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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포르노 피해자 90%=여성… 디지털성폭력, 여성 입지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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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벤지포르노 피해자 90%=여성… 디지털성폭력, 여성 입지 좁혀"

    [현장] 방심위 2018 국제컨퍼런스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 방안과 국제협력'
    올해 국제여성언론인재단 설문 결과 "온라인 성추행·위협 경험 있다 63%"
    온라인 공격=범죄 인식 제고, 성차별적인 법 개정 등 대안으로 제시돼

    (사진=pixabay 제공) 확대이미지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성적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23%는 디지털 공간에서 성적인 학대와 희롱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리벤지포르노(이별 후 보복 목적으로 유포하는 전 연인과의 성관계 동영상)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심위)가 주최한 2018 국제컨퍼런스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 방안과 국제협력'이 열렸다.

    엘리사 알바라도 UN 여성기구 여성폭력근절방안국 프로그램 매니저는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성적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여성의 23%가 디지털 공간에서 성적인 학대와 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엘리사 매니저는 "SNS를 통해 성희롱, 강간 위협, 비동의 하에 사적 이미지 유포(리벤지포르노), 성매매 유도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폭력은 오프라인 폭력으로 번지고 있어서, 법 집행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가해자가 익명을 악용한 결과, 가해자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엘리사 매니저는 "리벤지포르노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라며 디지털 공간에서 이뤄지는 성폭력이 '성 중립적 범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폭력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연결돼 있어 문제가 가중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디지털성폭력의 위험에 더 심각하게 노출된 탓에, 여성들의 입지가 낮아진다는 진단도 나왔다. 엘리사 매니저는 "현재 디지털성폭력은 두려움을 조장해서 여성을 통제하고 입지 좁히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는 여성과 여아의 가치가 더 낮다는 잘못된 통념에서 시작한다"고 전했다.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은 우울증에 걸리거나 직업을 찾으려는 의지를 포기하거나 일부는 자살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도 설명했다. 자연히 표현의 자유, 적절한 안전과 프라이버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제약받는다. 디지털성폭력 경험자 중 28%는 온라인에서 소극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엘리사 매니저는 "우리는 국제사회에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이런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최한 2018 국제컨퍼런스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 방안과 국제협력'이 열렸다. 림밍궉 유네스코 아태지부 자카르타 사무소 정보통신부문 고문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확대이미지

     

    림밍궉 유네스코 아태지부 자카르타 사무소 정보통신부문 고문의 발표 내용은 '여성 언론인이 겪는 디지털성폭력'이 왜 더 해로운지에 집중돼 있었다.

    림밍궉 고문은 올해 시행한 국제여성언론인재단(IWMF) 통계를 소개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온라인상에서 위협받거나 희롱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위협은 대부분 뉴스기사 상의 온라인 의견란을 통해 이뤄졌고(61%), 업무 트위터 계정이 39%, 개인 트위터 계정이 37%였다.

    응답자의 58%는 직접적으로 위협받거나 희롱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자의 26%는 신체적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은 지난 1년간 살해 위협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림밍궉 고문은 UN 사무총장 보고서를 바탕으로 "온라인 환경은 여성 언론인을 공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가해자는) 익명을 빌어서 (여성 언론인) 사생활에 아주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 언론인들이 온라인에서 겪는 피해는 성추행과 창녀라고 공격받는 등의 악성 댓글뿐 아니라 허위 신고도 있었다. 림밍귁 고문은 "해당 여성 기자가 사는 집에서 범죄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특수 기동대에 신고하는 것이다. 이를 스와티드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언론인 중에서도 정치, 사회, 경제, 법률, 여성인권, 페미니즘을 다루는 이들이 특히 온라인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같은 주제로 남성 언론인이 얘기한다 해도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공격당하지 않는데, 여성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욕설을 듣는다"고 말했다.

    여성 언론인을 향한 공격은 결국 언론자유의 축소로 연결된다. 림밍궉 고문은 "(온라인상에서) 위협받았던 여성 언론인의 40%가 공격이 지속해서 이뤄지면 보도하는 걸 멈추겠다고 답했다. 어떤 보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 당하고 잔인한 욕설을 듣는다면, 여성들이 보도를 제대로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위협을 받는 일을 계속해나가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림밍궉 유네스코 아태지부 자카르타 사무소 정보통신부문 고문은 이날 국제여성언론인재단, 유네스코 보고서, UN 사무총장 보고서 등을 인용해 설명했다. (사진=김수정 기자) 확대이미지

     

    림밍궉 고문은 온라인에서의 공격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차별적인 법이 있고, 성중립적인 법이 있어도 (법 취지와 내용이) 잘 이행되지 않는다. 현재 법이 중립적 언어를 쓴다고 해도, 현실에 있는 차별을 반영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지우는 것, 여러 가지 정보 교육,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티고네 데이비스 미국 페이스북 글로벌안전본부장은 "저희는 아동 포르노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계정을 폐쇄하고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며 배포하지 못하도록 막아 처벌 조치를 취한다. 리벤지포르노도 마찬가지다. 이를 공유할 경우, 계정을 폐쇄한다. 성매매 페이지에 관해서는 파트너 기관과 함께 규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안티고네 본부장은 "비동의 이미지 유포와 관련해서도 사용하는 기술이 있다"며 "플랫폼 내에서 아예 공유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차단하는 기술이 있다. 신고할 경우 방법도 굉장히 쉽다. 24시간 동안 40여 개 언어를 지원하고, 신고가 되면 48시간 내에 콘텐츠를 지운다. 몇 시간 만에 지워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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