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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1년②]지진 원인은?…계속되는 유발지진 '논란'



포항

    [포항지진 1년②]지진 원인은?…계속되는 유발지진 '논란'

    피해 주민들, 지열발전소 상대 '9조원 규모' 손배소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 모습. 현재는 가동을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포항CBS자료사진)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다. 지진 발생 1년이 지나면서 응급복구는 대부분 마무리됐고 피해지역에 대한 도시재생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대피소에는 아직도 많은 이재민이 남아 있고 시민들의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포항CBS는 지진 발생 1년을 맞아 시민들의 삶에 깊게 패여 있는 상처와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 등을 모두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지진 1년, 끝나지 않는 지진의 고통
    ② 지진 원인은?…유발지진 '논란'
    ③ 지진의 상처에도 '희망의 싹' 피우다
    지난해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으로 모든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진 순간 고려대 이진한 교수는 '유발지진' 의혹을 제기했다.

    진앙에서 직선으로 1.1km 가량 떨어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설치된 지열발전소에 의해 지진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이진한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포항지진 발생 전에 63차례의 크고 작은 유발지진이 있었고, 물을 주입하는 시기와 유발지진이 발생한 시기가 거의 일치하며, 지하 관정과 지진 발생지점이 대부분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발지진은 사람의 활동으로 지각의 응력변화와 변형이 생겨 발생하는 지진을 말한다.

    특히 이 교수가 작성한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이 확실하다'는 내용의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리면서 유발지진 의혹은 더욱 커졌다. 한마디로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의 위머 교수팀이 원거리 지진자료와 인공위성 레이더 원격탐사 자료를 활용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포항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9월 집회를 갖고 유발지진 의혹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조사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포항CBS자료사진)

     

    이후 지난 10월 지진 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국가를 상대로 최대 9조원 규모의 유발지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 주도 추진된 사업인 만큼, 보상과 위자료를 줘야한다는 주장이다.

    범대본 관계자는 "그동안 없었던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후 2016년 1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362차례의 미소지진이 일어났다"며 "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1년이 다된 지금까지 컨테이너와 체육관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에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를 비롯한 4개 단체가 결의대회를 갖고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한 63회 유발지진 은폐 의혹을 밝혀달라'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이어 유발지진 의혹을 은폐한 혐의로 관계기관 등도 고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유발지진 의혹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포항지진으로 필로터 건물의 기둥이 부서진 모습(CBS 자료사진)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 9월 포항지진이 2016년 일어난 규모 5.8의 경주지진에 의해 발생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홍 교수팀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을 구성하는 매질 입자 간 응집력이 약해졌고, 이는 한반도의 응력변동을 일으켰으며, 한반도 지각이 확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지각이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항복강도)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주지진이 인접 지역의 응력 작용 공간(응력장)을 변화시키면서, 오랜 기간 쌓였던 응력이 포항에서 지진을 유발했다고 설명하며 이진한 교수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정부는 유발지진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3월 대한지질학회 주도로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 분석 연구단'을 꾸려 현재 연구를 벌이고 있다. 연구단은 당초 내년 2월쯤 공식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포항지진의 원인에 대한 학계의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오는 12월 미국에서는 유발지진 의혹을 과학적으로 가릴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12월 10일부터 5일 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018년 미국지구물리학회 가을 학술대회'(AGU FALL MEETING)에서 '포항지진'과 관련한 특별세션이 진행돼 '유발지진'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제출한 15개 관련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포항시 김종식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우리 시도 유발지진 의혹을 조사하고 정부조사단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이 중심이 된 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지열발전소는 섭씨 최고 170도에 이르는 포항 흥해읍 지하 4㎞ 아래의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지진 발생 이후 유발지진 의혹이 일면서 건설과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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