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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감축에 외주화까지…예고된 KTX 人災



경제 일반

    인력감축에 외주화까지…예고된 KTX 人災

    200여명 타는 KTX에 직원은 겨우 3명…안전업무 담당 정규직 단 1명 뿐
    "여승무원은 서비스 업무만 맡으라" 비정규직 고용의 명분으로 사용돼
    안전 훈련 부족은 당연지사…정규직·비정규직 구분 탓에 사고 대응 늦어져

     

    최근 KTX 열차 사고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배경을 놓고 그동안 코레일이 밀어붙였던 전문인력 감축과 외주화가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 코레일 KTX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8건이나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KTX 열차와 굴착기가 충돌했고, 바로 다음날인 20일 저녁 오송역에서는 단전사고로 KTX 열차 27개 운행이 지연되면서 이튿날 새벽까지 승객들의 발이 묶였다.

    이에 더해 지난 8일 강릉선 KTX 탈선사고까지 발생하자 코레일 오영식 사장이 사흘만인 11일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잇따른 KTX 대형 사고 원인을 놓고 보수야당 및 일부 언론에서는 오 사장의 이른바 '친노조 경영'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인 오 사장이 본연의 임무인 안전 관리보다 해고자 복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문재인 정부 코드에 맞는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노사 간의 긴장이 풀리고 기강도 해이해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오송역 단전 사고와 강릉선 탈선 사고 당시 승무원들이 제때 승객들을 구호하기는커녕, 사고 상황 전달 등 기본 대처도 제때 하지 못한 바람에 일부 승객들이 창문 등을 깨고 직접 차량 탈출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KTX 승무원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처럼 사고를 제때 수습하지 못한 늑장 대처로 사고 피해를 키운 데에는 오히려 비용 절감만을 노린 과거 코레일의 '반노동 경영'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승객 200여 명을 싣고 달리는 KTX 열차 1대에 탑승한 승무원은 보통 코레일 정규직 열차팀장 1명과 자회사인 '코레일 관광개발'에 위탁해 간접고용한 비정규직 승무원 2명 등 총 3명뿐이다.

    이마저도 코레일은 출입문 개폐나 안전장치 취급, 차량내 순회 등 '승객 안전 업무'는 정직원인 열차팀장 1명의 몫으로 제한했다.

    반면 비정규직인 일반 승무원에게는 승차권 확인이나 노약자 승하차 지원 등 '승객서비스'만 맡겨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한 열차 안에 겨우 3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면서도 무 자르듯 업무를 나누어 일할 수 있다는 논리는 KTX가 개통되던 2004년 코레일이 인건비 절감을 노리고 자회사를 통한 승무원 간접고용을 강행하던 명분으로 사용됐다.

     

    정규직 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파업을 벌이다 250여명의 승무원이 집단해고됐던 'KTX 승무원 복직 투쟁'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KTX 승무원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공약했고, 오영식 사장 취임 이후인 지난 6월에는 해고승무원의 복직을 약속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민의 생명·안전 직결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화하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KTX 승무원의 직접 고용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2015년 대법원이 원고(코레일) 승소 판결을 확정 지은 바 있어 KTX 승무원의 간접고용은 이미 '법적 면죄부'를 받은 상태다.

    2010년 1심과 2011년 2심만 해도 법원은 열차팀장이 승무원의 사실상 상사로,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을 코레일이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상사태가 벌어져 승무원이 대처하더라도 "이례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일 뿐, 승무원의 고유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며 1, 2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대법원 판결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일어난 대표적인 '사법거래'로 의심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 법원행정처가 직접 청와대와 벌인 사법거래의 한 사례로 KTX 여승무원 판결을 거론한 문건이 지난 5월 발견됐기 때문이다.

    코레일 열차승무원 비상대응매뉴얼

     

    물론 현재 코레일도 화재 등 비상상황에는 일반 승무원도 함께 사고를 진압하고 승객을 대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관련 매뉴얼을 살펴보면, 이 모든 대응은 반드시 승객 안전 책임을 맡은 열차팀장과의 '협의' 아래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열차팀장이 자회사 소속인 승무원에 직접 지시를 내리면 위장도급으로 해석돼 불법파견 시비에 몰릴 수 있다 보니 손발이 따로 놀 수밖에 없다.

    평소 자신의 업무가 아닌 '승객 안전'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승무원들이 단전 사고와 같은 돌발 상황에 제 때 대처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사퇴한 오 사장이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와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철도노조 이대열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익산지부장은 "열차승무원 비상대응매뉴얼은 사내 인트라넷에 있을 뿐, 100쪽에 달하는 분량을 개인이 숙지하기도 어렵다"며 "이를 현실에서 벌어질 다양한 상황에 적용해볼 훈련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특정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임시방편으로 한두 번 훈련하거나 서면, 동영상 교육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구나 안전 업무는 승무원의 책임이 아니다보니 관련 권한도 주어지지 않아 막상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승무원이 적극 나서서 행동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열차 사고시 관제에서 팀장과 승무원 모두에게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하는 구체적인 비상대응체계가 필요하다"며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의 역할을 인정하고, 적절한 훈련과 권한, 책임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정규직 전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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