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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논란 '뉴스데스크' 사과에서 빠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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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논란 '뉴스데스크' 사과에서 빠진 것

    [뒤끝작렬] 시청자 비판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내용 강조
    어쩌다 실명 공개 압박 질문이 재차 나온 건지 설명했으면 하는 아쉬움
    언론, 시청자의 높아진 감수성과 기대 수준에 부응해야

    MBC '뉴스데스크' 왕종명 앵커는 19일 본 뉴스에 들어가기 전 전날(18일) 윤지오 인터뷰 논란에 관해 사과했다.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이례적으로 방송사 뉴스 앵커의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왕종명 앵커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8일 故 장자연의 동료이자 '장자연 리스트'를 직접 본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를 스튜디오에 초대했다. 왕 앵커는 이날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난해 보였던 인터뷰는 뒤로 갈수록 '실명 공개'에만 초점을 맞췄다.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밝힌 정치인과 언론인 실명을 공개하라는 유도성 질문이 수차례 이어졌다.

    이미 많은 언론에 나와 공개 증언에 나선 윤지오는 "제가 발설하면 책임져 주실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이어, 앞으로 장기전이 될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밝히지 않는다는 점, 해당 리스트 인물을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지오는 다른 언론과 인터뷰할 때도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는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뉴스데스크' 제작진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질문을 거듭하는 진행, '특이한 이름 정치인은 누구?'라는 자막까지 '실명 공개 압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뉴스데스크' 제작진은 "왕종명 앵커가 정치인의 실명을 밝혀달라고 거듭 요구한 부분이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무례하고 부적절한 질문이었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많았다"면서 "여러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윤지오에게 직접 사과했고, 방송에서도 재차 사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방송의 사과 내용은 공식 사과문과 같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를 하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의 사과는 빈 부분이 있었다. 그저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것을 받아들여 사과한다'는 내용뿐이었다.

    일단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에 관한 답이 없다. 왕 앵커가 '장자연 리스트 실명 공개'를 재차 요구하며 했던 말처럼 정말 '생방송 인터뷰에서 밝히는 것이 진실에 더 빠르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든지, 새로운 정보를 하나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의욕이 앞서 증언자를 몰아붙이는 모양새가 되었다든지, 가타부타 설명이 없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사과하는 것이라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부터 가감 없이 밝혀야 하지 않았을까. 이날 인터뷰가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유, 인터뷰의 기획의도, 성폭력·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위해 특히 고려한 점 등을 거론하며 전후 사정을 알렸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만약, 윤지오가 노련한 인터뷰이가 아니어서 방송에서 실명을 언급했다면? '뉴스데스크'나 MBC 보도국은 윤지오를 위해 어떤 대비를 했을까. 신상을 공개하고 인터뷰에 나선 '증언자'이자 '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안전장치를 준비했는지, 시청자로서는 알 수 없다. "저희가요? 이 안에서 하는 거는 저희가…"라는 왕 앵커의 짧은 발언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과문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8일 故 장자연의 동료 배우이자 '장자연 리스트' 목격자인 윤지오와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또한, 이 같은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설명도 부족하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나 목격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도, 역시나 시청자는 알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31일 공개한 통계를 보면 2017년 매체 수는 4295개, 기자 수는 3만 2243명에 이른다. 매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수도 늘면서 특정 언론 한 곳이 어마어마한 파급력을 가지기 어려워지는 구조로 가고 있다.

    이 격렬한 경쟁에서 주목받는 방법은 두 가지다. 내용과 방식 모든 면에서 숙고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질 높은 보도를 하거나, '기레기'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기본도 안 된 보도를 하는 것. 전자의 길을 택하는 언론과 언론 종사자가 많아질수록 사회의 건강성이 높아질 것이다.

    국내 '미투' 운동(#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의 시작점이 된 서지현 검사의 고백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위드유'로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혔다. 덕분에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는 이 의원은, 시사주간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톱으로 가겠다', '앵커하고 모시겠다'는 언론사들의 제안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2의 서지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언론사 특유의 욕심이 읽혔다."(한겨레21, 2018년 2월 5일)

    MBC 보도국은 이 의원의 지적 앞에서 우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MBC 보도국은 오랜 시간 다시 정론보도할 기회를 얻으려고 소망해 온 조직이다. '뉴스데스크'를 85분으로 확대편성한 이유도 '심층 보도'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확대편성 첫날부터 이런 보도가 나온다면, 사람들은 두 가지 방식 중 MBC가 어떤 길을 택했다고 판단할까?

    시청자는, 독자는 더 이상 계몽의 대상만이 아니다. 오히려 언론사 내부에서는 무시하거나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높아진 기준과 섬세해진 시각에 부응하는 보도를 하는 것, 비단 MBC만이 아니라 모든 언론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물론 기자 본인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 또한 노력하겠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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