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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대결로 번진 연예인 발언…"또 다른 피해자들 입 막아"



문화 일반

    性대결로 번진 연예인 발언…"또 다른 피해자들 입 막아"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 게시물 올린 오초희와 산이
    "치우친 입장 지지했다" 비난…반응과 강도는 달라
    "여성이 여성 입장 지지하면 응징…기울어진 운동장"

    래퍼 산이와 배우 오초희. (사진=브랜뉴 뮤직 제공, 자료사진)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관련 발언이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성차별을 떠받치는 사회 구조적 모순은 비껴간 채 표면적인 성별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여성 연예인들의 발언을 두고 그 정당성과 합리성을 따지기 보다는 기존 남성중심적인 인식에 기댄 일각의 혐오성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성별 갈등으로 번진 이수역 폭행 사건은 연루된 여성 측이 '탈코르셋으로 짧은 머리를 했다는 사실 만으로 남성 5명에게 극심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여성 혐오 사건'으로 알려지게 됐다.

    경찰 조사 결과 시비가 붙던 중 여성들 쪽에서 먼저 남성들의 손을 친 것으로 확인됐지만 폭행의 발단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여성 측에 불리한 정황을 폭로한 사건의 목격담과 영상에 대해서도 아직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다.

    이 사건이 SNS를 통해 번진 직후인 15일 배우 오초희는 자신의 SNS에 "머리 짧다고 때렸다던데 나도 머리 기르기 전까지 나가지 말아야 하나"라는 말과 함께 '이수역 폭행 사건' 해시태그를 작성해 게시했다. 여성 측의 주장에 공감한 이 게시물에 수많은 악성 댓글이 달렸고 결국 오초희는 SNS 계정을 비공개하고 소속사를 비롯해 본인까지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다.

    래퍼 산이도 같은 날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는 술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여성들이 다른 테이블 남성들과 시비가 붙어 욕설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산이는 이 영상을 게시한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의 전체 영상이 아니라 여성들이 욕설을 하는 장면만이 부각돼 사건 왜곡의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한 차례 논란 끝에 산이 SNS에서는 해당 영상이 내려간 상태다.

    오초희가 비난 받았던 것과 동일하게 산이 역시 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영상으로 '치우친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산이는 따로 입장을 밝히거나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튿날인 16일 신곡 'FEMINIST(페미니스트)'를 유튜브에 게시해 또 다른 성별 갈등의 장을 열었다.

    불과 몇 달 전, 촬영회 성폭력 사건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가수 겸 배우 수지는 지난 6월 피해자에 공감해 관련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증 화면을 SNS에 올렸다. 이후 청원 속 스튜디오가 사건과 무관한 곳임이 알려지자 수지는 자신의 SNS에 사과와 함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인기 연예인의 발언이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인지한 행동이었다. 수지는 해당 스튜디오에 사과의 말을 전하며 "자신이 '휴머니즘'으로 이 사건에 끼어들었다"라고 밝혔다. 현재 해당 스튜디오는 수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그런데 이런 사실과 관계 없이 피해자 입장에 공감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지가 강도 높게 비난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당시 수지의 SNS에는 '페미니스트이냐'면서 비난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수지를 사형을 시켜달라'는 비이성적인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화사회연구소 이종임 연구원은 "여성이 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지적하는 것을 참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당연한 권리와 문제를 비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성별 대결 구도로 가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민해 본 적도 없고, 진지하게 토론해 본 적도 없어서 매뉴얼이 부재하다. 그런데 '미투'가 먼저 터지면서 이후 가해자 대 피해자 구도로만 방향이 틀어져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재 한국 사회에 창궐한 성별 갈등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폭력 사건에서 유독 피해자 검증이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다수 남성들이 성폭력 사건에서는 '여성이 여지를 줬으니 그랬다', 폭력 사건에서는 '여성이 맞을 만하게 굴어서 맞았다'는 식이다. 피해자 말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팩트 체크'를 하면서 결국 또 다른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상황이다. 이미 이런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여성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성 연예인들에게도 비난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여성이 여성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남성을 가해자로 규정하는데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응징을 받아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다. 여기에서 응징은 앞서 '팩트 체크'처럼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이야기하느냐'는 비난"이라며 "남성들이 생각하는 프레임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 경우 이런 식의 움직임이 당연한 대응책이 된 거다. 자유롭게 여성 연예인들이 발언을 하는 게 점점 더 타깃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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