법으로 흡수되면서 관련 기록들이 대부분 폐기돼 김 교수와 박씨 수사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김 교수와 박씨가 당시 불법체포된 날에 대한 여러 증인·증거들과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나서야 구속영장이 발부된 기록을 근거로 불법적인 수사에 의한 재심 필요성을 주장할 계획이다.

    이날 법정에서 직접 발언한 김 교수는 "불법구금 중에 구타를 너무 많이 당하고 잠도 못자서 며칠을 있었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였다"며 "단지 증거불충분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직무유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이명춘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제주 4·3사건이나 여순사건 등에서 최근 법원이 역사적 필요성을 근거로 재심의 기회를 주고 있다"며 "무림 사건도 서울대에서만 백명 가까이 끌려가고 다쳤다. 재심을 개시해 과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