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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게 편' 백남기 농민 손해배상 부당하다는 의사들



사건/사고

    '가재는 게 편' 백남기 농민 손해배상 부당하다는 의사들

    사망진단서 사인 변경한 교수에 유족 손배 소송 판결
    법원 "사망진단서 잘못 기재 책임 5400만원 배상" 화해권고
    백선하 교수 측 항소장 제출…"의학 무시한 재판, 사법부 치욕의 날"

    고 백남기씨 영정사진 (사진=연합뉴스)

     

    "백선하 교수가 잘못된 판단으로 유족에게 고통을 줬다"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가 백씨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하자 주치의인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와 일부 의사들이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배상 판결은 당연한 것이며 정치적 중립성과 의학의 과학성을 저버린 것은 백 교수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앞서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정부 때였던 2015년 11월 14일 집회에 참여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숨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심재남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백씨 유족들이 백선하 교수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이 공동으로 5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숨진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사인을 변경한 것과 관련해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서울대병원측은 이같은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였지만, 백 교수 측은 "사법부 치욕의 날이다. 재판의 형식을 빌린 정치 판단"이라며 항소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백선하 교수에 대해서만 분리해 선고를 내렸다. 백 교수 측은 지난 4일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사진=연합뉴스)

     

    ◇ 일부 의사단체 "정치적 판단" 반발

    백 교수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단체인 병원의사협의회는 주치의가 전문적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작성한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망진단서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백 교수에게 배상책임이 있음을 판결한 재판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재판부는 진단서 내용 자체에는 허위가 없으나 여론과 정치권이 원하는 내용으로 진단서를 작성하지 않아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재판부가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사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은 "유체역학의 기본만을 배운 고등학생이라도 물대포에 의해서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라면 판결 전에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다. 의학적 검증 없는 법원의 일방적 판단으로 결론을 내린 정치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백선하 교수의 변호사인 정진경 변호사 역시 "백남기씨는 내원 당시 두개골 우측 부위에 4곳 이상의 서로 연결되지 않은 심한 골절상이 있었고 이는 독립된 외력이 4회 이상 있었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골절상은 영상 등에서도 확인되는 백남기씨의 쓰러지는 모습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종로1가 인근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백남기 사망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국가 폭력"

    그러나 이처럼 백 교수를 지지하는 의견이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백남기씨 사망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국가(경찰) 폭력에 의한 살인이며 당연히 외인사다. 정권이 경찰 권력을 통해 무방비의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며 "백선하 교수가 주장하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봤으니까 내가 제일 잘 안다. 다른 의사단체들의 말은 근거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 의학은 어떤 비법이나 노하우처럼 자기만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과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가 직접 수술을 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과 검사결과들을 가지고 있고 저희 회원들도 각자의 병원에서 백남기씨와 유사한 사례를 진료한 경험도 당연히 가지고 있다. 이 사건은 명백히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라며, "백선하 교수는 본인이 정치적 중립성을 잃어버렸다. 의학의 과학성과 중립성도 져버렸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최근 백선하교수와 변호인단이 국회에서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두개골 우측 부위에 4곳 이상의 서로 연결되지 않은 심한 골절상이 있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서로 연결되지 않은 골절상'이라는 용어 자체가 잘 쓰이지 않는 용어다. 기자회견 후 과거 백남기씨의 CT를 다시 살펴봤는데 백남기 씨는 안구쪽 골절과 후두부 쪽 골절이 있었다"면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 셌길래 4개 이상이라고 하는지, '연결되지 않은 골절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애매하다. 의사들은 보통 두개골 어디부위 어디부위에 골절상이 있다고 표현한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법원이 백선하 교수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고 당연한 결과"라며 "물론 백 교수 측의 주장대로 사망진단서의 작성에 있어 의사에게 합리적 재량이 부여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고인의 경우 입원 경위와 치료 및 수술의 내용, 합병증 발병 여부와 원사인(原死因)과의 관계,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고인에 대해 사망의 종류를 원사인에 따라 '외인사'로 기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백 교수는 타당한 전문가 의견에 입각하지 않은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이와 관련해 사망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민변은 "이번 판결은 진단서 작성이 의료 전문가인 의사에게 통상 재량이 넓게 인정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였을 때 위법성이 인정되는 기준을 제시하며 백선하의 잘못된 사망진단서 작성행위의 위법성을 명백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전문가로서 가지는 사회적 권위를 남용하여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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