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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능인의 활약을 바라보며 안영미가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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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예능인의 활약을 바라보며 안영미가 느낀 점

    [노컷 인터뷰] '계룡선녀전' 조봉대 역 안영미 ②

    지난달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계룡선녀전'에서 조봉대 역을 맡은 안영미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2018년 예능계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돋보였고, 비로소 여성 예능인의 실력과 개성과 가능성이 제대로 평가된 해였다.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이 유력한 여성 후보인 이영자와 박나래의 수상 여부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지상파에서는 '언니들의 슬램덩크' 시즌 2(2017) 이후 이렇다 할 '여성 예능'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의 어울림과 연대를 보여주는 예능이 많이 만들어졌다. 올리브 '밥블레스유', JTBC4 '비밀언니', 라이프타임 '파자마 프렌즈', tvN '주말사용설명서' 등이 대표적이다.

    예능 걸그룹이라는 신선한 콘셉트로 무대와 입담 모두를 보여준 '셀럽파이브'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까지 셀럽파이브 멤버 전원은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개그 프로그램, 버라이어티, 라디오 등 여러 영역에서 제 몫을 해냈다는 증거였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계룡선녀전' 종영 기념 안영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라디오, 팟캐스트, 예능 걸그룹 활동, 드라마 촬영까지 갖가지 도전을 하며 개그우먼으로서 다채로운 활동을 보여준 당사자이자, 가장 가까이서 동료들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작년 한 해 여성 예능인의 활약'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했다. 너무 낙관에 차 있지도, 그렇다고 비관적이지만도 않은 답이 인상적이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 '계룡선녀전'을 찍으면서 실시간 댓글을 많이 봤다는데 원래 반응을 자주 확인하는 편인가.

    요새는 실시간 톡이 있지 않나. 방송 나가면 시청자가 대체 어떻게 생각하면서 보는지가 (거기서는) 보인다. 저도, '아~' 하면서 본다. 같이 시청자 입장으로. 그래서 참 재밌더라. 재밌기도 했지만 겁이 많아졌던 것 같다. 요즘엔 기사가 떠도 실시간 댓글이 또 올라오니까. 그걸 보면서 겁이 많아졌던 것 같다. 그 사람들의 생각을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여겨서 많이 겁먹었던 것 같다.

    ▶ 그럼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겁이 나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전보다는 잘 알게 됐다. 라디오를 통해서 팬클럽이 생겼다. 그 친구들이 오픈채팅방에서 막 얘기를 한다. 편지도 받았다.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가 나를 너무 욕하는 사람들만 쳐다보면서 그렇게 겁먹고 방송에도 안 나오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더라. 다른 사람들이 욕을 해도 이렇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 하고 생각한다. 팬들의 힘이 컸던 것 같다.

    ▶ 댓글 반응에 민감하고 겁을 먹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요즘은 예전처럼 발산한다기보다 자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널리 알려진 모습)이 다라고 생각하니 당연히 오해가 생긴다. 그게 싫었다. 나는 그게 아니라고 해서 그걸 일일이 답변을 쓸 수도 없고. '전 사실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해명하기도 애매한 거다. 제게서 그걸(이미지를) 약간 빼는 시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센 캐릭터만 주로 하니까 오버하게 되고, 방송사에서도 오해를 하고. 그게 또 싫은 거다. 그냥 원래 안영미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중간 단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강유미 씨랑 유튜브 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알아주더라. 라디오 하면서도. 천둥벌거숭이인 줄 알았는데 평상시엔 저렇구나, 눈물이 있는 아이였네 하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는 분들이 생겼달까.

    안영미는 올해 2월부터 최욱과 함께 MBC 표준FM '안영미 최욱의 에헤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안영미는 지난달 29일 열린 '2018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라디오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방송연예대상' 캡처)

     

    ▶ 라디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연말 시상식에서 라디오 신인상을 탔다. 그때 수상소감 중에 초반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점이 힘들었던 건가.

    처음에 '시사 라디오'였다. '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다가 2018년도의 제 목표가 안 했던 거에 도전해 보자는 거여서 '해 보자!' 했다. 근데 역시나 시사를 제가 잘 모르니까 악플이 엄청나게 오더라. 초반엔 최욱 씨와도 처음 맞춰보는 거니까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많이 비쳤고, 진행자로서 자질 갖고 논란이 됐다. 그래서 초반에 욕을 많이 먹었다. 그 악플도 악플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인 거다. 라디오는 정말 장거리 달리기인데… 지금은 요만큼의 악플을 받았지만 혹시나 정치적으로나 뭔가 말을 잘못해서 대중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아, 나는 진행자로서는 역량이 부족하구나. 아직도 자꾸 나를 어필하려고 하고 웃기게 멘트치려고 하고. 아무 준비 없이 섣불리 덤볐구나, 욕심부렸다는 생각에 한 달 만에 그만두겠다고 얘기를 했다.

    제 주변에선 '그럼 악플러들한테 지는 거야. 이거 받았다고 그만두는 거야?' 그랬다. 근데 저는 아니다 싶으면 빨리 포기하는 게 용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빨리 손 놓는 것도 큰 용기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렸던 건데 많이들 잡아주시더라. 라디오 쪽에서도 그렇고, 최욱 오빠도 "내 '불금쇼' 게시판 가서 봐봐. 그건 아무것도 아냐. 영미야 그럴 시간 없어. 댓글 볼 시간 없어" 이래서 "어어, 알았어" 하고 하게 됐다. (웃음) 점점 케미가 생기면서 좋게 봐 주시더라.

    처음에는 라디오라고 해서 갔다. PD님, 국장님이랑 미팅했는데 "저희가 시사 라디옵니다"라고 하셨다. 예? 예? 정말요? 갑자기요? 시사요? 아… (웃음) 일단 하기로 했다. 당장 다음 달에 오픈을 하게 된다는데, 거기에서 미팅까지 해놓고 '좀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제가 시사를 잘 모른다고 하니 그게 포인트라고 하셨다. 많은 사람이 다 시사에 관심이 있고 정치를 알고 있는 게 아니니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물어보면 된다고. 청취자들의 눈과 귀라고 생각하라고. 시알못(시사를 잘 알지 못하는) 안영미도 아는데 여러분도 알 수 있다, 이런 거지 정치계의 뭐 이런 거로 생각하고 부른 게 아니라고.

    그랬는데… 점점 뉴스 앵커들이나 볼 법한 대본을 주시니까, 이럴 거면 MBC 아나운서분들이 하시는 게 낫지 나를 왜 불렀지? 싶었다. 그것도 과도기였던 거다, 초반에는. 점점 조율하면서 (지금의) 에헤라디오가 된 거다. 최욱 오빠 공이 컸다. "얘 어차피 몰라. 아니 이렇게 할 거면 아나운서들 시켜야지. (진행자) 눈높이에 맞는 대본을 써야지, 왜 이렇게 했냐" 이렇게 악역을 담당해, 제작진에게 건의를 계속했다.

    ▶ 인제 라디오에도 어느 정도 적응했나. 라디오만이 주는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청취자들이 정말 가족 같다. 제 목소리를 들으려고 일부러 그 시간에 주파수를 맞추는 거니까. 제가 뭐 별다르게 크게 웃긴 것도 아닌데 '안영미 씨 덕분에 힐링이 됩니다. 오늘 하루 일하느라 힘들었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너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이런 문자가 온다. 처음부터 들어주셨던 분들은 '예전엔 긴장한 것도 보였는데 점점 발전하는 게 보이네요'라고도 하시고. 처음부터 가족 같은 개념으로 보듬어주시더라. (제가) 말실수한다거나 대본을 잘못 읽어가지고 그런 적도 굉장히 많았다. (웃음) 책을 많이 안 읽다 보니까. 근데 대사 실수도 귀엽게 봐주시고 '너무 재밌어요', '그렇게 하시던 대로 하세요' 이렇게 해 주시니까 인간 안영미를 진짜 사랑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거 자체가 든든한 내 편이 생기는 기분이다. 진-짜 오래 하고 싶다. 라디오 DJ 하면 다들 그 욕심은 있을 거다. 정말 청취자랑 같이 나이 먹는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항상 (섹시한 목소리로) "내일도 하고 싶어요"라고 한다. (웃음) 처음엔 이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 MBC인데 너무 그렇다고. (웃음) 그래서 최욱 오빠가 '에헤라디오'라고 중간에 넣는다.

    ▶ 셀럽파이브 멤버들도 라디오를 하는 분들이 많다. 어떤 조언을 들었나.

    저는 일단 송(은이) 선배 라디오 게스트로 나가면서 보고 배웠다.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너무 압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구나 하고. (예전엔) 사연 같은 걸 읽을 때도 이거 안 틀리고 잘 읽어야지 이랬다. (웃음) 그 사연에 집중하려고 하지 않고. 어렸을 땐 글을 잘 읽고 싶었다, 칭찬받고 싶어서.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줘야겠구나 하는 걸 알았다. 웃기려고 하는 강박증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것도.

    예능 걸그룹이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눈길을 끈 셀럽파이브는 지난해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 모두가 상을 받는 기록을 썼다. (사진=김신영 인스타그램)

     

    ▶ 작년은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셀럽파이브 멤버들 전원이 연예대상에서 상도 탔고. 그 흐름을 경험하고 지켜보는 느낌이 어땠나.

    참 송 선배님, 김숙 선배님도 사랑하는 선배님이고 (박)나래도 좋아하는 후배고 채널만 틀면 나온다는 거에 뿌듯하긴 하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다른 친구들도 있다. 여성 예능인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그게 좀 (안 돼서) 아쉬웠다. '저 사람 잘하네? 그럼 저 사람만 써야지' 이렇게 되어버리니 그것도 좀… 개그우먼들 정말 많은데, 그런 프로들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참 채널이 많다. 몇백 개 채널이 있는데 그게 다 비슷한 거다. 그러니까 선택의 폭이 넓은 것 같지만 사실 많지가 않다. 그게 조금 안타까웠다. 예전에 제가 '드립걸즈' 할 때도 공연으로라도 개그우먼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지금은 후배들이 하고 있는데 드라마도 그렇다. 연기 정말 잘하는 개그우먼 후배들 정말 많고, 연기 전공도 많고 연기자를 꿈꿨던 분들도 많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판 깔아주면 정말 잘할 친구들인데, 그래서 제가 조금 더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제 연기로) 개그우먼에 대한 편견이 생겨버릴까 봐 그런 게 많이 우려스러웠던 것 같다.

    ▶ 작년은 안 해 본 일에 도전하는 해였다고 했다. 한 해의 도전을 돌아본다면.

    셀럽파이브 하면서는 아이돌을 존경하게 됐다. 진짜 쉬운 게 아니었다. 우리는 방송 보면서 '요즘 아이들 참 많이 나오네. 이름도 모르겠다, 이제는' 이러지 않나. 근데 그 무대에 오르기까지 진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한다는 뒷이야기를 잘 모른다. 잠깐이지만 합숙 생활도 해 보고 연습도 해 보면서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팟캐스트('귀르가즘', 사랑·섹스를 주제로 했다)도 참 걱정을 많이 했었다. 19금이고 원색적인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까 거부반응 들까 봐서. 막상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마녀사냥'이 있었는데 없어졌고. 연애하거나 연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성적으로 얘기할 공간이 점점 없어지면서 풀 곳이 없는 거다. 저도 진짜 팟캐스트를 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내가 알고 있었던 지식이 다가 아니구나, 하고 알게 됐다. 팟캐스트는 매일매일 배우면서 하고 있다.

    드라마 같은 경우도 이게, 극한직업이다. 스태프분들이 진짜… 이런 극한직업은 없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한국 드라마 촬영 여건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다들 잠 못 주무신다.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스태프들은 더 잠을 못 주무신다. 진짜 쉬운 게 아니더라. 도전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행복하긴 한데 알고 나니 정말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내가 정말 천운이었구나.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이 너무 행복했다. 물론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웃음) 이건 매일 회의를 해야 하니까. 남들을 웃기는 게 정말 어렵다. 요즘은 (개그 트렌드도) 좀 빨라졌지 않나. 그래서 지금 후배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 2019년은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

    일단은, 공연! '안영미 쇼'를 할 거다. 올해는 정말 말만 하지 않고 기획해서 그것도 후배들이 설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르로 올렸으면 좋겠다. 셀럽파이브는, 송 선배님도 그렇고 김신영 씨도 그렇고 많은 플랜을 짜놓으셨더라. 방송하다 뜬금없이 브리핑한다. (웃음) 셀럽파이브로 뵙게 될 것 같다.

    안영미의 2019년 목표는 자신의 이름을 건 '안영미 쇼'를 선보이는 것이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안영미 쇼'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제가 한창 19금 캐릭터에 빠져 있었을 때 '안영미 쇼'를 생각했던 거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걸, 19금이지만 고급스럽게 풀어볼까 했는데 막연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연기를 가미해서 메시지 있는 쇼를 만들고 싶다. 원래 '미스터 쇼' 같은 느낌으로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더라. 저도 '안영미 쇼'를 여성 타깃으로 한번 해 볼까 하다가 끝나고 나서 남는 게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너무 안영미 몸만 보다 가면 그건 목욕탕과 다름이 없지 않나. (일동 폭소) 개그를 잘 짜서 재미를 많이 드리고 싶다.

    ▶ 개인적인 목표는 없을까.

    사적인 계획은 없다. 전 일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동 폭소) 송 선배님 김숙 선배님한테 제가 아등바등하지 말라고 했는데, (두 분이) 왜 열일을 하셨는지 사실 안다. '여성 희극인들이 잘하네'라는 평을 들을 수 있고 어떤 위치가 생기니까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잠도 못 주무시고 열일하는 거다. 이렇게 해야 후배들도 불러줄 테니. 그런 시너지 효과를 바라셔서 열일을 하셨던 건데 전 너무 죄송스러웠다.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겁먹지 말고 방송계 문을 두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선배님들에게만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서 늘 죄송스러웠다.

    ▶ 2019년을 보낼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영미, 일하라우!" 전 좀 게을렀던 부분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서 남들이 써주기만을 기다렸던 때가 오래 지속됐던 거 같다. 2018년은 다행히도 송 선배님 강유미 씨 덕분에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정말 제가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해가 될 것 같다. 이랬는데 집에서 핸드폰만 보면서 TV 보는 건 아니겠지. (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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