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퇴임을 앞둔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민이 갈증을 느끼는 것은 정치의 품격,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다시 돌아갈 그 곳(여의도)이 정글 같은 곳이지만 국민께서 신망을 보내주신 그런 정치를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마무리되면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송년 만찬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이른바 '총선 역할론'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가 무엇을 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도 않았다"며 "제가 요청하거나 제안하기보다는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역구 국회의원직에 출마하거나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역할은 당과의 조율을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세종에서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세종시는 상징성이 매우 큰 도시고 일하는 보람도 많이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훌륭한 분이 많이 도전해주시면 좋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다만 지역구 출마와 연결될 수 있는 거주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사는 보류하려고 한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일단 잠원동의 집으로 갈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와 의원으로 지냈던 기간에 문제의식은 왕성했지만, 해결하는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과 현장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며 "지사와 총리를 하면서는 기자와 의원으로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로 되돌아간다면 그것을 알게 된 사람으로서 진중하고 무겁게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시대 정신에 대해서는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며 "그런 문제들을 실용적 진보주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진보는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고, '실용적'이란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한 만큼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해법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정치적 지향점도 밝혔다.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정치인에겐 조직 내 기반도 필요하지만, 국민에 대한 호소력도 못지않게 중요하고 후자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것을 작은 조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한일 갈등 상황에서 지난 10월 아베 총리와 회담하는 등 '지일파' 총리로서 활약했던 그는 '앞으로 양국 관계에 어떻게 기여하겠느냐'라는 질문에 "나서서 뭘 한다기보다는 저에게 그러한 기대가 온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밝혔다.
질문에 답변하는 이낙연 총리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나눴던 이야기들도 소개했다.
이 총리는 "2차 개각이 있었던 올 여름 무렵에 대통령이 '총리가 정부에서 더 일했으면 좋겠지만 생각이 어떠신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총선이고, 정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당시부터 민주당으로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임명돼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며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이 총리는 2년 7개월 재임 기간의 소회를 밝히며 "정부를 떠나야 하는 때가 되니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의 무거움이 저를 짓누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후임 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후보자를 언급하며 "그래도 경륜과 역량과 덕망을 모두 갖춘 정세균 의원이 다음 총리로 지명돼서 정부를 떠나는 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