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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성추행' 피해자 진술에 '방점' 찍은 대법원



법조

    '곰탕 성추행' 피해자 진술에 '방점' 찍은 대법원

    "피해자 진술에 모순 없다" 징역 6개월·집유 2년 확정
    피고인 측 "진술 외에 다른 증거에 대한 판단 아쉬워"
    피고인 아내 "영상분석 결과도 무시돼"…억울함 호소

    온라인에 공개된 사건 당시 상황. (사진=CCTV영상 캡처)

     

    2017년 대전에서 발생한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피고인 A씨의 성추행 혐의를 유죄로 결론내렸다.

    구체적 물증이 없음에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은 결론이 나오면서 향후 성범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39)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으로 불리는 해당 사건은 2017년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최씨가 지나가던 여성 A(32)씨의 특정 신체부위를 움켜잡은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되면서 불거졌다.

    A씨는 현장에서 곧바로 항의했지만, 최씨는 성추행을 부인하면서 검찰 조사를 거쳐 재판까지 이어졌다.

    이 사건은 최씨 부인이 사건의 전모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최씨 부인은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취지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렸고 33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이후 젠더 이슈로 발전하면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CC(폐쇄회로)TV를 보면 최씨가 A씨와 접촉하는 순간은 1.3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접촉 과정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아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A씨 진술이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는 점을 주요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해 내용 등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은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며 최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당시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원보다 무거운 선고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최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A씨의 일관된 진술을 참고해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추행의 정도가 중하지 않고 1심이 선고한 실형은 너무 무겁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의 진술이 흔들린 점도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당초 신체접촉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CCTV를 보니 접촉이 있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해서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은 주요한 부분에서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최씨 측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표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성범죄 판단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점은 맞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각종 객관적인 증거들이 많이 있음에도 오로지 피해자 진술만을 주요하게 판단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자신을 최씨의 부인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대법원 판단에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분석한 영상자료도 증인의 말도 다무시한 채 오로지 일관된 진술 하나에 남편이 강제추행 전과기록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며 "어디가서 이 억울함을 토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강조하는 판결을 내린 점이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이 성범죄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며 "사회적 주목을 받은 사건에서 대법원이 가르마를 탄 점을 볼 때 성범죄에 대한 엄벌을 강조하는 일종의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씨에게 선고된 양형이 과중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해당 사건 정도의 추행이면 통상 벌금형을 선고하는게 일반적인데,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한 점은 이례적이다"라고 봤다. 특히 "초범임에도 집행유예가 확정된 점을 보면 대법원이 젠더 이슈를 일정부분 의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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