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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되고픈 김향기가 생각하는 '좋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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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람'이 되고픈 김향기가 생각하는 '좋은 선택'

    [노컷 인터뷰] '증인' 지우 역 김향기 ②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향기를 만났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03년 한 제과 브랜드의 모델로 데뷔한 김향기는 당시 생후 29개월이었다. 당시 메인 모델은 정우성.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 함께 연기한 바로 그 정우성이었다. 워낙 어릴 때라 김향기의 기억 속엔 없지만, 이처럼 두 사람은 17년 전에 만난 특별한 인연이 있다.

    '증인'은 살인 사건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올해 스무 살이 되어 20대로 들어선 김향기는 40대 후반인 정우성과 나이 차이가 꽤 난다. 상대역인 정우성이 '아재' 같이 느껴진 적은 없었냐는 짓궂은 질문에 김향기는 "딱히 그렇게 느끼진 못했다"며 정우성의 개그가 "실제로 재미있었다"고 답하며 웃었다.

    오늘(13일) 개봉하는 영화 '증인'의 배우 김향기를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향기는 '증인'을 "누구와 봐도 정말 괜찮을 것 같은 영화"로 소개했다. 영화만큼 재미있었던, 김향기와의 대화를 옮긴다.

    일문일답 이어서.

    ▶ 17년 전 광고 촬영을 같이 했던 정우성 씨와 호흡을 맞췄다. 혹시 아재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지.

    딱히 저는 그렇게 느끼진 못했다. 보통 소위 아재 개그라고 말씀하시는데 (웃음) 저는 실제로 재밌었다. 빵 터지는 건 아니어도 그냥 웃음이 나오는 거 있지 않나, 그런 정도여서. 아재다! 라고 느낀 적은 없다. (웃음) 나이 차이나 세대 차이가 실감 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저도 뭐 요즘 유행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빨리 알아채는 편은 아니어서… (웃음) 현장은 분위기 자체가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이었다. 들떠서 긍정적인 좋은 부분이 있고, 차분하긴 해도 그게 차분한 느낌 자체가 굉장히 편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이번 현장은 후자였다.

    ▶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미란(염혜란 분)과 학교에서 독대하는 장면이 있다. 으스스하고 다소 오싹하기까지 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이 장면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지우가 넘어지지 않나. 사실은 넘어지는 게 아니었다. 리허설하는데 세게 안 하셨는데 제가 넘어져 버린 거다. 비가 오고 복도가 미끄러운 상황이 되다 보니까. 근데 이게 그 상황에서 너무 자연스럽고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실제로 슛 갈 때도 이렇게 해 보자고 하셨다. 슛 갈 때도 넘어지게 되더라. (웃음) 그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17년 전 광고 촬영 현장에서 만난 적이 있는 정우성과 김향기는 영화 '증인'에서 다시 만나 함께 연기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증인'에는 염혜란 씨를 비롯해 연기 경력이 풍부한 배우들이 나왔다. 혹시 선배들이 연기 조언을 해 준 게 있는지 궁금하다.

    아뇨, 오히려 조언을 해주시는 분은 안 계셨다. 조언이라기보다 그냥 똑같이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저는 되게 감사드렸던 게 정말 같은 배우로서 존중해주신 거다. 제가 나이가 어리고 먼저 말을 걸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신 것 같다. 조언이라고 딱 하시기보다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대화 나누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감독님하고도 의견을 나눴고.

    ▶ 다른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소감도 듣고 싶다.

    (다른 배우들은) 법정 씬에서 되게 많이 나온다. 부산 세트장에서 법정 씬을 찍었는데, 그게 좀 중요하기도 하고 긴 장면이다 보니까 오랫동안 그 장소에서 찍었다. 굉장히 다 선배 배우분들이고, 많이 모여 있었는데… (웃음) 뭔가 영화에서 볼 때는 딱 뭔가 악역이 있고 그렇지 않나. 근데 실제로는 다들 너무 편안했다.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다들 호흡이 잘 맞았던 거 같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있었으니까. 많은 배우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정신없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다들 굉장히 선배 배우분들이지만 제가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게 현장이 되게 즐거운 덕이었다. 즐겁다는 게 가족들이 어… 명절 때 (웃음) 모여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또래 친구들과 할 때 밝다면, 가족들은 모여있으면 편안하니까.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한 장소에서 오래 촬영하다 보니까 몸이 뻐근해지지 않나. 그때 만 보 걷기가 유행이 되어서 갑자기! (웃음) 모니터 뒤에서 다 같이 일어나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웃음) 모니터하니까 그 장면이 되게 귀여운 거다. 되게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스태프분들도 다 같이 일어나셔서 제자리 걷기로 만 보 채우기를 했고. 내기하신 분들도 계셨다. (웃음)

    ▶ 올해 스무 살이 되었다. 10대일 때와 달라진 점이 있는지.

    저는 아직 제가 성인이다, 라는 것에 실감이 안 난다. (웃음) 아직은… 좀 지내봐야 '아, 이제 좀 성인이 됐구나'라고 느낄 것 같아서. (웃음) 큰 차이를 두진 않는다. 연기할 때도 큰 변화가 있다거나 느낌이 다르지는 않다.

    ▶ 이제 '아역배우'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났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배우로서 좀 더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나.

    기대라기보다는… 그냥 항상 매년 스스로도 성장시켜줄 수 있는 작품의 기회를 주시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웃음) 연기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고. 최근 들어서는 많은 분들이 저를 아역으로 보기보다 한 작품의 인물로서 봐주시는 게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걸 보면서 되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드리는 것 같다. (웃음) 앞으로도 뭔가 확 변화를 주는 것보다 넓혀가면 좋겠다는 기대감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김향기가 맡은 지우는 누구하고나 대화할 순 없지만, 자신의 세계에 들어오려고 노력하는 이들과는 진심을 나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에서 지우는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대충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들렸다.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단 나의 선택이나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나의 이득을 위해서, 사실을 은폐하고 사실이 아닌 것들을 주장해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는 게… 사람마다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마음에 남아있지 않나. (웃음) 그래서 뭔가 이득보다는 그냥 서로 피해 안 가는 선에서 선택을 하는 게 결국에는 마음도 편하고 (웃음) 미련도 안 남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좋은 사람'은 순호 아저씨에게 크게 다가오는 한마디이지 않나.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이 더 크게 다가왔으리라고 본다. 관객들도 그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에 그 대사가 남았을 거고. 정말 간단한 질문이지만 평소에 잘 안 하는 질문이다.

    아, 진짜 좋은 선택이라는 게 뭘까?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사실 답은 나와 있다. 그걸 알면서도, 그 알고 있는 좋은 선택을 하는가. (웃음) 아니면 무시해버리는가. 어렵게 생각하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살아가다가 문득 생각해 보면 좋은 선택이라는 게 별 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마음이 없는 게 없고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리고 남에게 아픈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의 선택이 좋은 선택이 아닌가 싶다.

    ▶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연기를 시작한 것일까.

    네. 저에게는. (웃음)

    ▶ 마지막으로, 영화 '증인'을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 영화를 보고 싶으시면 보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언론 시사회하고 '아, 우리 영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극장에서의 2시간이 참… 관객분들도 2시간을 내 주시는 것이지 않나. 한편으론 여가 활동이 될 수 있지만, 그분들께 웃음도 줄 수 있고 제가 느끼는 걸 같이 느끼신다면 좋겠다 싶었다. 누구한테 꼭 추천해준다기보다는, 누구와 봐도 정말 괜찮을 거 같다는 영화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전 제 친구들! (웃음) 고등학교 때 친구들한테 (개봉 날짜를) 얘기하긴 했는데, 같이 가서 보면 잘 맞을 거 같다. 친구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끝>

    오늘(13일) 개봉한 영화 '증인'에서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향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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