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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뒤집고 신뢰 깬 원희룡제주지사 '영리병원 허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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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뒤집고 신뢰 깬 원희룡제주지사 '영리병원 허가' 왜

    제주 녹지국제병원 불허하겠다는 입장서 조건부 개원으로 말 바꾼 이유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5일 도청 기자실에서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공론조사위의 불허 권고를 수용하겠다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조건부 개원으로 방향을 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원 지사가 '신뢰 상실'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을 뒤집은 것은 영리병원 허가가 향후 행보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때문으로 보이지만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다"고 밝혔다.

    "진료과목은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한정하고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아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도 했다.

    원 지사는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감독.관리해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와 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원 지사의 기존 입장과 180도 다른 결정이다.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도민참여단 200명 가운데 180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여론조사에서 반대 비율이 58.9%(106명)로 찬성 비율 38.9%(70명)보다 20%P나 높게 나오자 지난 10월 4일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를 제주도에 권고했다.

    원 지사는 기회있을 때 마다 이같은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고 심지어 지난 11월 15일 제주도의회 제366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불허 권고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 정부 등과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발언도 해 사업자와 지역주민 설득 등 사실상 불허에 따른 문제점들을 수습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3일 제주 녹지국제병원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

     

    원 지사가 이같은 자신의 말을 뒤집고 개원 허가로 방향을 튼 것은 손해보다는 득이 많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원 지사는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중국자본에 대한 투자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 사업자 손실에 따른 거액의 민사소송, 병원에 채용된 직원 134명의 고용 문제, 토지 목적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등을 들었다.

    제주도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정체 수준인데 정부가 사업을 승인해 이미 병원까지 지어진 상황에서 개원을 불허하면 어떤 외국인이 제주도에 투자를 하겠느냐는 게 가장 큰 대외적 명분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신뢰는 한번 깨지면 회복이 어렵고 더욱이 원희룡 지사는 잠재적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말을 180도 뒤집는 결정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전격적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불허 권고를 한 지난 10월을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의 고공행진을 했지만 최근에는 40%대까지 추락했다.

    또 자유한국당은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입당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후 침체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원희룡 지사에게도 정치적 상황 변화를 고려한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영리병원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전혀 다른 소재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보수 야당의 지지율은 오르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이 무소속인 원 지사 입장에서 보수층을 자극하고 지지세를 확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민 60%가까이가 반대하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민의를 거스르고 자신의 공언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받겠지만 향후 대권행보를 감안하면 오히려 이득이라는 정치적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보수가 지리멸렬한 상황이라면 당초 자신의 불허 약속을 지켰을 거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제주도가 5일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하자 도청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상현 기자)

     

    그러나 정치적 상황과 선거 유불리에 따른 오락가락 행보는 도민사회에서 두고 두고 문제가 될 전망이다.

    원 지사는 공공의료체계 영향 등의 문제로 영리병원이 선거 쟁점이 될 것을 우려해 6.13 지방선거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지난 2016년 4월부터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2만 8163㎡의 부지에 778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연면적 1만8223㎡) 규모로 조성한 뒤 지난해 8월 개원 허가를 신청했지만 1년 4개월이 넘도록 결정을 미뤄 왔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결정을 미루던 원 지사는 불쑥 숙의형 공론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고 정치적 타격을 우려한 판단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왔다.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5년 12월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 지사의 끝도 없는 결정 미루기는 분명히 문제였다.

    더욱이 불허 권고를 수용하겠다던 말도 뒤집고 60% 반대라는 민의마저 거스르며 불신 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히고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유지하고 의료 공공성 약화가 현실화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체계의 붕괴 문제를 차치하고도 한번 깨진 정치인 원희룡의 신뢰는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제주도내 정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전국 의료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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