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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숨 또 사라진 유성기업, 인권위 실태 공개는 언제쯤?



경제 일반

    한 목숨 또 사라진 유성기업, 인권위 실태 공개는 언제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인권위 앞 규탄회견
    2017년 정신건강·차별실태 조사하고도 2년 가까이 결론 미뤄
    지난달 노조원 숨진 뒤에야 '사후약방문' 대처

    2016년, 고(故) 한광호 열사의 사진을 들고 3보1배 중인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

     

    8년 가까이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등을 조사하고도 결과 공개를 미루다 결국 노동자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는 4일 오전 인권위 앞에서 '국가인권위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앞서 인권위는 2017년 6월부터 유성지회의 진정을 받아들여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과 사측이 유성지회 조합원에게 벌인 차별행위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비슷한 사안은 보통 3~6개월이면 결론을 내던 전례와 달리, 인권위는 유성기업 사안에는 약속했던 대책 마련이나 결론은커녕 정신건강 조사결과조차 2년 가까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지난달 20일 노조원 오모(57) 씨가 스스로 목숨까지 끊으면서 노동자들의 분노도 커졌다.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 노조원들은 2011년부터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 '두리공감'의 도움으로 정신건강 조사와 심리치료 등을 지원 받았다.

    회사가 고용한 용역직원이 자동차로 인도에 있던 노조원 13명을 치고 도망가고, 수백명의 용역직원이 노조 집회 현장을 급습해 소화기통과 돌맹이, 각목 등을 휘두르며 집단 폭행하는 등 유성기업 노조원들은 노사 분규 내내 강도 높은 각종 폭력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리공감'이 실시한 2017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는 노조원 중 53.4%는 우울증 고위험군에 속해 국민 평균(5.0%)보다 10배 이상 높을 정도다.

    숨진 오씨도 2012년과 2015년 우울증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지만, 본인이 상담을 주저해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2017년부터 지회가 인권위 조사에 집중 협조하기로 결정하면서 두리공감의 지원 일정도 크게 늦춰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인권위가 결론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자 '인권위만 믿다 오씨의 적절한 치료 시점만 놓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두리공감' 장경희 상임활동가는 "조사 시작 당시만 해도 인권위는 차별행위 조사에 앞서 노조원은 물론, 유성기업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과 산재 여부를 확인하고, 고위험군 치료부터 빠르게 개입하자는 것이 1차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 조사단을 중심으로 심리건강을 조사하자는 제안이 나와서 두리공감도 일정을 미룬 것"이라며 "당시 인권위는 물론 지자체와 고용노동부, 회사와 노조까지 모두 모여 광범위한 지원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고 회상했다.

    장 활동가는 "인권위가 평소처럼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면 오씨의 상태 등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인권위 조사 결론 공개가 지연된 데 대해 충분히 노조가 분노할 법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인권위가 결과 공개를 망설이는 이유를 놓고, 노조는 대기업과 사정기관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유성기업 사측의 조직적인 노조탄압에 원청인 현대자동차는 물론,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청가지 가담했다는 증거 서류가 나오는 등 사회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라 인권위가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금속노조 도성대 유성아산지회장은 "2016년 한광호 열사가 숨진 뒤 노동부가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위한 임시검진 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이 거부했고, 검찰도 내사 종결 명령을 내렸다"며 "당시 마지막으로 붙잡은 희망이 인권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활동가들이 해마다 실태조사와 각종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국가기관인 인권위 조사만 믿고 기다렸다"며 "국가기관의 나태함으로 시간만 보내다 한 열사에 이어 또 다른 동료도 떠나보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관이 중간에 바뀌는 등 실무적 문제로 늦어졌을 뿐, 고의로 조사를 늦추지 않았다"며 "이미 지난달 28일 관련 소위가 의결을 마쳐 이 달 중순 무렵에는 결정문을 공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도 지회장은 "결정문에는 정신건강 상태조사 결과 중 일부만 인용돼 공개될 뿐, 전체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지회가 진정한 사안 중 대부분을 기각, 각하한다는 얘기도 들려와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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