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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의 길 찾은 '삼성반도체 백혈병'…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경제 일반

    해결의 길 찾은 '삼성반도체 백혈병'…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11년 만에 종지부 찍은 '삼성 백혈병' 사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등 관련 정보, 이번에는 공개될까
    기업에게도 시민에게도 민감한 정보, 정부가 나서 공정하게 관리해야

     

    삼성전자 직업병 집단 발병 사태(이하 삼성 백혈병 사태)가 조정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피해자 모두에 보상하기로 마무리됐지만, 관련 법 제도의 개선 과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11년 만에 마무리된 삼성 백혈병 사태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는 지난 1일 삼성 백혈병 사태에 대한 최종 중재판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7월 삼성전자와 피해노동자 및 유가족,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조정위의 중재판정에 따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로서 2007년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의 사망 이후 수백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삼성 백혈병 사태도 11년에 만에 논란의 종지부가 찍혔다.

    다만 정확한 보상액은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이 합의해 선정할 지원보상위원회가 근무장소나 기간, 발병련령, 세부 중증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 달 안으로 기자회견 등 공개된 형식으로 백혈병 사태를 사과하고, 중재판정 주요 내용에 대한 이행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정부가 제 역할 했더라면' 아쉬움…작업환경보고서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이처럼 삼성 백혈병 사태에 대한 보상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은 이루어지지만, 앞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숙제들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당장 초미의 관심사는 이번 중재 합의 직전까지 논란이 불거졌던 삼성전자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여부다.

    반올림 등은 지난 달 4일 보고서 중 화학물질 사용 실태 등 영업비밀을 비공개하기로 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재결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작업장 내 노동자들의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정도를 평가한 결과가 기재돼 있어 직업병 피해자들이 산업재해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혔지만, 정부와 삼성은 기업 영업비밀을 담고 있다는 등 여러 이유로 전문 공개를 막아왔다.

    지난 1월 대전고등법원이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도록 판결을 내리고 정부가 이를 따르기로 결정했지만, 삼성은 중앙심팬위를 통한 정보공개 집행정지에 이어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반올림 측은 비록 삼성 측이 기존 피해 노동자의 직업병을 보상하고 사과하더라도,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사업장 현실을 실제로 개선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를 기업이 독점한 상황에서 산재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전부 지워지는 현행 소송 제도로는 제2, 제3의 삼성 백혈병 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관련 전문가들은 오히려 보고서 공개로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며 ""기업이 계약한 업체를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측정 시기나 방식도 미리 공개하기 때문에 작업장의 유해환경이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영업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고, 정부가 이를 규제하기 곤란한 일이 많다"며 "이러한 작업장을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공유할 방법을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혈병 사태 방관한 정부…정보공개·감시 제 역할 다해야

    이번 중재 내용에는 삼성과 피해노동자 외에 또 다른 중요한 당사자는 빠져있다. 바로 기업을 감시하고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 '정부'다.

    정부는 황 씨가 숨진 2007년은 물론, 이후 산업재해 판결이 내려진 2011년에도 삼성 백혈병 사태를 방관하다 2013년에야 반도체 사업장 종합점검에 나서는 등 삼성 백혈병 사태에 시종일관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조정위원회도 권고를 통해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공동체 모두의 책무"라며 "현재의 법제도에 대한 반성적 검토와 이에 따른 입법적 개선과 정비"를 촉구한 이유도 여기 있다.

    뒤집어 말하면 또 다른 삼성 백혈병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는 정부를 통해 삼성 백혈병 사태를 예방할 실마리가 엿보인다.

    개정안에서는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이 경우 피해노동자는 물론, 해당 사업장의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 등 일반 시민들도 필요한 경우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미리 작업환경에 대한 기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개정안에는 그동안 기업이 자의적으로 영업 비밀로 치부해 작업장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사전에 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화학물질의 명칭 및 함유량을 비밀로 인정받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는 "이번 중재안은 삼성의 작업환경을 앞으로 바꿔나갈 이정표"라며 "실제 삼성 작업환경을 바꾸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려면 여러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재를 인정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사회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너무 좁게 인과관계를 따지지만, 사회 공적 부조 성격을 갖는 산재보험을 좀 더 폭넓게 인정하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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