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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로' 찾아 부동산 올인…한발 뒤쳐진 금융정책



금융/증시

    '우회로' 찾아 부동산 올인…한발 뒤쳐진 금융정책

    금감원 P2P대출 소비자경보 발령 '부동산 대출 쏠림'
    혁신금융 대표주자가 부동산 대출 창구로 악용
    전세자금.마이너스대출 등도 우회로 '풍선효과'
    "금융정책 안일, 과거와 다른 정교한 정책 펴야"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관련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기존에 내놓은 강력한 금융규제에도 불구하고 각종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우회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보다 정교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혁신금융' P2P, 부동산 대출 창구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P2P대출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P2P대출이 부동산 대출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연체율 상승 등 일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소비자경보 발령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P2P대출 가운데 부동산 대출 비중은 62%에 달해 사실상 부동산 대출이 P2P대출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기존 금융권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통해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P2P대출의 경우 이런 규제를 받지 않아 서울.경기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후순위 대출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오랜 노력으로 국회에서 어렵게 관련법이 통과되는 등 혁신금융을 선도하라고 길을 터준 P2P대출이 엉뚱하게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 전세자금·마이너스대출 전용 '풍선효과'

    (사진=자료사진)

     

    금융 상품이 부동산 매매 자금의 우회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P2P대출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무주택 서민들이 수혜자가 돼야 할 전세자금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2017년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66조원 수준이었지만 1년 반만인 올해 4월말 10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같은기간 전국 평균 전세가격은 11%,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서울은 1% 가량 상승하는데 그쳤다.

    급증한 전세자금대출 잔액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 매매 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눈감고 있던 금융당국은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최근에야 9억 이상 주택 소유자에게 전세자금대출 공적보증을 제한하는 보완책을 내놨다.

    마이너스대출도 마찬가지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월 41조원이었던 마이너스대출 잔액은 올해 6월에는 50.1조원으로 2년 새 9.1조원 증가했다.

    이는 이전 2년간 증가분(4조원)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이 역시 부동산 매매 자금으로 전용됐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 마땅히 증가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 금융규제 '답습', 한발 더 빨리 움직이는 시장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 기조가 이어지자 각종 우회로를 통해 부동산 매매 자금을 마련하는 소위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에 대해 금융당국 역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시동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 자금이 부동산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그렇다고 각종 우회로를 막기위해 모든 대출을 규제하는 식의 정책을 펴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P2P대출의 부동산 쏠림, 전세자금대출이나 마이너스대출의 전용 등이 충분히 예상가능한 부작용이었다는 점에서 정책설계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이 다른 어떤 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며 소위말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에 올인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 비해 금융당국의 인식은 안일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참여정부 당시와 크게 달라진 대내외 경제환경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똑같은 방식의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책을 펴다 보니 시장이 한발 더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가 과거의 정책을 답습하다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과거와 다른 정교한 정책의 연구.검토.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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