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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일했는데 채용비리 아냐"…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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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 일했는데 채용비리 아냐"…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 반박

    구의역 김군 동료 "사고 이후 처우개선 위해 정규직 전환"
    식당 조리원 "새벽 4시 일어나 출근… 특혜라면 식당으로 들어오겠느냐"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여 비난받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실제 사연을 밝히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지축기지 구내식당에서 21년간 일했다는 조리원 최모(55)씨는 "새벽같이 출근해서 설거지하고 밥을 지으며 살아왔는데 어느 날 일어나니 청년 일자리를 약탈하는 흉악범이 돼 있었다"고 입을 뗐다.

    최씨는 "비난과 비평을 쏟아내는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식당에 와서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주 5일제가 되면서 근로 조건이나 이런 게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파악하고 나서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느냐"며 "일방적으로 제보를 받았다면서 사회적으로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기계약직이었다가 정규직이 되면서 주 5일제 근무를 하게 됐는데, 해야 할 일은 그대로면서 근로 시간을 여기에 맞추다 보니 "정시 퇴근은 꿈도 못 꾸고, 초과 근무 수당도 받지 못한다"는 게 최씨의 말이다.

    지난 2016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모(당시 19세)군과 함께 일했다는 정비원 박모(29)씨도 "사고 뒤 시민들이 '다시는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면 안 된다'며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얘기해 주셔서 큰 위안이 됐다"며 "그런데 이제 일부에서는 직영화가 일자리 도둑질이라며 '너희의 잘못이야'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고 뒤 무기직이 되고 나서도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고, 말이 서울메트로 직원이지 정규직들과 신분이 다른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안전 장비마저 입사 3개월이 넘도록 받지 못해 몇 개를 가지고 직원들이 돌려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결정으로 정규직이 되니,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십수년을 일해 온 선배들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와 수년째 일하고 있는 동생들더러 '무자격자'나 '황당한 근본 없는 채용'이라고 한다"며 "억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올해 3월 상대적으로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 최소 111명(8.6%)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채용 특혜 논란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밝혀달라며 감사원 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최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간신히 얼굴만 씻고 출근해야 하는 우리가 무슨 비리를 저지르고, 또 무슨 권한으로 자녀나 가족들을 특혜로 서울메트로나 교통공사에 집어넣을 수 있었겠느냐"며 "특혜로 들어오려면 사무직으로 들어와야지 식당으로 들어왔겠느냐"고 말했다.

    전동차 정비원 한모(36)씨도 "친척 중에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있는데, 지하철에서 근무한다고 얼핏 듣긴 했지만 평소에 왕래가 없어 잘 몰랐다가 이번에 알게 됐다"며 "공채로 들어온 후배는 아버지가 교통공사에 재직 중인데 부쩍 말이 줄었고, 가족들 사이에도 매우 조심을 한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은 8일 오전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세습'이나 '무기충'으로 매도를 하기 전에 우리의 얘기도 들어달라"며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해 비난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정의당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비정규직은 짧은 기간에, 단시간의 업무에 대해서만 사용해야 하는 제한적 노동 형태인데 1000만 노동자가 양산될 동안 마음대로 사용돼 왔다"며 "비정규직은 반드시 정규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것이 지금까지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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