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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시민운동의 대부 윤장현 전 시장은 왜 몰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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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시민운동의 대부 윤장현 전 시장은 왜 몰락했나?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윤장현 전 광주시장(노컷뉴스 DB)

     

    희대의 영부인 사기 사건의 피해자로 연일 여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

    안과의사 출신인 그는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활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시민운동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윤 전 시장은 광주YMCA 이사장은 물론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을 지내는 등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다.

    그런 그가 지난 2014년 정계에 입문해 전략공천을 받은 끝에 광주시장이 됐고, 탈권위를 내세운 시민시장을 표방하며 4년 동안 광주시정을 책임졌다.

    하지만 그는 시민들의 선택을 다시 받는 데 실패하면서 재선 도전을 접고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윤 전 시장은 해외 의료봉사 등을 활발히 하며 다시 예전의 시민운동가 윤장현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던 그가 희대의 사기극에 휘말리면서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연일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 김 모(49·여) 씨에게 4억 5천만 원을 뜯긴 피해자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은행 대출까지 받아 사기범 김씨에게 거액을 송금했을 뿐만 아니라 사기범의 자녀 취업청탁도 들어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특히 윤 전 시장은 시장 공천을 대가로 4억 5천만 원을 빌려준 것이라는 혐의까지 받으면서 졸지에 피해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게 됐다.

    검찰과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그는 직권남용(채용비리) 혐의는 물론 선거법 위반(공천 대가 금품 거래) 혐의까지 적용되며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리며 '광주의 박원순'으로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윤 전 시장은 왜 이렇게 몰락했을까?

    우선 평생을 시민사회에 몸 담으면서 남 몰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왔던 그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이 화를 불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전 시장은 사기 피의자 김 씨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가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성이 마비됐다"고 했다.

    노무현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자신이 바보같은 짓을 했다고 솔직히 자인했다.

    그는 사기범 김씨와 통화하고 문자를 주고받은 것은 물론 권양숙 여사가 보내서 왔다는 김 씨를 직접 시장실에서 만났고 자식들의 취업 청탁을 받은 사실도 순순히 인정했다.

    어찌 보면 '시민 시장'을 자처했던 그가 평소 성정상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인간적인 도움을 요청한 김씨를 외면하지 못한 것도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됐던 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 6월 30일 광주시장 퇴임 이후에는 조용하게 의료봉사를 하며 지내온 그의 삶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이 몰락한 것이 광주시장 재선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는 정반대의 추론도 가능하다.

    그가 사기범 김씨에게 4억 5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한 시기가 그가 재선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던 때라는 점을 수사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연락을 주고 받고 거액을 송금한 시점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 경쟁이 뜨겁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사기범 김씨는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 전 시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재선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다는 뉘앙스를 여러 차례 풍겼다.

    "어제 추미애 당 대표께 윤장현 시장을 신경 쓰라고 얘기했으니 힘내시고 시정에 임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시장님 꼭 재임하셔야겠지요. 어제 이용섭씨와 통화했는데 제가 만류했습니다.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이번 생신 때 대통령을 뵙고 (윤장현 시장)이야기를 했습니다"라는 문자까지 윤 전 시장에게 보냈다.

    검찰은 윤 전 시장과 김씨가 전화통화 12회, 문자메시지 268회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윤 전 시장이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선거법 혐의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윤 전 시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취업청탁은 인정했지만 공천을 대가로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희대의 사기극에 휘말린 윤 전 시장의 어이 없는 몰락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차갑다.

    사건 초기에 거액의 사기를 당했다고 했을 때만 해도 동정 여론이 일부 있었지만 취업 청탁에 연루되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으면서 시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게 변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자치 21은 성명까지 내면서 윤 전 시장이 이번 사건의 전모와 자금 출처, 채용연루 의혹 등에 대해 광주시민들에게 소상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며 윤 전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시민운동의 대부 윤장현의 몰락은 개인 윤장현의 몰락만이 아니라 광주전남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윤 전 시장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SNS 댓글을 보면 개인 윤장현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을 비난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광주시민들은 시민운동의 대부 윤장현 전 시장의 몰락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검찰 수사를 통해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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