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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보다 강력한 '가짜뉴스 규제'…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국회/정당

    독일보다 강력한 '가짜뉴스 규제'…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민주당 가짜뉴스특위 첫 토론회…박광온 "허위정보방지법 제정해야"
    이낙연 "엄정 처벌"·박상기 "적극 수사" 지시는 독일보다 높은 수준
    학계·법조계·범진보선 "자정·자연도태에 방점 둬야" 우려
    민주당내 일각도 "정부 적극대응 좋지 않아…최소화해야"

     

    정부가 가짜뉴스 근절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정의 다른 한 축인 여당도 함께 가짜뉴스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다. 언론 보도나 표현에 대한 규제가 아닌 허위 정보만을 차단하는 것이라지만 선진국 보다 더 강경한 움직임에 과도한 대응이라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는 17일 국회에서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첫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와 시민사회, 언론인의 참여가 이뤄진 토론회였지만 방점은 민주당 가짜뉴스특위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의 '허위조작정보유통방지에관한법률안'(허위정보방지법) 발의와 관련한 발제였다.

    허위정보방지법은 박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가짜정보유통방지에관한법률안'의 이름을 바꾼 법안으로 △법원 판결로 사실이 아님이 판단된 정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위사실, 지역·성별비하 등으로 삭제를 요청한 정보 △언론중재위원회가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 △언론사가 정정보도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한 정보 등을 허위·조작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허위정보방지법은 이런 콘텐츠가 유통됐을 경우 해당 정보를 유통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삭제하고, 허위정보에 대한 관리 내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를 분기별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같은 내용을 위반했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로 하여금 관련 매출액의 10분의 1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은 2017년 도입된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을 모방했다.

    소셜네트워크법은 독일 형법에 명시된 22개 항목을 위법한 콘텐츠로 명시해 이와 관련한 콘텐츠가 유통될 경우 플랫폼 기업에게는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원), 기업주에게는 최대 500만 유로(약 65억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기존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경우 개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규제가 가능하지만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못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단순한 매개자에 불과할 경우 어떠한 책임도 묻지 못한다"며 "과거에 이미 허위로 판명된 사실이 재가공·유통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재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위정보방지법은 가짜뉴스 방지 분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과 유사하거나 다소 미흡한 수준이지만 고소·고발이 없이도 검찰이 나서서 가짜뉴스 관련 사건을 수사하도록 한 정부의 방침은 독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보의 허위성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고소·고발 접수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며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앞선 지난 2일에는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온라인 가짜 뉴스를 엄정히 처벌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해 여당의 일부 의원들은 가짜뉴스를 대응하는데 필요한 조치라며 옹호 의사를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특히 세월호 피해자를 '어묵'이라고 한다거나 대통령이나 총리가 적은 문구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등 악의적이고 구체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질이 나쁜 행위는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풍자와 해학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플랫폼 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이날 민주당 토론회에 참석한 홍숙영 한세대 미디어광고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도 플랫폼의 과도한 콘텐츠 삭제 등 검열을 유도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외국에서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기존의 법률을 잘 검토하고 민간기구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정반대의 견해를 내놨다.

    최봉균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경계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며 "'표현의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거나 심대한 해악일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 한 시민사회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이 가짜뉴스가 자연적으로 도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학계와 법조계는 물론 민주당과 범진보진영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우려가 적지 않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충분한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이미 진행 중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응과 언론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들의 팩트체크가 활성화·양성화된다면 굳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강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제윤경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가 '적극 대응하겠다'며 먼저 나서는 것은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응한다 하더라도 개인이 아닌 정부 정책이나 부처, 정쟁 사안에 대한 비판이나 유언비어 등에 대한 개입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응의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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