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검찰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에 따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이 법조계의 주목받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지만, 김 수사관은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원지검 형사1부(김욱준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김 수사관의 통화내역 등을 분석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작성한 첩보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 수사관에게 의율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을 때 2년 이하의 금고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한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 (노컷뉴스 자료사진)
이는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된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게 적용됐던 것과 같은 혐의다.
1999년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이 외화밀반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그의 부인인 이형자씨가 당시 김 검찰총장 등 고위층 인사의 부인들에게 고가의 옷으로 로비했다는 의혹이 '옷 로비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헌정사상 첫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돼 수사가 벌어졌다.
김 전 검찰총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이른바 '사직동팀'으로 불린 경찰청 수사국 조사과를 동원해 해당 의혹을 내사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을 받아 신동아 그룹 측에 보여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03년 김 전 총장에게 무죄 확정 판결했다.
먼저 대법원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정하지 않는다"고 폭넓게 해석했다.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 등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으면 '직무상 비밀'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다만 비밀은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인정돼야 하고,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 침해로 인해 국가 기능에 위협이 생길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정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문제의 청와대 내사 결과보고서가 '옷 로비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결과를 담고 있는 것에 불과해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없고, 그 내용이 공개된다고 해도 국가의 기능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김 전 검찰총장이 내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했던 시점에는 최순영 회장이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방해할 수 없다는 점도 무죄 결정의 근거가 됐다.
이와 반대로 김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원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며 얻은 첩보를 공개한 탓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됐다.
또 김 수사관이 비밀엄수 의무와 대통령 비서실 정보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는 감찰 결과에 따라 중징계인 '해임'이 청구된 상태다.
앞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중국 파견특사단 추천 의원명단 등을 건넨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전에 외부로 누설될 경우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에서다.
한편 김 수사관이 유출한 내용이 청와대 첩보보고서를 통째로 가지고 나온 것인지 또는 수첩 등에 별도로 기재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으로 문재인 정부의 기능에 중대한 위협이 생겼는지 여부도 다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