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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저는 작품을 안 하면 주변인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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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우 "저는 작품을 안 하면 주변인이 된 것 같아요"

    [노컷 인터뷰] 영화 '두번할까요' 조현우 역 배우 권상우 ②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두번할까요' 조현우 역 배우 권상우를 만났다. (사진=KTH 제공)

     

    권상우를 가장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건 KBS2 드라마 '추리의 여왕' 종영 때였다. 당시 연기한 지 17년차가 된 배우로서 이미지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느끼냐는 질문에 그는 코미디도, 액션도, 멜로도 할 수 있는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드라마 '추리의 여왕'과 영화 '탐정' 시리즈, 개봉을 앞둔 코믹 로맨스 '두번할까요' 등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는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 하는 장르로 꾸준히 관객과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기억에 남는 답변이 있었다. 인터뷰 중 연기하는 게 무척 즐겁다고 해 원동력을 물었더니 들려준 이야기였다. "아직은 마음이 청년다워서 그런지 몰라도 되게 들뜬다, 진짜. 제가 연기 연습한다고 해서 많이 달라질 건 없겠지만 신인 때부터 책(대본) 받으면 찾아가는 선생님이 있는데, 사는 이야기도 하고 리딩 한두 번 하고 그러면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선생님 찾아갈 때 가는 발걸음이 되게 설렌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번할까요'(감독 박용집) 개봉을 앞두고 권상우를 다시 만났다. 2년 전 인터뷰 때 여전히 연기하러 갈 때 들뜬다고 한 답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자, 권상우는 '두번할까요' 첫 촬영 때 자신이 목격한 이정현의 '떨림'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작품을 하면서 설렘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설명이다.

    권상우는 또한 "저는 작품을 안 하면 기사 나올 게 없다. 주변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현재를 '재도약'의 시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를 전한다.

    일문일답 이어서.

    ▶ '두번할까요'에서 이정현과 처음 만났다. 같이 작업해 보니 어땠나.

    정현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데뷔하기 전부터 '꽃잎'이라는 작품으로 배우로 자리 잡은 사람이었다. (가수일 때는)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부르던 것도 기억하고, 끼가 너무 많아 보였다. 그런 친구가 저랑 첫 촬영하는데 떨더라. 이 친구도 되게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현재 이 작품에 대해서 설렘을 갖고 하는 걸 보고 보기 좋더라. 마음을 딱 놨다.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정현이는 현장에서도 되게 잘한다. 인간관계도 유연하게 잘한다. 예의 잘 지키고. 자기 계산도 정확하게 있고. 그래서 별 무리 없이 잘 찍었다.

    ▶ 극중 직장 상사 이부장으로 나오는 성동일은 소개팅을 주선하면서 '너 미스코리아 좋아하잖아'라는 대사를 한다. 애드리브인가?

    다 애드리브다. (웃음) 리액션도. 저는 오히려 그런 것(대사)으로 웃어주시면 되게 즐겁다. 내가 손태영 남편인 건 다 아니까. 성동일 선배는 여러 가지로 참여해 주셨는데 영화 보고 바로 카톡 드렸다. 다른 배우가 했으면 흘러가는 씬일 수도 있는데 존재감이 확실했다. (영화) '탐정'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둘이 서 있으면 신뢰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실 것 같아서 여러 가지로 고마웠다.

    권상우는 이정현과 함께 전 남편-전 부인으로 만나 연기 호흡을 맞췄다.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이혼식 사회를 볼 만큼 현우와 절친한 친구 명태 역을 정상훈이 맡았다. 두 사람의 코믹한 케미스트리도 재미있더라.

    상훈이도 사실 (영화) '화산고' 때 데뷔했다. 되게 재능이 많다. 춤도 잘 추고 노래 잘하고 웃기고. 상훈이를 볼 때 '아, 이런 친구가 정말 연기자를 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때 한창 일을 하고, 상훈이는 몇 년 동안 슬럼프가 있었지만 그 후에 잘됐지 않나. 그 누구보다도 너무 박수쳐 주고 싶고 되게 많이 응원하고 싶었는데 영화에서 만나게 됐다. 그동안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통화를 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만나서 다시 얘기하니까 좋더라. 역시 잘하는 친구는 언젠가 빛을 보는구나 싶었다.

    ▶ 예고편에서부터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 장면이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 새로 찍은 장면이라는 걸 모르는 경우도 있더라.

    조그만 화면으로 보시면… (웃음) 모니터 그대로 갖다 놓고 찍었다. 재미있었다. 맨 처음에는 '아, 이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도 했다. 영화 잘 되면 더 빛을 볼 씬인데 걱정도 됐고. 근데 영화 홍보하는 데 굉장히 큰 이슈가 됐으니까. 기자님들도 호탕하게 웃어주셨으니 일반 관객석에서도 당연히 터지겠지. (일동 웃음)

    ▶ 그때 만난 이종혁과 다시 한번 만났다. 현장에서 만나니 어땠나.

    우리가 20대 때 '말죽거리' 촬영할 때는 진짜 고등학교 다니는 친구들처럼 다녔다. 무술감독님이 모래주머니 채워주고 운동장 뛰고 한여름에 발차기 연습하고… 진짜 신인 때고 젊은 남자애들끼리 그런 추억이 있기 때문에 한참 뒤에 어디서 봐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니까 너무나도 좋은 것 같다. 그런 베이스가 있으니까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사람 같고. 벌써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뿌듯함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사실 김현숙 씨도 (제가) 출연 같이하자고 했다. 진짜 좋았다, 다. 스태프들도 일 진행을 되게 잘해서 모든 게 매끄럽게 돌아갔던 것 같다.

    ▶ '두번할까요'는 촬영하고 나서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주연 배우로서 부담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귀수'와 '히트맨' 두 작품이 없었다면 되게 (마음이) 그랬을 거다. 되게 오래 걸리긴 했다. 근데 촬영 끝난 건 저는 생각 안 한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간 것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개봉까지가 진짜 긴 것 같더라. (웃음)

    ▶ 본인이 주연을 맡아 이끄는 영화는 책임감도 더할 것 같다.

    저는 진짜 우리 영화 개봉하고 무대 인사 진짜 줄기차게 다닐 거다. 배우가 당연히 작품에 대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봉 날부터 계속 돈다. 열심히 할 거다. '두번할까요'를 기점으로 10월, 11월, 내년 1월에 (제 신작이) 개봉한다. 영화마다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것도, 장르적으로도 다 다르다. 재도약의 시기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되게 궁금하기도 하다, 첫 출발 주자가 '두번할까요'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관객 여러분들한테 많이 인사드리러 다니고, 홍보도 열심히 할 거다. 어쨌든 '권상우가 영화 하면 그래도 볼 만하다'라는 인식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두번할까요'에는 권상우와 인연이 있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같이 나온 이종혁, '탐정' 시리즈의 단짝 성동일, 드라마 '추리의 여왕'과 영화 '화산고'에서 각각 만난 김현숙과 정상훈까지. (사진=㈜영화사 울림 제공)

     

    ▶ 지금을 재도약의 시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작품 활동 안 하고 포털 사이트를 보면, 저 같은 경우에는 작품을 안 하면 기사 나올 게 없다. 주변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나이도 40대 중반이 되어 가고, 젊은 가수들도 잘 모르겠고 (웃음) 좀 나 스스로 (중심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저는 지금 현장에서 일하는데 가장 큰 재미를 느끼고 작품에 대한 열정이 되게 많을 때라 책에 대한 욕심도 많다. 지금 뭐 여러분이 말하는 소라게 짤(* 기자 주 : 권상우가 출연한 드라마 '슬픈 연가'에서 슬픔을 감추기 위해 모자로 얼굴을 가리는 장면)만 해도 그때는 되게 진지하고 멋진 씬이었다. 젊은 세대들이 기억해줘서 고맙긴 한데 코미디로 생각하는 게 (제가) 중심에서 멀어졌다는 증거 같다. 지금 40대고 배우로서 자리 잡아야 하는 제2의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다.

    ▶ 무엇을 물어도 주춤하는 게 없는 것 같다.

    기자님들 만나는 시간이 즐거운 게 작품 안 할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다. 그리고 뭐 제가 정해진 문구대로만 대답하면 인터뷰도 아니고. 그래도 최대한 느끼는 걸 얘기하고 싶다. 연기가 말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몇 개월 동안 고생해서 찍은 것(영화)에 대해 질문해 주시는 건 관심의 표현이지 않나. 그거에 대해 당연히 얘기할 수 있다. (기자 질문이) 관객들이 물어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 예전 '추리의 여왕' 인터뷰에서 현장 가는 게 들뜬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전히 그런가.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가 되게 중요한 것 같다. 최강희 씨에게 너무 고마운 게 뭐냐면 '두번할까요', '귀수', '히트맨' 촬영할 때 다 커피차 보내줬다. 현장도 직접 왔다. 저도 요번에 보낼 거다. 한 번만 안 보낼 거다. (웃음) 종혁이 형이랑 드라마 하는데 문구까지 생각해 놨다. '커피차 두번할까요?' (웃음) 사실 그게 쉽지 않은 거다. 현장까지 와서 감독님한테 인사하고.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탐정' 찍을 때도 정말 배우로서 서로 의리 있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게 쉽지 않다. '두번할까요'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그런 게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 내년이면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차가 된다. 소감은.

    20대 중반에 데뷔한 거니까 제 또래에 비해서는 늦은 편인데, 배우 시작하고 결혼해서 두 아이도 낳고 그들을 케어하는 가장으로서 (활동을 유지)한다는 것 자체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막연하게 아무런 것도 없이, 배우가 되겠답시고 올라왔었는데… 점점 나이 먹을수록 그런 생각 한다. 지금 행복한 걸 생각하면, 내가 내 권리 찾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에서 불평 불만하기보다는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더 커지는 것 같다. 그렇게 더 철드는 것 같기도 하고. <끝>

    배우 권상우 (사진=KT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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