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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고강도 압박-北은 외곽때리기-南은 답답…다시 꼬이는 실타래



통일/북한

    美는 고강도 압박-北은 외곽때리기-南은 답답…다시 꼬이는 실타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사진=자료사진)

     

    8일로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이 연기된 이후 북미 양측이 아직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 국무부는 단순한 일정상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북한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를 미국이 계속 일축하면서 신경전이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연일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도 당국 차원의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친북 매체를 통한 외곽 때리기로 대미-대남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사찰,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놓고 양측이 대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서 장외에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대북 강경 발언을 자제해오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또 "우리의 결의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제재를 포함한 압박 캠페인을 유지할 것을 모든 인도·태평양 국가들에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지시키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것은 대북 압박의 성과이며, 따라서 제재와 압박 카드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중국과 2+2 외교·안보 대화를 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는 데 있어 중국의 협력은 이 중요한 비핵화 이슈의 의미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위해서는 대북 제재 완화나 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미중 대화에서 사실상 미국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북한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이 북한을 부추기면서 북미간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식으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를 견제해왔다. 이번에도 미국은 중국을 유엔 제재의 틀속에 묶어 둠으로써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례없는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펜스 부통령의 강경 입장에 대해 북한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되고 2차 북미정상회담도 내년 초로 미뤄졌지만 북한은 당국 차원의 대응은 계속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의 비핵화 논의나 정상회담 추진이 실무진들의 반대나 견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통해 이른바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온 만큼 섣부른 대응은 자칫 대화의 판 자체를 깰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친북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과 우리 정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0일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며 종결을 선언했던 핵-경제 병진노선의 부활이 검토될 수 있다'는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연구소장의 논평을 인용하면서 "연구소 소장이 개인 판단으로 써낼 수 있는 구절이 아니고 경종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 완화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핵-미사일 실험이 재개될 수 있다는 일종의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다.

    또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겨냥해 "남조선 당국이 북인권결의안 채택 놀음에 가담하려는 동향이 나타나 온 겨레의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찬성 움직임을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수위조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펜스 미 부통령의 제재 유지 발언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나온 미 정부의 반응 중 가장 강도가 센 것이어서 연기된 북미 고위급회담 일정을 재조율하는 데 악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정부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이달 말이나 12월초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갖기로 했지만 아직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 현장조사 조차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시설점검을 위한 기업인들의 방북도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됐다. 남북관계 과속을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 때문이다.

    한미간 워킹그룹이 구성되기도 전에 ‘고강도 대북 제재를 지속해야 한다’는 초강경 입장이 전해지면서 지연되고 있는 남북협력 사업들도 속도를 내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청와대가 송이 선물에 대한 답례로 북한에 보낸 제주 감귤이 어떻게 효자 노릇을 할 지 주목된다.

    이런가운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오는 13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명균 장관은 주춤하고 있는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등 각종 남북협력 사업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등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고강도 대북 압박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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