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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쪽같은 그녀'란 제목, 나문희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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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쪽같은 그녀'란 제목, 나문희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노컷 인터뷰] 영화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 ①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을 만났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감쪽같았지?" 두 사람이 내기를 한다. 내가 숨기고 있던 것을 상대에게 말한다. 상대가 그걸 모르면 내가 이긴 거고, 상대가 이미 그걸 알고 있었으면 내가 지는 이 게임은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할머니 말순(나문희 분)과 손녀 공주(김수안 분)가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는 계기이자, 우람(임한빈 분)과 황숙(강보경 분)의 첫 데이트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도구로 쓰인다.

    '감쪽같은 그녀'라는 제목도 '감쪽같았지' 게임에 어느 정도 빚을 졌다. 원래 '소공녀'라는 제목이었으나, 이미 개봉한 동명의 영화 '소공녀'(2017, 감독 전고운)가 있어서 급하게 바꿔야 했다. 허인무 감독에 따르면, 나문희는 '감쪽'이라는 말이 제목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게 반영돼 '감쪽같은 그녀'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개봉 일주일 전이었던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감쪽같은 그녀' 허인무 감독을 만났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2011) 이후 무려 8년 만에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내놓은 그에게, 그간의 사정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개봉작으로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 이후 8년 만이다. '웨딩바이블'(2014)은 개봉을 안 한 건가.

    중국 영화는 심의가 있었다. 건물 불을 끄는 장면이 있었는데 소방법 위반이라고 하더라. 뺄 수 없는 장면이었고, (관련해서) 정리하고 나니까 한한령이 오더라. 타이밍을 못 맞췄다. 그때부터 쭉 드라마 대본('천국의 눈물', '천상의 약속', '내 남자의 비밀')을 썼다.

    ▶ '감쪽같은 그녀'는 언제 구상하게 됐나.

    세 번째 드라마 쓰고 있을 때 이 아이템을 받았다. 너무 하고 싶은 얘기였다. 기본적으로 할머니랑 손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딱 던져줘서 컨디션이 안 좋은데도 시나리오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건강도) 되게 좋아졌다. 저한테는 되게 고마운 작품이다.

    ▶ '감쪽같은 그녀'라는 제목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저희 처음 제목이 '소공녀'였다. 시나리오 쓸 때 찾아보니까 (동명의) 영화가 있더라. 그래서 제목을 바꿔야 했다.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나문희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주셨다. '감쪽'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거기서) 확장해서 지었다.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72세 꽃청춘 말순(나문희 분)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김수안 분)가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기막히고 수상한 동거를 그렸다. (사진=㈜지오필름 제공)

     

    ▶ 공주가 진주와 함께 말순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말순과 진주가 어떤 사이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나.

    누군가가 오고, 계속 사이가 안 좋았다가 끝에 친구가 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저는 좀 빨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2000년 부산을 배경으로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혹시 고향이 부산인가.

    저는 경기도다. (웃음)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제가 인물 중심의 영화를 하다 보니까 (이번 영화와) 가장 비슷한 게 '허브'였는데 공간도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은 바다, 언덕, 도시, 변두리가 다 있어서 영화 찍으려는 우리에게는 너무 좋은 배경인 거다. 아역들 연기가 조금 부족한 부분을 사투리가 커버해주는 부분도 있었다. 처음부터 (주제로) 잡은 건 '잊히는 걸 붙잡자'라는 거였다. 제일 사라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사투리라고 생각한다. 지방 사람들도 다 서울말을 쓰지 않나. 저는 어느 지역이든지 사투리가 되게 좋다. 2000년을 배경으로 한 건 19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시대감이 세지길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공주네 동네는 시간의 더딤이 드러나는 곳이었고.

    ▶ 영화에 악인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요즘 사람들이 악을 만들고 사는 것 같다. 경쟁이 너무 심하니까 정말 문제없는 사람도 나한테 악이 되고 적이 되는 그런 상황 같다. 사실 저는 (영화에서처럼) 저렇게 작은 시골 마을에서 살았다. 말순과 공주로 시작하는 집이어도 동네 사람들까지 가족적으로 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환경적인 적이 있으니 굳이 인물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판타지스럽더라도, 고단한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무대인사 때 황숙이가 자기가 악인 아니냐고 하더라. (웃음)

    ▶ '감쪽같았지' 게임으로 말순과 공주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원래 있는 게임인가.

    아니다. 제가 만든 거다.

    '감쪽같은 그녀'는 '집으로', '계춘할망'처럼 손녀 혹은 손주가 할머니와 같이 살며 겪는 이야기다. 나문희와 김수안이 각각 말순, 공주 역을 맡았다. (사진=㈜지오필름 제공)

     

    ▶ 중반부 들어서 눈물을 자극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이 같은 전개를 선택한 이유는.

    내 손에 쥐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캐스팅도 그렇다. 어떤 배우 캐스팅이 거절당하면 그 배우가 이만해진다(커진다). 캐스팅을 하고 나면 정작 이 배우에게 (내가) 최선을 못다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뭔가 놓쳐보거나 (손에서) 빠져나가야 소중함이 배가 된다는 느낌이다. 저도 할머니랑 같이 살았던 기억이 있다. 맨날 같이 살다가 입원하셨고 돌아가셨을 때 감정이 떠오르더라. (말순과 공주를) 다시 한번 만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야기 구성은… '허브' 때 '너무 작정하고 울린다'라고 야단을 많이 맞았다. (웃음)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갔고, 울음 포인트는 두 번 정도였다.

    ▶ 두 번이라고 하기엔 영화 볼 때 꽤 자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배우들이 들어가니까(연기하니) 제 계산이 틀어지는 게 있더라. (웃음)

    ▶ 쓰면서, 혹은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저는 대본 쓸 때 제일 울었던 건 나문희 선생님이 마지막에 "감쪽같았지" 하는 거였다. 혼자 멍하게 있다가 밥 먹고 지냈는데 (공주가 와서) 가족이 생겼다는 얘기를 할 때. 저도 혼자 산 지 26년 정도 되어 그런지 제 마음이 거기(그 대사)에 있었나 보다. 쓸 때는 그랬던 것 같고. 현장에서 하실 때는 일반적인 대사, 툭툭 던지는 대사들인데 배우들이 잘 표현해주셔서 좋은 것들이 있더라. "공주, 참 안 잊어버릴 이름이네" 이 대사는 사실 씨뿌리기와 거두기로 둔 건데, 그게 그렇게 울림이 있을지 몰랐다. 제가 시나리오 쓰고 연출을 하지만 영화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 같다.

    ▶ 믿고 보는 배우 나문희를 섭외한 비결은.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새 대학생들 보면 고등학생 같더라. (중장년 이상) 여배우들도 아줌마나 할머니 같지가 않더라. 워낙 관리를 하시지 않나, 우리나라 배우들은. 근데 제가 나문희 선생님 존경하는 부분 중 하나가 "늙는 게 뭐 어때? 나이 드는 게 어때? 배우는 이렇게 늙어가야지 나를 또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이렇게 하시는 점이다. 그러니까 저한테 할머니는, 솔직히 말해서 영화의 주인공을 할 수 있는 할머니는 나문희 선생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1순위로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었다. 초고가 나올 때쯤 선생님이 ('아이 캔 스피크'로) 너무 상을 타시는 거다. (웃음) 그래서 '이거 경쟁 붙겠는데!' 하고 저는 되게 걱정했는데 선생님이 기본적으로 가족 얘기, 따뜻한 얘기 좋아하신다. 이 시나리오에 흔들리셨던 것 같고, 의견도 되게 많이 말씀해주셨다.

    허인무 감독은 '감쪽같은 그녀'를 썼을 때 나문희를 1순위로 뒀다고 밝혔다. (사진=㈜지오필름 제공)

     

    ▶ 나문희가 의견을 주어서 영화에 반영한 부분이 어딘지 궁금하다.

    일단 시나리오적으로 하나는, 자기 혼잣말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함께 대화가 아니라. 원래 노인들은 혼잣말을 한다고 하시더라. 시나리오에 없었는데 뭐가 좋을까 찾다가, 진주 보낸 병원에서 돌아 나오시면서 "지랄 같은 세상이 내 편이 아닌가 보다" 하는 걸 촬영 중에 써 갖고 '선생님, 우리 이거로 추가하죠' 했던 장면이다. 그리고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캐릭터를 흡수하고자 외피를 쓰고 싶어 하지 않나. 선생님이 의상을 준비해 오신 거다. 선생님의 어머니가 아흔이 훨씬 넘으셨다고 하더라. 근데 어머니의 옷을 갖고 오시는데 제가 정말 좋았던 게, 그게 깨끗이 빨아서 갖고 온 게 아니라 노인의 향이 있는 걸 갖고 와서 현장에서 입으시는데 '와, 저런 준비가 선생님의 연기를 만드는구나!' 해서 전 되게 감동이었다. 그냥 운으로 되는 일도 분명 있는데 선생님은 운으로 되신 분은 아닌 것 같다.

    ▶ 공주 역 김수안도 1순위로 생각했던 건가.

    그렇다. 사실 저는 수안이 외에는 누가 생각이 안 나는 거다.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수안이가 작품으로 증명을 했다. 두 번째는 뭐냐면 수안이가 출연했던 작품 중에 '군함도'랑 '부산행'을 보면 수안이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그건 감독이 얘를 굉장히 신뢰했다는 거다. 제작진 모두가. 저는 그런 배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막 '제발 빨리 크지만 말아라' 했다. (웃음) 근데 정말 수안이는 끝까지 예쁜 애가 예쁜 것만 보인다고, 작품 할 때는 안 커서 좋고 지금은 확 크니까 또 그게 이슈가 되어주는 거다. 쟤는 끝까지 예쁜 짓만 하는구나 싶더라.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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