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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지 "'독립영화계의 전도연' 처음 쓰신 분 만나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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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지 "'독립영화계의 전도연' 처음 쓰신 분 만나보고파"

    [노컷 인터뷰] '백일의 낭군님' 끝녀 역 이민지 ②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끝녀 역을 맡은 배우 이민지가 지난달 3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피크닉 투게더', '달이 기울면', '세이프', '물고기는 말이 없다', '초대', '애드벌룬', '부서진 밤', '이십일세기 십구세', '짐승의 끝', '문감독 예고편', '서울연애', '꿈의 제인'…

    이민지가 주연을 맡은 단편·독립영화들이다. 어떤 색을 입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도화지 같은 얼굴과 수준급의 연기력을 영화판에서 먼저 알아본 셈.

    그는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제2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연기상을 타며 주목받았고, '꿈의 제인'으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과 제5회 들꽃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렇다 보니 이민지에게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수식어에 얼굴이 빨개지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한 번도 전도연을 만나본 적 없다는 그는 이 수식어 때문에 자꾸만 사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민지를 만났다. '백일의 낭군님' 배우들의 엑소 콘서트 관람기에서부터 그를 그렇게나 난처하게 만들었던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꾸밈말, 또 새로 생겼으면 하는 별명과 '직업 배우'로서의 정체성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노컷 인터뷰 ① 이민지, '백일의 낭군님' 거절했다 다시 합류한 이유)

    ◇ 도경수의 '아이돌력' 확인한 엑소 콘서트

    '백일의 낭군님'에서 이민지가 맡은 끝녀는 송주현에서 아쓰남(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남정네) 취급을 받는 원득(도경수 분)의 외모에 가장 자주 감탄하는 인물이었다. 도경수의 얼굴이 연기 몰입에 도움을 줬냐는 짓궂은 질문에 이민지는 곧바로 "아, 너무 잘생겼더라"라고 답했다.

    "이번 작품 통해서 처음 만난 건데, 엑소 콘서트에 초대해 줬어요. 저는 콘서트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그날 간 멤버 중 지현이 빼고 다 처음이었어요. 근데 보니까 너무 벽이 확 느껴지는 거예요! '얘는 천상 아이돌이구나', '원득이가 아니었어~' 다들 막 이랬어요. (웃음) 그때 여기(콘서트장에) 있는 사람들만 '백일의 낭군님' 봐 줘도 시청률은 망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요. 엑소 노래 하나도 모르는데 봉 흔들면서 괜히 '경수야!' 이랬죠. (웃음) 왜 엑소, 엑소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몇만 명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은 뭘까, 나도 아이돌 해 보고 싶다, 대단하고 멋있다 하면서 보게 됐던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 아우라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웃음) '그림인가' 싶었어요. 인기에 비해서 되게 소탈한 스타일이고, '슈스'(슈퍼스타)라고 하면 얼굴이 엄청 빨개지더라고요. 그런 얘기하지 말라면서. 수더분하게 대해 주니까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사실 '엑소님', '경수님'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먼저 너무 편하게 대해줘서 덕분에 재밌게 촬영했어요."

    '백일의 낭군님' 배역 중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가 누군지 물었을 때도 이민지의 답은 일관됐다. 구돌(김기두 분)은 쉽게 여자에게 시선을 줘서, 제윤(김선호 분)은 얼굴을 못 알아봐서 어려우니 남은 건 율(원득의 다른 이름)뿐이라고.

    이민지는 "진짜 내 여자밖에 안 보는 그 모습이 최고가 아닐까. 여자한테 있어서는. 얼굴도 잘생겼는데 나만 바라본다?"라며 "콘서트 보고 난 후여서 더 그런 것 같다. (도경수를 보면서) 그림일까- 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주변을 폭소케 했다.

    배우 이민지 (사진=황진환 기자)

     

    이민지는 또한 엑소 콘서트에 다녀오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음악도 듣게 됐다고 밝혔다. '으르렁' 말고는 몰랐던 그는 '부메랑', '텐더 러브'를 취재진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당시 불렀던 도경수의 솔로곡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이민지는 "항상 콘서트 때를 생각하면서 집에서 혼자 음악을 듣는다. 멋있음이 너무 보이니까 유튜브에서 동영상도 찾아봤다. god 이후에 아이돌 좋아해 본 적이 없다, 15년 가까이. 이제 이거('백일의 낭군님') 끝나고 나서는 디오의 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곧 개봉하는 도경수의 '스윙키즈'도 보러 간단다.

    앞선 인터뷰에서 '좋은 사람들'이 남은 현장이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민지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독립영화에서 활동한 배우 비중이 높아 이미 구면이었던 '응답하라 1988' 멤버들 이후 또 친구들이 생겨 기쁘다고.

    이민지는 "지금 팀과도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제가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 연예인 친구가 많이 없었는데, 다들 다가와 주는 성격이어서 덕분에 너무 빨리 친해진 것 같다. 저는 경수하고도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경수도) 과연 나를 친하다고 생각할까 하는 소심함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아무튼 전 경수랑도 친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 연기에서 느끼는 재미, 오래 갔으면

    포털에 검색하면 이민지의 데뷔작은 영화 '이십일세기 십구세'로 나온다. 내년이면 데뷔 10년차를 맞는다. 드라마나 상업영화 진출을 따지면 7~8년 정도이지만, 어떻게 헤아려도 5년은 넘겼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고, 대중 앞에 서야 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이제 받아들였는지 궁금했다.

    "'응답하라 1988' 이후에 이제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불안하긴 한데 그전에는 언제든지 이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계속 안고 지냈던 것 같아요. 보여준 작품이 별로 없어서요. 부모님도 제가 30대가 다 되어가는데, 연기를 하고 있다면서 어딜 싸돌아다니고 있긴 한데 돈은 벌고 있는 건지 걱정 섞인 느낌으로 바라보셨거든요. '응팔' 덕분에 '네가 어디에 나오는구나' 하고 이해해 주셨어요. 지금 이 '백일의 낭군님'도 이제 이거로 밥 먹고 살 수 있을 만한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봐요."

    '백일의 낭군님'은 중장년층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었다. 부모님 지인이 끝녀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고.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번 더 했단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꿈의 제인'의 소현, '이십일세기 십구세'의 나루, '달이 기울면'의 재아, '짐승의 끝' 순영

     

    물론 불안감을 완전히 걷어낸 것은 아니다. 정체기가 올 때는 여행을 다닌다는 게 이민지가 세운 목표다. 한 작품 끝낼 때마다 국내든 어디든 가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바쁘게 지내서 여행을 자주 가진 못했다.

    이민지는 "단편영화 찍고 '응팔' 때까지 3개월 이상 쉰 적이 없었다. 중간중간 단편이 들어가 있어서. 재미있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들어오면,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하느라고. '응팔' 이후에 1~2년 쉬게 됐는데 그때 찍어놨던 장편 독립영화('꿈의 제인') 덕분에 알차게 보냈다. 너무 좋은 추억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마냥 재미있어서 한 일인데,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좋다. 연기하는 게 재밌고, 현장 가는 게 재밌고, 사람 만나는 게 재밌으니까 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민지는 인터뷰 내내 자기에 관한 얘기에는 무척 겸손했다. '연기'라는 길을 10년 가까이 걸으면서 발전하고 있는 걸 느끼냐는 질문에도 "사실 발전하고 있는 건 모르겠다"고 답했으니.

    "같은 목소리, 같은 얼굴로 연기하는 건데도 어떤 연출님을 만나느냐, 어떤 배우와 붙느냐에 따라서 되게 달라지더라고요. 편집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발전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사람에 따라 바뀌고, 이 사람들이 하는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제가 이상하게 연기하는 것 같진 않구나 하고 생각해요. 같이 하는 사람들의 연기도 많이 봐요. 봤던 영화의 장면이나 대사 톤, 표정 같은 게 각인되잖아요. 많이 배워요. 언젠가 무의식적으로 나와서 연기할 때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수식어를 받아들이는 방식

    웬만한 질문에 수월하게 답했고, 재치를 발휘했던 이민지는 그에게 단골처럼 붙는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는 수식어가 등장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단다. 이민지가 진심으로 당황하며 전도연에게 재차 사과해서 취재진은 오히려 웃음이 터졌다.

    "언젠가는 그거 처음 쓰신 분을 만나고 싶어요. 제가 말한 게 아닌데… 전도연 선배님 한 번도 뵌 적 없고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말을) 알고 계신다면 사과하고 싶어요. 혹시 들으셨을까 봐 정말 사과드리고 싶어요. 너무 사과드리고 싶어요. 제가 쓴 말, 제가 스스로 한 말이 아닙니다. (웃음) 너무 좋은데 또 죄송스러운 수식어인 것 같아요. 자꾸 땅을 보게 되네요. 어떤 분이 쓰셨을까요. 왜? 어쩌다가? 도대체 왜? (웃음) 다행인 건 저 말고도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열몇 명 있어요. 저 혼자만이 아니라 다행이에요. 그래도 너무 죄송스러워요. 꼭 전도연 선배님께 사과드리고 싶어요."

    이민지는 전에 영화 '손님'을 찍을 때 배우 이성민이 자신을 불러 "네가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며?"라며 모든 스태프가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말해 부끄러웠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나중에는 류승룡도 합세해 놀리기에 한창이었다고.

    배우 이민지 (사진=황진환 기자)

     

    혹시 전도연과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 공식 사과(?)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까. 그러자 이민지는 "저는 그 자리 피해 있어야 할 것 같다. 혹여나 그 말 들으셨다면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다. 보기만 해도 아우라가 느껴져서 다가가 인사도 못 할 것 같은데, 그런 얘기까지 들으셨다면 더 못 다가갈 것 같다. 뵙자마자 '죄송합니다, 선배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 이민지가 바라는 수식어는 뭘까? 그는 '독립영화계의 족구왕'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 '응답하라 1988'에서 연인 연기를 한 안재홍의 별명이 독립영화계의 송강호였다는 점도 알려줬다. '응팔' 정봉이와 미옥이의 만남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백일의 낭군님'으로 더 널리 자신의 얼굴을 알렸지만 이민지의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백일의 낭군님' 합류 전 자취를 시작한 게 일상의 가장 큰 변화다. 촬영하느라 집에 오래 머무르지 못해서, 앞으로는 월세 아깝지 않게 집에 계속 있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이민지의 다음 작품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재미있는 작품이나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도전하려고 해요. 제가 먼저 찾아간다면 좋겠지만, 정보를 얻기 쉽지 않으니 재미있는 제안이 오기를 기다려야죠. 그게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재미있다면 도전해 보고 싶어요. '나 혼자 산다'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 가서 먹는 프로그램도 좋고요. 저는 머리 쓰고 말하는 것보다 몸 쓰는 예능이 나을 것 같아요. 저 '런닝맨'도 좋아해요! 근데 제가 나가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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