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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기술탈취' 두고 맞붙은 LG와 SK…명운 건 소송전



기업/산업

    '배터리 기술탈취' 두고 맞붙은 LG와 SK…명운 건 소송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기술탈취 문제로 다툼
    LG화학 "인력 빼가 기술 유출… 증거 있다"
    SK이노 "정당한 영업 행위… 법적 대응"
    한국 업계 간 소송 번져

     

    LG화학이 2차전지 관련 핵심 기술과 핵심 인력을 SK이노베이션이 탈취했다며 소송을 냈다. 핵심인력을 빼가고 이를 통해 기술을 탈취했다며 입증 자료를 내놓았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 활동에 불필요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결국 국내 배터리 업계 두 곳이 법정에서 맞붙게 됐다.

    ◇ LG화학 "핵심인력 76명 통해 기술 유출" 제소
    LG화학은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현지 시간으로 29일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과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고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우선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제시한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 사례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 강력한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를 두고 있어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소송 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쉽게 말해 재판에 앞서 양측이 상대방 혹은 제3자로부터 소송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요구해 받는 절차다. 일종의 증거수집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불과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관리, 구매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도 다수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은 "지금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의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도 공개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동료 전원의 실명도 적도록 했다.

    LG화학은 이를 바탕으로 "입사지원 인원들은 집단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다"며 "또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 건에서 1,900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이전에도 SK이노베이션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개선된 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과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더 방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LG화학은 핵심 기술과 인력 유출 후 SK이노베이션이 급성장했다고 의문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LG화학 신학철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SK이노 "정당한 영업행위… 법적 대응"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정당한 영업활동을 두고 불필요한 문제를 제기해 유감스럽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를 제기했고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른 국익 훼손 우려 등의 관점에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으로 국내외 경력직원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당연히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사업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WIN-WIN에 기반한 공정경쟁을 통해 영업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제기한 이슈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 절차를 통해 확실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소송전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사업 부문이 두 회사의 주력 사업이자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만큼 결국 이번 기술탈취 의혹에서 번진 소송전에 명운을 걸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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