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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의 '해내려는 자존심'이 'SKY 캐슬' 김주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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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형의 '해내려는 자존심'이 'SKY 캐슬' 김주영을 만들었다

    [노컷 인터뷰] 'SKY 캐슬' 김주영 역 김서형 ②

    지난 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주영 역을 맡은 배우 김서형 (사진=JTBC 제공)

     

    이미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 김서형은 처음에는 'SKY 캐슬'을 고사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소시오패스적 면모를 지닌 기자 역으로 나온 '이리와 안아줘'를 비롯해 지난해에만 네 작품을 했기에 진이 빠져 있는 상태였다.

    체력적으로 버거운 것 말고도 또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자신의 '쓰임새'를 기대하고 제안한 제작진을 실망시키고 않고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 그것이었다. 그러던 중 'SKY 캐슬'이 들어왔을 땐, 안 하면 아까울 것 같지만 쉽게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소속사 대표의 설득과 본인의 결정이 합쳐져, 우리가 아는 '김주영 쓰앵님'(선생님)이 탄생했다. 만약 김서형이 김주영 역을 끝내 거절했다면, 'SKY 캐슬'은 조금 다른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 회 방송 단 한 회를 앞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김서형을 만났다. 머리카락 한 올도 빠져나오지 않게 틀어 올렸던 머리 대신, 훨씬 편해 보이는 쇼트커트에 엷은 회색 재킷, 허리선이 높은 바지를 입은 차림이었다.

    극중에서 오랫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읽기 힘들었던 김주영과 달리, 김서형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도하면서 뛰어난 입담으로 취재진을 여러 차례 '빵 터뜨렸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작품에 대한 태도였다. 그는 그저 '책임감'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일문일답 이어서.

    ▶ 'SKY 캐슬'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는데,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휘몰아치는 전개, 아역부터 해서 누구 하나 놓치지 않고 다 주인공처럼 보이게 하는 게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캐릭터마다 특색이 다 정확하다. 우리(입시 코디네이터)만 해도 규정화된 선생님은 아니지 않나. 특색 있는 역할에 대한 (시청자들의) 목마름이 있었나 싶다. 드라마이긴 하지만 제가 봤을 땐 뭔가 만화에 나올 법한 선생 같은 지점이 있었다.

    ▶ 요즘 인기를 실감하는지.

    이번에 포상휴가 처음으로 간다. 큰 사랑을 받아서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뭐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많이 하고. 오늘 몇 번이나 인터뷰하는지 모르겠다. (웃음) '캐슬' 덕분에 제2의 전성기다, 라는 기사가 나니까 저야 고맙다. 근데 저는 오히려 더 평온하다. 10년 전에도 (전성기를) 찍어봤으니까. 막 이런다. (웃음) 그때도 몇 달 뒤엔 아무렇지 않더라. 요즘엔 10대 아이들도 좋아라 해 주니까 팬층이 더 두터워지긴 했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좋다. (웃음) 지금 길거리 나가면 와아~ 하지 않을까. 근데 세아 씨가 나가든, 정준호 선배가 나가든 다 마찬가지일 거다. 다 같이 빛 보고 있는 거니까 좋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SKY 캐슬' 종영 기념 김서형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제공)

     

    ▶ 10대 팬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작품으로 여성 팬들도 더 늘어나지 않았나.

    원래 여자 팬들이 더 많았다. 이번에는 입시 얘기여서 그런가? 김주영 샘이 무섭지만 저런 선생님이 있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을까? 왜 이렇게까지? 10대 아이들까지? 이런 생각이었다. 얘기 자체가 교육 얘기고 강력한 선생님의 존재가 필요해서 그런가? 싶었다. (웃음) 저도 참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 지난번 조재윤 씨를 인터뷰했을 때 '"SKY 캐슬'은 김서형 누나의 인생작"이라는 말을 들었다.

    재윤아, 너무 고맙다. (웃음) 재윤이한테 너무 고마웠다. 재윤이는 '기황후' 때 만났는데, 사실 동료가 그런 말을 해 주는 게 쉽지 않다. 가족 같은 사람이 하는 말이 제일 위로될 때가 있지 않나. 그걸 아니까 더 고맙다.

    ▶ 전작 '이리와 안아줘'에서도 악역을 해서 'SKY 캐슬'을 바로 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그래서 안 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너무 믿어주시니까 해내야 하는 절박함이 있는데, 작년에 네 작품을 해서 체력도 안 되고 박희영 기자('이리와 안아줘' 역할)한테 에너지도 다 썼고… 하, 도저히 못 하겠다 싶었다. 근데 이거('SKY 캐슬') 안 하면 아까울 것 같았다. 사무실은 저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고. 대표님은 촉이 온다고 했다. 저는 없는 에너지까지 끌어올려서 해야 할 판인데 제대로 못 해내면 너무 민폐라고 생각했다. 뭔가 임팩트가 필요하니까 나를 불렀을 텐데. 그런데도 너무 감사하게도 (저를) 원하셨고, 못 이기는 척 발만 적셨다. (웃음) 우리 대표의 촉이 맞았다. 근데 제가 사무실에서 시킨다고 했겠나? (대표가) 연기 가르쳐줄 것도 아니고. (웃음) 에너지를 너무 소비해서 처음에는 ('SKY 캐슬'을) 거절한 거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안 돼 있고 아시다시피 진짜 박희영 특별출연하면서 빡세게 해서… (한숨)

    ▶ '이리와 안아줘' 박희영 역이 특별출연인지 지금 알았다. 인물 소개란에도 특별출연이라고 안 나와 있던데.

    그러니까! 내가 또 속은 것 같아. (웃음) 그래도 좋은 기억이었다. 허준호 선배님이랑 (작품) 해 본다는 것도 있었고. '개과천선'도 김명민 씨가 나오니까 한다고 했다. '위대한 유혹자' 끝나고 '이리와 안아줘' 특별출연하고, 영화 '미스터 주' 하고 'SKY 캐슬'을 동시에 한 거다. 미치겠는 거지. 이거('SKY 캐슬') 끝나기 전에도 특별출연 제의가 왔다. 도저히 그건 체력이 안 돼서 못 했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한다니까?

    제가 해내려는 이상한 자존심이 있다. '경력이 이렇게 됐는데 어디 가서는 잘하고 여기 와서는 못해?' 이게 싫은 거다. 책임감 아니겠나? 특별출연을 왜 쓰겠나? '위대한 유혹자'에선 일하는 엄마 역이었다. 열심히 했지. 전 (시청률) 1%가 나오든 2%가 나오든 늘 열심히 했다. ('SKY 캐슬'은) 힘들었는데 잘 되니까 너무 감사하다. (웃음)

    김서형은 'SKY 캐슬'의 김주영 역으로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는 찬사를 받았다. (사진=JTBC 제공)

     

    ▶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의 어려운 역할을 연달아 맡았는데, 발랄하고 가벼운 작품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영화) '미스터 주'가 그런 작품일 수 있다. 아직 개봉 안 했고 역할은 크지 않은데 적시적소(알맞은 때와 꼭 알맞은 자리)에 있다. 그걸 감독님이 자르지만 않는다면. (웃음) 이 영화는 재미있어 보여서 작아도 참여하고 싶었다. 해소할 데가 필요한데 저한텐 선택권이 없었다. 내가 찾지 않으면 안 됐다. 제가 힐링하고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저예산이든 아니든 단편이든 장편이든 구분 안 하고 한다.

    '미스터 주'도 제 역할은 미비하더라도 (하면서) 이렇게 해소할 수 있다 싶었다. 또 그렇게 한 게 (영화) '봄'인데 한국에서는 잘 안 됐지만 너무 흡족한 작품 중 하나다. 누가 안 찾으면 내가 내 우물 파면 된다. 이게 전성기라는 생각 안 한다. 누가 그렇게 얘기한다면 정말 '캐슬' 덕이고. 내가 힘들 때 감독님이 계셨으니까. 저는 진짜 이 작품은 조현탁 감독님한테 너무 감사드리는 작품이다. 작가님은 제게 '전적으로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란 대사를 주셨고. 너무 감사하다.

    ▶ 'SKY 캐슬'의 성공은 40대 여성 배우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데, 어떻게 바라보나.

    40대 여자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게 (그동안 한국에선) 많이 없었을 수도 있다. 미드(미국드라마)는 많다. '위기의 주부들' 같이. 근데 정말 (40대 여자 배우들이) 할 게 없나? 있는데 안 쓰는 거지. 그렇지 않나? 무슨 잣대로만 보길래 우리가 할 게 없을까? 대중이나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저건 누가 하면 좋겠다 싶은 배역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좀 더 내공과 연륜 있는 사람이 하면 좋을 텐데, 하면서 저도 시청자 마인드로 볼 때가 있다. 그런 안타까움? 한편으로는 참 아쉬운 얘기인 거다. 사람들이 미드 보기 시작한 게 언제냐. 시청자들은 벌써 눈이 높아져 있고, 콘텐츠에 목말라 있는데 왜 정작 만드는 사람들은…

    작품 수는 많아진 것 같다.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다. 시청률이 안 나와도 뉴 페이스들도 만들어내야 하고, 아무튼 드라마는 지상파든 비지상파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아직 드라마보단 더 보수적이고.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도전하면서 모험 아닌 모험을 하는 게 참 똑똑한 지점인 거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요소를 안다는 것이지 않나.

    ▶ 차기작 계획은.

    빨리 찾아줄 때 일해야죠. 1년 쉬면 더 고통이다. 쉬어도 3~4개월? <끝>

    배우 김서형 (사진=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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