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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이 제일 듣고 싶은 응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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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준열이 제일 듣고 싶은 응원의 말

    [노컷 인터뷰] '뺑반' 서민재 역 류준열 ②

    오늘(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에서 서민재 역을 맡은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뺑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발견' 혹은 '재발견'된 배우 류준열은 이듬해인 2016년부터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작품을 해 왔다.

    사회 풍자적인 성격이 강한 느와르 '더 킹', 광주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시대극 '택시운전사', 추리가 필요한 무거운 분위기의 '침묵', 제목처럼 평온하고 찬찬한 '리틀 포레스트', 비주얼과 강렬한 캐릭터가 돋보인 느와르 '독전'까지가 최근 2년의 활동이다.

    류준열은 올해도 '소준열'(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류준열이라는 의미로 팬들이 붙인 말)로 활동할 예정이다. 오늘(30일) 개봉한 영화 '뺑반'을 비롯해 '돈'과 '전투' 등 올해 안에 관객을 만날 준비 중인 영화가 3편에 이르기 때문이다.

    류준열의 행보에 기대 어린 시선이 뒤따르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여서가 아니다. 출연작의 성격, 그 안에서 보여준 캐릭터의 매력이 다양하다는 게 그의 강점이다.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지 않아 이미지가 소모라는 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작품을 거듭할수록 연기력에 관한 평가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성장한 류준열을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15년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단역으로 나올 때만 해도 말 그대로 '신입'이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아니냐고 묻자 "아이고"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연기를 하는 조정석과 공효진

    '뺑반'은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조정석과 류준열은 모두 공효진과 같은 작품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조정석은 공효진과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연인 연기를 했고, 류준열은 공효진이 주인공으로 나온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단역을 맡았다.

    공효진, 조정석과 연기해 보니 그들이 어떤 매력을 가진 것 같냐고 묻자 류준열은 잠시 고민하다 답을 이어갔다.

    "근데 그 매력을 (제가) 말로 표현하면 거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아서요. 두 분 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공효진 조정석만의 연기가 있는 것 같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저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하고 애쓰고요.

    '프로듀사' 때 공효진 선배 연기를 보고 있는데 아 뭔가 참… 표현이 안 되는데 연기를 정말 독특하게 하신다고 생각했어요. 저거 NG인가? NG가 아닌가? 아, 저건 NG다! 이런 지점이 있었는데 NG 소리가 안 났어요. 연기 마쳤을 때 OK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모니터한답시고 1화를 같이 봤는데 '아, 저렇게 표현되는구나. 브라운관에선. 현장에서 내가 놓쳤던 게 저렇게 표현되는구나' 싶었어요. 공효진 선배만이 할 수 있는 거죠. 역시 베테랑이라는 게 딱 느껴졌어요.

    영화 '뺑반'에서 각각 은시연, 정재철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위)과 조정석 (사진=쇼박스 제공)

     

    그리고 정석 선배님 같은 경우도 대본 리딩하는데 무릎을 치게 되더라고요. '아, 정재철을 저렇게 준비하셨구나!' 하고요. 제가 예상하던 것과 다 빗나가서 '아, 그럼 난 어떻게 하지?' 고민되게끔요. 기분 좋았던 게 정석이 형이 딱 오더니 '준열이는 서민재를 이렇게 준비했구나' 하셨어요. (웃음) 나도 선배 예상과는 빗나가게 했나, 하며 속으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웃음) 둘이 만나면 되게 재밌는 현장이 되겠다 하는 설렘?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게 됐을 때의 기대감이 있었어요."

    특히 류준열은 조정석의 '배려심'을 이야기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류준열은 "영화('뺑반') 보고 나니까 정석이 형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이나 눈빛이 '아, 저를 되게 배려하려고 했던 행동이었구나' 하는 게 지금에서야 느껴지더라"라고 전했다.

    류준열은 "제가 대사를 틀렸다거나 다시 한번 테이크를 가고 싶을 때 정석이 형이 했던 말이 선배로서 후배에게 하는 따뜻한 한마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 이상으로 배우가 이 캐릭터로 온전히 있을 수 있게끔 해 줬다. 서민재가 정재철을 만날 때 이렇게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걸 리드한달까? 제 캐릭터를 끌어주려고 했던 리액션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준열은 조정석과 벌인 빗속 결투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정석이 형은 몸을 너무 잘 쓰신다. 배우로서 부럽다. 제가 실수한 것도 실수처럼 안 보이게 해 주셨다. 배우는 단순히 (액션) 합을 맞추는 게 아니고 감정이 담겨야 하는데, (정석이 형이) 감정의 디테일이 줄어들거나 너무 과하지 않게끔 잘 끌어주신 것 같다. 빗속 씬은 두 배우의 에너지가 단단하게 꽉 잘 담긴 씬이지 않나 싶다"고 부연했다.

    ◇ 류준열이 본 '뺑반'은 '전형적 악인이 없는' 영화

    류준열은 기존에 했던 작업과 달리 '뺑반'을 뒤늦게 봤다. '아, 영화가 이렇게 나왔나?' 하면서 색다르고 산뜻한 느낌을 받았고, 역시 한준희 감독의 영화구나 했다고.

    "감독님이 얘기하고 싶었던 건 경찰 영화구나 했어요. 우리가 터지고 부서지는 포맷을 갖고 있지만, 경찰들이 가진 정의에 대한 생각, 직업윤리에 대한 딜레마 같은 게 분명히 들어가 있더라고요. 경찰청장(유연수 분), 은시연(공효진 분), 윤지현(염정아 분) 캐릭터까지 악인이 과연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요즘 영화는 너무나 지독한 악인이 분명히 있고 이걸 처단하고 없애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많잖아요. ('뺑반'은 캐릭터가) 다들 이해가 돼요. 마냥 나쁜 길만도 아니고요. 사연과 사연이 상충되면서, 자기네들은 다 정의라고 옳은 거라고 얘기하는 게 잘 표현돼서 오히려 '악인이 없네?' 싶죠. 정석이 형(정재철 역)이 악인 역할이라곤 하지만 본인의 사연이 있어요. 윤지현 역할도 본인은 굉장히 정의로워요. 이 사회에도 분명히 그렇게 하면서 떳떳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한번 생각하고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봐서 되게 좋았어요."

    '뺑반'은 류준열이 2019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다. (사진=쇼박스 제공)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희생해도 된다는 윤지현 캐릭터의 생각을 어떻게 보는지 묻자 류준열은 "아직 저도 많이 고민이 된다"며 "저조차도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이어,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가 중요하다가 아니라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때 행복하다면 결과 또한 행복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극중 서민재는 어두운 과거를 가진 인물이다. 폭주를 뛰다가 다른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마약 운반까지 했다. 서민재의 전사가 아주 자세하게 펼쳐지지는 않는다. 팔에 드문드문 남아있는 타투와, 그 시절의 민재 이야기를 일부러 꺼내 도발하는 정재철의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나올 뿐이다.

    '뺑반'에서 주인공들이 쫓는 상대이자 악인으로 그려지는 정재철은 서민재를 조롱한다. 예전에 나쁜 짓을 했던 서민재가 이제는 나쁜 놈을 잡는 건 부당하다는 식으로. 사람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정재철과, 과거의 실수와 잘못은 '멈출 수 있다'고 보는 서민재의 관점 차이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래서 물었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보는지.

    "아…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고민을 하게 되네요. (웃음) 그것조차도 말씀드리기가 되게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바뀔 수 있다, 없다에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결국에 그 인간이 가진 의지, 자신이 가진 의지대로만 간다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나 하는 추측 아닌 추측을 해 봅니다. 민재는 그 의지가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대사를 정재철이 한다고 해서 김민재(서민재의 과거 이름)가 서민재로 돌아오는 건 아니죠. 또 김민재가 진짜고 서민재는 가짜인 것도 아니고요. 김민재도 나고 서민재도 나죠. 김민재가 있었기에 서민재가 있으니, 또 다른 민재가 등장해서 그 이후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어디서 저런 배우를 데려왔지?' 하는 반응이 절로 나올 정도로, 호들갑스러우면서도 불량한 분위기의 BJ 양게 역(영화 '소셜포비아')을 소화한 류준열은 2015년 한 해에만 완전히 다른 세 가지 얼굴을 보여줬다.

    눈 밝은 시청자가 아니라면 아마 놓쳤을지도 모를 어리바리한 신입 PD 주종현(드라마 '프로듀사')과 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의외로 속이 깊고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년 김정환(드라마 '응답하라 1988')까지.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제공)

     

    4년이 지난 지금, 류준열은 충무로에서 가장 꾸준히 작품을 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배우로 자라났다. 이젠 충무로에서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아이고"라며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프로듀사' 때도 행복했고 지금도 되게 행복하게 영화 찍고 있는데 단순히 저만의 행복이라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행복도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해서 그걸 고민하는 것 같아요. '프로듀사' 때는 제 행복에 대해서만 고민 많이 했다면 점점 주변 사람 행복도 생각하게 됐죠. 개인적으로 연기적으로나 영화에 비치는 저의 모습은, 관객들이나 기자님들이 느끼시기에 '전 작품보다 좋아지고 있는데?' 하는 거예요. '좋아지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한마디가 제일 듣고 싶은 것 같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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