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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대사도 OK"…국경선 사라진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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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 대사도 OK"…국경선 사라진 한국영화

    뱅상 카셀·메간 폭스 등 유명배우 韓영화 출연
    할리우드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활약하는 추세
    제작비 규모 확장 따른 다양한 소재 발굴 주효

    배우 뱅상 카셀과 메간 폭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자료사진)

     

    국내 상업영화 시장에서 국적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작게는 특별출연부터 크게는 비중 있는 조연까지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연기파 배우 뱅상 카셀이 등장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IMF 총재 역을 맡았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의 김혜수와 영어로 설전을 벌이며 협상 장면 내내 중심에서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뱅상 카셀은 이미 봉준호·박찬욱 감독 등의 영화를 좋아해 한국 영화 전반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는 "그저 한국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사실만으로 매력을 느꼈다. 처음 대본을 읽고 누구에게나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지역의 이야기를 세계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뱅상 카셀과 호흡을 맞춘 김혜수 역시 "확실히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배우, 갖춰진 배우는 다르구나 싶었다. 본인 베이스가 아닌 곳에서 그런 연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이질감이 전혀 없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할리우드 유명 배우 메간 폭스는 한국전쟁 당시 장사상륙작전을 다룬 영화 '장사리 9.15'(가제)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메간 폭스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종군기자 마가렛 히긴스 역을 연기한다. 마가렛 히긴스는 전장을 누비며 한국전쟁의 이면을 전 세계에 알렸고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메간 폭스는 "'장사리 9.15' 시나리오 속 실존 인물인 마가렛 히긴스에 매료됐으며, 다른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꼭 참여하고 싶다. 마가렛 히긴스를 재현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캐릭터 분석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배우 자레드 그라임스. (사진=NEW 제공)

     

    ◇ 유명 배우 아니더라도 조연 활약…"규모 커진 韓 영화시장 증명"

    겨울 성수기 극장가에서 개봉하는 '스윙키즈'와 'PMC: 더 벙커' 역시 할리우드 배우들이 중심 조연으로 활약하며 극을 이끌어 나간다.

    '스윙키즈'에는 자레드 그라임스가 거제포로수용소에서 댄스팀을 결성하는 미군 잭슨 하사로 분해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댄스만으로 교감을 이뤄낸다.

    특히 탭댄스에 재능을 나타내는 수용소 말썽꾼 로기수 역 도경수와 밀접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영화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더한다. 흑인 미군으로 등장하는 그는 당시 미국 사회에 만연하던 인종차별의 실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레드 그라임스는 실제 브로드웨이 유명 댄서로 도경수를 비롯한 댄스팀 배우들은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와 현실에서 모두 통역을 전담한 박혜수는 "자레드 그라임스는 항상 현장에서 밝게 춤추면서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내가 배우들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해서 서로 가까워졌고 어느 순간 대화가 필요 없이 춤으로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정말 춤으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느껴서 신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PMC: 더 벙커'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더 벙커'의 경우 주연 배우 하정우와 이선균을 제외하면 중심 조연들이 거의 다 할리우드 배우들로 채워져 있다. 하정우가 연기하는 캡틴 에이헵은 글로벌 군사기업(PMC)에 소속돼 있고, 미국 CIA 의뢰를 시작으로 영화 속 사건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에이헵이 이끄는 팀원들 역시 전부 할리우드 배우들로 채워졌다. 김병우 감독은 '생존'에 초점을 맞춘 액션을 위해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오디션 비디오를 1천여 개 독파하면서 팀원 배우들을 엄선했다. 여기에는 전직특수부대 출신 배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액션이 주된 영화라 길고 장황하지는 않지만 하정우는 대사의 70~80%를 영어로 소화해야 했다.

    그는 "너무 멋있는 프로 배우들이라 한국 배우들과 호흡 맞추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즐겁게 촬영했다. 실제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는데 감독님과 5년 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대사가 바뀔 때마다 계속 연습했다. 단순한 영어 구사를 넘어 연기를 해야 하는 거라 쉽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자신이 노력한 지점을 전했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상업 영화에 이처럼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유롭게 출연하는 현상은 제작비 규모 확장에 따른 다양한 소재 발굴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을 접하면서 영어 대사와 그 정서에 익숙해진 관객들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 성적에서 보듯이 한국 영화시장은 세계 5위의 규모 있고 인지도 높은 시장이다.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 해외에서도 의미있게 여겨진다는 이야기"라면서 "최근에는 상업영화 제작비 규모가 더욱 늘어나면서 해외가 배경이거나 해외 배우들을 기용하더라도 구애받지 않는 소재들의 기획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거라면 영어 대사 등이 낯선 리스크 요소였을 수도 있지만 이제 외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 영화가 글로벌화되고, 전세계 보편적인 정서에 맞게 영화가 제작된다면 '월드 와이드' 개봉도 가능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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