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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명 중 6명 '만성울분'



경제 일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0명 중 6명 '만성울분'

    사회적 참사 특조위,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노출된 피해자 10명 중 7명은 만성적 울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일반인에 비해 4.5배 넘게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피해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14일 '2018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특조위가 한국역학회에 의뢰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청, 판정받은 4127가구(5253명) 중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가습기 참사 이후 피해 가구를 직접 방문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습기살균제 노출 이후 성인피해자의 정신건강 문제 및 진단 받은 질환 (단위: 명/%)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일반인보다 자살 생각 1.5배, 자살 시도 4.5배 많아

    조사대상 가구의 성인·아동 정신건강 분석결과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성인피해자들은 우울과 의욕저하 (57.5%), 죄책감과 자책 (55.1%), 불안과 긴장 (54.3%)의 순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노출 이후 새로 진단받은 정신질환을 따져보면 수면장애 (18.9%), 우울증(13.4%), 불안장애 (7.9%)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로 일반 인구에 비해 자살 생각은 1.5배, 자살 시도는 4.5배에 달해 정신건강 피해가 심각했다.

    신체적으로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가 폐질환을 넘어 여러 신체장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성인피해자의 경우 비염·비질환 (63.5%), 폐질환 (천식, 폐기종, 기관지확장증, 폐렴, 간질성폐렴, 폐섬유화) (53.6%), 결막염·안질환 (48.8%), 위염·궤양 (42.4%), 피부질환 (39.2%), 심혈관계 질환 (29.6%) 등은 가습기살균제 노출 전에 비해 노출 이후에 진단이 증가한 것으로 자가보고됐다.

    또 간질 등 신경계질환,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암 질환, 신장염 등 신장질환, 선천성기형아, 발달장애 등도 악화되거나 새로이 발생했다는 설문응답도 보고됐다.

    아동 청소년의 경우 노출이후 악화 또는 새로이 발생한 병원 진단 신체질환이 비염·비질환 (80.8%), 폐질환 (76.7%), 결막염· 안과질환 (49.3%), 피부염·피부질환 (43.8%), 자폐증·주의력결핍 행동장애·발달장애 (9.6%) 순으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신경계질환, 신장질환, 심혈관계질환, 간질환, 위염궤양, 선천성기형아 등의 질환이 악화 또는 발생했다.

    울분 발생 기제

     

    ◇피해자 67%는 만성 울분, 사회적 고립까지 우려돼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 참사 노출로 인해 정신적·육체적으로 극한까지 내몰린 피해자들의 심리·사회적 피해는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의학·신체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특정 단계나 기준에 무차별적이고, 생애주기·가족관계 변화에 따라 현재 진행형으로 누적,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특조위의 지적이다.

    성인 피해자의 66.6%가 지속되는 만성적 울분(PTED) 상태이고, 이 중 50% (전체의 33.3%)는 중증도 이상의 심각한 울분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일반인과 비교하면 중증도 이상의 경우 비율상 2.27배 높은 비율이다.

    심각한 울분 집단에 속하는 가구 대표 (총 30명)의 개방형 질문 응답을 1차 질적 분석한 결과 이들의 울분은 현재의 피해보상 및 대응 체제가 양산하는 '사회적 울분'일 수 있다고 지적됐다.

    실제로 성인 피해자의 사건 인식 조사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의미는 '내가 아니라 세상이 달라져야 하는 일','고통스러움','부당함' 등으로 요약됐다.

    피해자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도 높아서 '10명 이상의 이웃과 인사하고 지낸다' 응답 비율이 일반 국민에 비해 1.4배 낮았다.

    또 필요할 때 부탁할 수 있는 이웃의 수가 '10명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일반 국민(12%)에 비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7.1%)가 '폭이 좁고 부족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사회적 연결망도 피해자의 사회적 연결망 밀도(0.3)는 일반 국민의 연결망 밀도(0.5)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잘 알고 있는 소수 가까운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정도가 일반 국민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비용 수백억 추산되는데…구제급여는 겨우 평균 1400만원

    경제적 피해 비용은 100가구를 통틀어 최소 125억 8천만원에서 최대 539억 8400만원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이 추산 비용에는 기타 후생 상실 비용 및 질환에 따른 이환·조기사망·고통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결과로,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100가구 중 정부의 구제 급여를 받은 피해자는 28명으로, 구제급여 수준은 평균 1400만원으로 총 3억 8400만원에 불과했다.

    다만 특조위는 이번 조사의 경제적 피해비용은 자기기입식 설문조사로 파악돼 과소 또는 과대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년만에 정부로부터 받은 피해 판정, 10명 중 6명 "설명 부족" 불만

    피해 가구가 피해인정 신청결과를 통보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1년 (35%), 1~2년(31%)으로 6개월에서 2년까지 총 66%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2.3%가 피해판정결과 통보까지 걸린 시간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판정결과가 늦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응답자는 6.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59.1%로 가장 많았고, '설명이 이루어졌지만 충분하지 않다'가 34.1%로 뒤를 이었다.

    판정결과 통보 결과에 대한 근거와 설명 역시 '불충분했다 '가 38.5%로 가장 많았다.

    또 근거와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다'(31.3%)'근거와 설명이 제공되었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26%)는 답변이 주를 이뤘고, '근거와 설명이 제공되었고 납득할 수 있었다'는 응답자는 4.2%에 불과했다.

    특조위는 정부의 건강 피해 인정 질환과 실제로 피해자들이 진단받은 질환과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개별 질병에 대한 인정여부를 가칭 '가습기살균제증후군 (Humidifier Disinfectants Syndrome, HDS)'으로 새롭게 정의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폐 부위 외에 다른 다양한 병변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이제까지 국소적인 병변에만 머물렀던 구제 대책이 전신의 병변을 포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단기 피해에서 중장기 피해, 2차 피해 등을 포괄하거나, 신체피해만이 아닌 피해자들이 당한 정신적, 가족,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피해 전반을 드러내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아동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신경발달장애, 성장이상과 관련된 가능성에 대한 향후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질환 치료연구 통합센터'를 구축해 지속적인 관리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권했다.

    특조위는 "사건 발생 후 수년이 지났지만 이들에게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중증 울분 피해자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와 개인회복프로그램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물질과 발생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개인이 증명해야 하는 ‘피해보상 프레임’은 사회적 낙인을 유발한다며 이는 추가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관련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기업이 운영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특별구제계정 금액은 최대 2000억원 한도 내에 1250억원이 모였지만, 실제 지원과 배·보상은 미비한 수준인 점도 지적됐다.

    현재 정부의 구제수준은 치료비 본인부담금, 간병비용 등 실제 피해에 비해 극히 일부만 보전하고 있어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이번 조사 결과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피해구제 과정에서 행정적, 법률적 조력도 적절히 제공되어야 하고, 피해자들의 알권리, 조력 받을 권리 및 의사결정 참여권이 적정하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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